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0개국으로 시작한 넷플릭스의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는 2년 만에 190개국으로 늘어났다. 전 세계 1억 1800만 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그들은 자신들의 자체 제작 콘텐츠에만 무려 70억 달러(약 7조 9,905억원)를 투자하며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라이센스를 지불하는 외부 콘텐츠와 자사의 콘텐츠의 비율은 반반이 되지 않는다. 디즈니가 2019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획하며 넷플릭스의 공급 중단을 예고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아마존과 애플까지 이 시장에 야심차게 뛰어들며 바야흐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은 새롭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넷플릭스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하우스 오브 카드>와 <기묘한 이야기>, <데어 데블> 등 오리지널 시리즈로 기존의 방송국들과 차별화 전략에 성공한 그들은 <국적 없는 짐승들>과 <와호장룡: 운명의 검>을 시작으로 자신들이 배급하는 오리지널 영화들로 독자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극장 개봉이라는 선택 대신 자유로운 편집권과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신작들의 배급권을 확보해가는 수단은 자체 제작의 한계와 한정된 수요를 커버하는 넷플릭스만의 전략이 되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스페셜 프로그램 등을 한 달에 적게는 한 편, 많게는 서너 편씩 공개하며 풍부한 라인업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데스 노트>나, 던칸 존스 감독의 SF누아르 <뮤트>, 1960~70년대 일본에서 제작된 임협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레드 레토 주연의 <아웃사이더>, 러시아 대표팀의 약물 스캔들을 다룬 다큐 <이카루스> 등이 그렇게 넷플릭스에서 최근 배급된 작품들이고, <치욕의 대지>로 이번 90회 아카데미상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리며 작품적 성과도 인정받았다. 여기에 브래드 피드가 주연, 제작한 <워 머신>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 그리고 무려 제작비가 1억불 가까이 들어간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어반 판타지 <브라이트> 등도 자체 제작하며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못지않은 화려한 목록들을 갖추게 되었다.
차기작으로 대기 중인 작품들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영입해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케이틀이란 황금조합을 만들어낸 <아이리쉬 맨>이 가장 눈에 띄고, 독특한 색채를 가진 노아 바움백의 신작이나 <리디큘러스 6>로 이미 한번 재미를 본 아담 샌들러의 영화도 준비 중에 있다. 안정적인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 작품의 질보다는 양을 선택한 - 조금은 과도기적인 상태이긴 하지만, 흥행에 대한 부담이나 비평적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다보니 자신의 명확한 색깔과 다양한 목소리를 보일 수 있단 점에서 창작들이나 고객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듯 하다.
이렇게 넷플릭스만의 강점을 가진, 이번 겨울에 공개된 따끈따끈한 오리지널 영화들의 사운드트랙에 대해 소개해본다. 인터넷에 자리 잡은 넷플릭스답게 물리적인 패키지보단 음원으로 공개된 앨범들이 많지만, 기존의 익숙한 영화음악가들과 달리 신선하고 강렬한 사운드와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창구와 도전적인 플랫폼은 영화음악에 있어서도 새로운 바람과 색다른 신인들을 등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듯 하다.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음악: 베어 맥크레리
애초에 ‘갓 파티클’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SF미스터리 소품이었지만, J.J. 에이브람스가 판권을 획득해 ‘클로버필드 유니버스’로 재편시켰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80년대 만들어졌던 <최후의 카운트다운>이나 <필라델피아 특명> 등을 연상케 하는데, 무엇보다 에이브람스가 손댔던 미드 <프린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듯 싶다. 나이지리아 태생의 줄리어스 오나 감독이 연출해 2017년 2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에 배급권이 넘어가며 슈퍼볼 경기 직후 공개돼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시리즈 전작들에 비해 반응이 좋지 못한데, 베어 맥크레리가 맡은 음악만큼은 굉장히 인상적이고 작품 내에서 완벽하게 싱크된다.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었던 <클로버필드>는 본편 내 스코어가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극영화로 노선을 바꿨던 <클로버필드 10번지>에선 베어 맥크레리가 음악을 맡아 버나드 허먼이나 제리 골드스미스를 떠오르게 할 만큼 고전적이고 스릴 넘치는 사운드를 완성시켰다. 특히나 일상적인 타격음을 채집해 강약을 조율하고, 터키식 탐버와 블래스터 빔이란 독특한 악기를 활용해 사운드를 장악했던 것처럼 이번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에서도 긴장감 넘치는 스트링과 모성애를 자극시키는 코러스, 방점을 찍어주는 압도적인 브라스로 밍밍한 영화에 그럴듯한 서스펜스와 감정적인 굴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로 미드에서 활약하던 그의 솜씨가 다시 한 번 만개한 스코어.
