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데드풀 2>가 또 한 번 매력적인 트레일러를 내놓았습니다.

Deadpool 2 | The Trailer

우선 전편에서 정들었던 캐릭터들이 반갑습니다. 데드풀에게 영원히 고통받는 택시기사 ‘도핀더’, 흉측한 외모의 데드풀에게 편견 없이(?) 욕하는 맹인 할머니 ‘블라인드 아이’는 이번에도 데드풀이 쏟아내는 19금 농담들을 받아치며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데드풀과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바네사’의 출연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이 망가지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데드풀입니다만, 코믹스에선 은근 인기남입니다. 타노스가 인생을 바쳐 사모하는 우주적 존재 ‘데스’의 호감을 사면서 묘한 삼각관계를 만들기도 했었죠. 엑스포스의 리더로 활동한 적 있는 사이린(Siryn)과 바네사 사이에 또 다른 삼각관계도 있었습니다. 언데드들의 무시무시한 여왕 ‘쉬클라’와는 공식 커플이 되었죠. 심지어 거구의 외계 종족 옥사(Orksa)는 옆에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드풀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 윌슨(Mercedes Wilson), 아나스타시아(Anastasia) 등 데드풀은 많은 여성과의 연애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영화에서 데드풀이 사랑하는 여인은 앞으로도 바네사일 듯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바네사는 코믹스에서 ‘카피캣’이라는 뮤턴트로 활약합니다. 카피캣은 누군가의 외모를 똑같이 흉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복사한 대상의 능력까지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데드풀 2>에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재지 비츠(Zazie Beetz)가 연기하는 ‘도미노’라는 캐릭터가 있는데요. 코믹스에서 카피캣은 모두를 속이고 도미노로 변신한 적도 있고 케이블을 감시하며 엑스포스를 공격하려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만약, <데드풀2>에서 이런 내용이 그대로 전개된다면 좀 더 복잡미묘한 이야기가 펼쳐지겠지요.

그러나 바네사는 1편에서 카피캣으로서 어떤 능력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1편의 마지막에서 바네사가 슈퍼파워를 각성시키는 고문용 실린더에 갇힌 적이 있어서, 이때 능력이 발현된 후 2편에서는 카피캣으로 활동하는 게 아니냐고 예상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바네사 역의 배우 ‘모레나 바카린’ 역시 2편에서 카피캣으로서 활동하고 싶다고 인터뷰했었죠.

그러나 바네사가 카피캣으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이미 데드풀 시리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편은 ‘데드풀’이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영화였지만, 어찌 보면 오래도록 함께 살고 싶은 ‘암환자와 그 연인의 분투기’였습니다.

2편에서 데드풀이 움직이는 이유도 바네사의 한 마디입니다. 바네사는 언젠가 아이가 생기길 바란다며,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이제 막 뮤턴트로서 능력을 발현하고 혼란에 빠져있는 한 꼬마를 지켜주라고 부탁합니다. 웬일인지 이 꼬마를 죽이려 하는 ‘케이블’을 막아서기 위해 데드풀은 다른 뮤턴트를 규합해서 엑스포스를 만든다는 이야기지요.

이번에 공개된 트레일러에선 앞으로 엑스맨 세계관을 이끌고 갈 대형 캐릭터 ‘케이블’을 포함하여, 상대방 뇌 속의 생화학 전기를 교란하여 기절시킬 수 있는 ‘베들렘’, 주변의 전기를 흡수하여 공격할 수 있는 일본 소녀 ‘서지’ 등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직 어떤 캐릭터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것>에서 페니와이즈를 연기했던 빌 스카스가드가 출연한다는 루머도 이번 트레일러에서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정신나간 데드풀이 또 한 번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겠지요. 이 난장판 속에서 바네사는 언제나처럼 따듯한 시선으로 데드풀을 바른길로 이끌 것입니다. 카피캣, 아니, 바네사가 있는 한 데드풀의 부도덕함은 관객들에게 귀여워보이겠지요. 어쩌면 누군가의 외모와 능력을 베끼는 능력보다 훨씬 위대한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