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산(기주봉)은 갑작스럽게 암 선고를 받습니다. 아침마다 면도를 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출근을 하고, 일을 열심히 하고, 담배도 뻑뻑 피우고, 퇴근 후엔 수영을 하거나 맥주를 한 잔 하고, 집에 와서는 주변을 정돈하고 잠자리에 드는, 늘 같은 일상을 묵묵히 유지하던 모금산에게 시한부 선고는 너무 커다란 변화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모금산은 '계획'을 세웁니다. 과거에 배우를 꿈꾸었던 모금산은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아들 스데반(오정환)과 그의 여자친구 예원(고원희)을 불러 영화를 찍겠다고 선언합니다. 스데반은 뜬금없는 아버지의 '계획'에 짜증만 납니다. 영화감독이 꿈이라지만 무기력한 스데반에게 약간 지쳐 있던 예원은 모금산의 '계획'에 호기심이 동해 스데반을 부추깁니다. 모금산과 스데반, 예원은 모금산이 시나리오를 쓴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의 촬영에 돌입합니다.

익숙한 과정과 방식으로 하루를 소모하던 모금산은 오랜만에 의욕을 갖고 영화를 준비합니다. 스데반과 예원은 모금산의 시나리오를 촬영하기 위해 모금산의 일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모금산과 스데반과 예원은 모르고 지냈던 혹은 모른 척하고 지냈던 서로의 일상과 의중에 관심을 갖게 되고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흑백으로 찍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오래 전 누군가 보내 온 낡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중년 남자의 쓸쓸한 회고록 같기도,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풍의 무성영화 같기도 합니다. 노쇠한 남자는 자신의 그리움과 슬픔과 놀람과 애정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사별한 아내가 그리우면 홈비디오를 보고, 타지로 간 아들이 보고 싶을 땐 아들이 지내던 빈 방의 문을 슬쩍 열어 봅니다. 지인의 호의에 다정히 응답할 줄도 모릅니다. 대신 그는 말 없는 영화를 찍습니다. 모금산의 지난날들이 곧 영화의 서사가 되고, 삶의 회한은 과장된 연기와 유머 사이로 슬그머니 풀어집니다. 배우 기주봉은 유머러스하고, 담백하고, 진지한 연기로 모금산이란 인물을 완성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금산에게 인사를 건넬 때마다 그 인사말이 어쩐지 몹시 다정합니다. 모금산은 마지막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주변의 친절에 응답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모금산이 영화를 찍는 것은 생에 대한 미련이 아닌, 담담하고 의연한 작별 인사입니다. 제목마저 기묘한 리듬을 형성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죽음을 앞둔 모금산의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 삶이 그리 외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고요한 활력과 낭만이 인상적인 올겨울의 크리스마스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감독 임대형

출연 기주봉, 오정환, 고원희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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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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