-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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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줄리어스 오나
출연 엘리자베스 데비키, 다니엘 브륄, 구구 바샤-로, 크리스 오다우드, 장쯔이, 데이빗 오예로워, 존 오티즈, 엑셀 헨니
개봉 2018 미국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음악: 벤 살리스버리 & 제프 배로우
2014년 제프 밴더미어가 쓴 장편 SF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로, 소설은 그해 네뷸러상과 셜리 잭슨상을 석권했다. 환경 재앙이 벌어져 30년간 격리됐던 X구역이란 곳을 탐험하며 벌어지는 기괴하고 흥미로운 사건들을 담아낸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린 알렉스 가랜드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나탈리 포트만과 테사 톰슨, 제니퍼 제이슨 리와 오스카 아이작 등이 출연했다. 편집권 때문에 제작사와 배급사 간의 다툼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선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비운(?)을 겪게 됐다. 음악은 전작 <엑스 마키나>에서 함께 했던 제프 배로우와 벤 살리스버리가 다시 맡고 있다.
트립합으로 유명했던 ‘포티스헤드’ 출신의 제프 배로우가 영화음악가 벤 살리스버리와 만나 작업한 세 번째 작업물로 전작들처럼 실험적이고 공감각적인 스코어들을 들려주고 있다. 음향에 가까운 엠비언트적인 소리들과 금속성 터치, 어쿠스틱 기타 신비스러운 보컬이 어우러진 사운드는 위험하고 불길한 탐험대의 여정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분위기들을 자아내며,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기이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불가지한 세상 속에서 인류가 가진 한계와 절망을 여실히 느끼게 만드는 알렉스 가랜드의 디스토피아적인 시각에 딱 맞춰 재단한 그들의 소리는 경이롭고 소름끼친다. 진정한 공포와 슬픔을 안겨주는 스코어.
고질라 괴수행성
음악: 핫토리 타카유키
<신 고질라>의 성공을 발판으로 기획된 30번째 극장판 고질라는 시리즈 최초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시도니아의 기사>와 <스타워즈 클론 전쟁>을 만든 바 있는 폴리곤 픽쳐스가 제작하고, 희망도 눈물도 없는 작가 우로부치 겐이 각본을 맡아 끝판대왕급 위력을 선사하는 파괴신 고질라의 모습을 유감없이 그려내고 있다. 현재가 아닌 무려 2만년 뒤의 시대가 나온다는 점이나 역대 가장 크고 강력한 위력의 고질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애니만의 특징이 발휘된다. 삼부작 중 첫편으로, 일본에서만 극장 개봉이 이뤄졌고, 나머지 국가에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남은 2, 3편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음악은 핫토리 타카유키가 담당했다.
<GTO>나 <히어로>, <한자와 나오키>, <노다메 칸타빌레> 등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했던 일드의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베테랑 핫토리 타카유키는 전통적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작곡가로 애니와 게임, 영화 등 온갖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미 94년에 <고질라 대 스페이이스 고질라>를 시작으로 99년 <고질라 2000 밀레니엄>의 음악을 담당한 바 있는데, 이번이 세 번째 고질라 음악으로 호쾌하고 위압감 넘치는 사운드로 고질라를 형상화해낸다. 이후쿠베 아키라의 고전적인 테마를 활용하진 않지만, 역동적인 대규모 관현악 사운드와 사이키델릭한 음색, 코러스 등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흉폭한 괴물의 폭주와 암담한 지구의 운명을 묘사해냈다.
