2006년에 나온 <씨네21>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매주 주말에 호스티스 멜로물을 상영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을 비롯, 하길종 감독의 <(속)별들의 고향>(1978),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1975), 변장호 감독의<오양의 아파트>(1978), 정인엽 감독의 <꽃순이를 아시나요>(1978), 노세한 감독의 <26×365=0>(1979)가 상영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이 말은 그 당시 유행처럼 이른바 ‘호스티스 영화’ 붐이 있었다는 얘기이고,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을 비롯”이란 문장에서 <별들의 고향>이 이런 붐의 선두에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최인호의 소설을 바탕으로 이장호 감독이 연출한 <별들의 고향>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앞서 언급했듯 수많은 아류 ‘호스티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만들어질 만큼 46만의 관객을 모으며 큰 흥행 성공을 거두었고, 시대를 반영한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비극적이고 신파성이 짙은 줄거리의 흡입력도 있었지만 젊고 감각적인 이장호의 연출과 음악도 영화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영화에서 이장호 같은 젊은 연출가가 등장한 것처럼 음악계에서도 이장희나 동방의 빛 같은 새로운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이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한 것이 영화 <별들의 고향>이었다.
<별들의 고향>은 당대 영화들 사이에서 흔치 않게 사운드트랙으로도 만들어졌다. 이는 주제가 정도만이 아니라 한 장의 ‘앨범’ 개념으로 만들어졌다는 힌트가 될 수 있고, 그 배경에는 이장희와 동방의 빛이라는 환상의 파트너가 있었다. 동방의 빛은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밴드일 것이다. 처음 이장희의 백밴드 개념으로 출발한 동방의 빛은 기타리스트 강근식을 비롯해 조동진(기타), 조원익(베이스), 이호준(건반), 유영수(드럼), 배수연(드럼) 등 쟁쟁한 멤버가 있던 독보적인 팀이었다. 여기서 ‘독보적’은 사운드를 연출하는 데 있어 당시 어느 팀보다 독보적이었다는 뜻이다.
이 젊은 연주자들은 당대의 영미권 음악을 누구보다 빨리 접하며 습득하려 했고, 핑크 플로이드나 킹 크림슨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음악을 듣고 연구하며 기존 한국에 있던 연주자들과는 다른 소리와 무드를 연출하려 했다. <별들의 고향>에서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사운드는 그런 치열한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강근식, 조동진 등과 오랜 친구 사이인 이장희는 <별들의 고향>의 삽입곡을 만들었다.
‘한 잔의 추억’, ‘휘파람을 부세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같은 이장희의 대표곡이 모두 이 사운드트랙에 들어있고, 동방의 빛은 이 노래들에 새로운 사운드를 입혔다. 하지만 역시 앨범을 대표하는 트랙은 3부작으로 만들어진 ‘별들의 고향’이다. 동방의 빛의 연주로만 이루어진 이 곡은 각각 ‘Prologue’, ‘사랑의 테마’, ‘한 소녀가 울고 있네’의 소제목과 함께 당대 가장 진보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었다. 무그 같은 새로운 악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재즈에 영향 받은 강근식의 기타와 플루트 연주로 분위기를 만들어나간다. 주인공들의 잠시나마 행복한 순간과 비극적 결말이 모두 ‘별들의 고향’ 한 곡에서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정확하진 않지만 앨범은 약 10만 장 정도가 팔렸다고 한다. 당시로선 무척 많은 판매량이다. 이장희의 노래들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일반 대중도 앨범을 들으며 동방의 빛이 이루려 했던 새로운 사운드의 꿈을 조금은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꿈을 온전히 이루지 못하고 동방의 빛이란 이름을 더 깊게 각인시키진 못했지만, <별들의 고향> 사운드트랙을 들으면 한 작은나라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려 했는지가 그대로 전해진다. 영화사적인 의미뿐 아니라 음악사적으로 소중한 기록이 담겨 있다.
- 별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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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장호
출연 안인숙, 강신성일
개봉 1974 대한민국
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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