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려 30년이나 된 이야기다. 내가 기억하는 스타워즈와의 첫 만남은 여름 감기 때문에 찾은 단골 소아과 진료대기실에 걸린 TV에서였다. 그래서인지 <제국의 역습> 눈 덮인 평원의 전투 장면에서는 언제나 흐릿한 소독약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어릴 적 레고 브릭으로 엑스윙을 만들고, 불꺼진 방에서 광선검을 휘두르며, 지금도 온갖 스타워즈 굿즈를 모으는 나는 주변 어디에나 있는 그냥 오래된 스타워즈 팬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팬들의 평가가 분분한 지금, 나는 오직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만을 담아 이 글을 쓴다.
-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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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아담 드라이버, 오스카 아이삭, 캐리 피셔, 존 보예가
개봉 2017 미국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설정들이 허점투성이라는 비판을 부정하지 않는다. SF영화에 차용되는 모든 과학적 설정들을 논리의 잣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장르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해도 하이퍼스페이스를 이용한 충돌 공격으로 엄청난 크기의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파괴하는 장면과 하이퍼스페이스 추적 등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이것은 그동안 시리즈를 통해 쌓아온 몇몇 설정들의 기둥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와 핀, 로즈의 역할에 대해 들려오는 말도 상당하다. 막무가내 전쟁광 포와 극중 역할이 무엇인지 모를 핀과 로즈의 모험에 대해서도 변호할 마음은 없다. 설정과 서사의 삐걱거림은 스타워즈의 오래된 약점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에피소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통해 우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영웅 한 솔로를 떠나보냈다. 영웅들의 퇴장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루크와의 이별을 마주한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틀어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능력을 가졌고 절대적 선의 상징인 루크에 대해 팬들은 그에 걸맞은 웅장한 퇴장을 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 루크는 수세에 몰린 저항군의 위기를 외면하고 어둠의 기운을 느껴 잠자는 조카 카일로 렌을 암살하려는 나약한 인물일 뿐이다.
나는 오랫동안 사랑했던 이 두 영웅이 죽어가는 장면에서 의외로 담담했다. 대신 밀레니엄 팔콘과 함께 등장하는 늙은 한 솔로의 모습과 레아를 돕기 위해 손을 내미는 루크의 모습에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등장은 곧 이별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오랜만이란 인사가 작별의 인사보다 더 뭉클했는지 모른다. 이 영웅들에 대해서는 오리지널 3부작의 이야기로도 충분하다. 이들의 마지막을 어떻게 꾸미더라도 40년을 쌓아온 과거의 명성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인사말이 조금 이상해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루크는 제국군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저항군의 영웅이 된다. 루크는 이후 스승 요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되고, 다스 베이더와 운명의 결전을 치르게 되는데 이때,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된다. “아임 유어 파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전우주적 영웅을 배출한 스카이워커 가문의 일화는 스타워즈 시리즈 전체 서사의 뼈대가 된다. <깨어난 포스>의 레이는 아나킨과 루크를 꼭 닮았다. 뛰어난 재능은 그들을 능가할 정도다. 그 때문에 영화 속 레이는 출생의 엄청난 비밀을 가진 것처럼 묘사되었고 팬들은 온갖 추측을 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밝혀진 레이는 그저 평범한 인간의 자식이었다. 그녀가 미국식 영웅주의를 상징하는 스카이워커 가문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실망하고 비판하는 팬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의 가장 큰 성과는 영웅 가문의 서사를 해체하고 차세대 영웅의 탄생을 보여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평범한 누구라도 포스를 깨닫고 수련하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스타워즈가 새로운 이야기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한 확장성을 얻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라스트 제다이>라는 부제를 오리지널 시리즈 첫 작품의 부제인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도 좋은 이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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