- 고질라 괴수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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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시즈노 코분, 세시타 히로유키
출연 미야노 마모루, 사쿠라이 타카히로, 하나자와 카나, 카지 유우키, 스기타 토모카즈
개봉 2017 일본
리추얼: 숲속에 있다
음악: 벤 로베트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북유럽으로 하이킹을 떠난 네 명의 중년 남자들이 숲속에서 마주치는 공포를 다룬 작품으로 2011년 발매된 아담 네빌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여러 편의 호러/스릴러를 쓰고 만들었던 영국의 데이빗 브룩크너가 연출했다. <블레어 위치>나 <디센트>, <포레스트: 죽음의 숲> 등 기존의 숲속에서 벌어지는 호러들의 컨벤션한 설정을 조금 비틀어낸 방식과 신화적인 색채를 간직한 독특한 크리쳐가 결합돼 독창적인 결과물을 낳았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트위터에 언급할 정도로 인상적인 소품.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영국의 포크 락밴드 ‘멈포드 앤 선즈’의 멤버이자 키보디스트인 벤 로베트가 음악을 맡았다.
거칠고 서늘한 스트링과 심장 고동처럼 약동하는 퍼쿠션, 음울한 북유럽의 풍광을 머금고 있는 신디 사운드가 어우러져 스산한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짧은 큐들이 빚어내는 공포감이 대단하다. 여백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원죄적 고통, 삶에 대한 욕구가 교차하는 지옥도는 어떤 소리들보다 강렬하고 섬찟하다. 데이빗 브룩크너의 데뷔작이었던 <더 시그널>의 음악을 맡은 인연으로 다시 함께 작업한 벤 로베트는 정말 ‘멈포드 앤 선즈’ 멤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들려줘 놀라게 만든다. 꾸준히 인디 영화들에서 음악을 맡으며 영화음악가로도 활동 중인 그의 어둡고 절망적인 이면과 만날 수 있는 스코어.
치욕의 대지
음악: 타마르 칼리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미국 남부 미시시피의 백인 농장주와 흑인 소작인의 가족을 통해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과 계급, 젠더 문제를 건드리는 작품. 비극적인 차별의 고발만 담아낸 것이 아니라 희망과 변화를 조금은 투영하고 있단 점에서 의미가 깊다. 힐러리 조단의 소설을 원작으로 흑인 여성 감독 디 리스가 연출해 90회 오스카에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주제가상에 후보로 올랐다. 특히 촬영을 맡은 레이첼 모리슨은 최초로 촬영상 후보에 오른 여성으로 기록됐고, 메리 J. 블라이지는 조연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동시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음악을 맡은 건 디 리스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싱어송라이터 타마르 칼리다.
때론 거친 펑크록 사운드로, 때론 소울풀한 목소리로 힘차게 노래하던 그녀의 모습과 달리, 그 시대의 아픔과 무거움을 담아내기라도 하듯 느릿하고 묵직한 첼로와 바이올린 앙상블로 영상을 짓누르며 다가오는 소리들이 강렬한 지장을 남긴다. 1분 안팎의 짧은 큐들이 만들어내는 미니멀하고 심플한 사운드지만, 고통스럽고 비참한 약자의 묘사와 만나며 서글픈 회한과 인내, 저항의 정서를 담아내는데 성공한다. <파리아>나 <베시>가 기존의 타마르 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치욕의 대지>에선 영화음악가로 한층 성장한 그녀의 과감한 도전과 시도를 맛볼 수 있다.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방식의 흑인 영가 사운드를 들려주던 <뿌리>나 <컬러 퍼플> 등에서 한발 더 나아간 스코어.
- 머드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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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디 리스
출연 캐리 멀리건, 가렛 헤드룬드, 조나단 뱅스, 제이슨 클락
개봉 2017 미국
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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