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사이가 소원해진 일라(님랏 카우르)는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도시락을 정성껏 만들어서 남편의 회사로 배달시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 오늘 도시락이 어땠냐고 물으니 반응이 영 시원치 않습니다. 분명 도시락을 맛있게 싹싹 비운 흔적이 있는데, 남편은 별 반응이 없는 거죠. 게다가 남편은 그녀가 도시락에 넣지 않은 ‘콜리플라워’가 맛있었다는 답변까지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녀가 보낸 도시락이 ‘배달 사고’를 일으킨 겁니다. 남편 대신 그녀의 도시락을 받은 사람은 사잔(이르판 칸)입니다. 사잔은 아내와 사별한 뒤 쓸쓸하게 혼자 지내며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년의 남자죠. 그는 집 근처 작은 음식점에서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정성 들여 배달된 도시락에 의아해 하지만 큰 의심 없이 맛있게 먹습니다. 그리고 배달 음식점에 들려서 오늘 음식이 맛있었다는 인사까지 전하죠.
한 번 잘못 배달되기 시작한 도시락은 다음날도 잘못 배달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라는 도시락에 편지를 넣어 보냅니다. 이 도시락은 남편을 위한 음식이었는데, 대신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말이죠. 그런데 그 도시락을 먹은 사잔의 답변이 의외입니다. 덕분에 맛있는 도시락을 먹었다는 감사의 말이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음식의 짜다’는 답변이 온 거죠. 그녀는 음식이 맛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다시 정성껏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두 사람은 도시락을 중심으로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런치박스>라는 제목이 얘기해주듯, 인도 뭄바이의 독특한 전통인 도시락 배달 장면을 공들여 묘사합니다. 특히 오토바이를 타고 미로 같은 뭄바이에서 도시락을 배달하는 ‘다바왈라’의 모습은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독특합니다. ‘다바왈라(Dabbawala)’ 는 ‘다바(dabba, 도시락)+왈라(wala, 일하는 사람)’의 합성어로 도시락 배달원을 뜻하는데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약 5천 명이 넘는다고 해요. 이들은 직접 도시락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만든 음식을 직장으로 배달해주는 거죠.
영화에는 그들이 가정에서 도시락을 받아서 기차와 자전거 등의 교통수단을 거쳐 사무실까지 배달되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줍니다. 매일 5천여 명의 다바왈라가 20만 개의 도시락을 배달하는 모습은 놀랍기만 합니다. 많은 수의 다바왈라가 문맹이라는데, 어떻게 그 수많은 도시락을 구분하는지도 신기하고요. 그들은 도시락 통 위에 자신들만의 색과 기호로 이뤄진 암호를 만들어서 정확하게 주소와 수취인을 구분한다고 해요. 무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배달 시스템은 디지털보다 정교해서 배달 실수가 거의 전무하다고 합니다. 포보스 지는 이 도시락이 잘못 배달될 확률이 무려 100만 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는군요. (그렇다면 일라가 보낸 잘못 배달된 그 도시락이 100만 분의 1의 확률!)
남편의 외도에 힘들어하는 일라와 아내와 사별한 뒤 외롭게 살고 있던 사잔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사잔은 일라의 도시락에서 그동안 잊고 지낸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일라는 사잔을 통해 소통이 가능한 누군가가 있음을 느끼죠. 음식 이야기로 시작됐던 편지는 내밀한 고백으로 이어지고, 두 사람은 이제 도시락 속 편지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이가 됩니다.
영화에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처음엔 모순된 말인 것 같았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니 이해가 됩니다. 일라가 만든 도시락이 다른 방향의 잘못 탄 기차에 오른 것 같았지만, 결국 그곳이 목적지였던 것처럼 말이죠.
- 런치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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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테쉬 바트라
출연 이르판 칸, 나와주딘 시디퀴, 님랏 카우르
개봉 2013 인도, 프랑스, 독일
영화 속 메뉴 따라하기
무더운 여름, 인도 영화를 보면서 함께 즐기면 좋을 음료를 준비했습니다. 라씨는 인도의 대표적인 음료 중 하나로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응고시킨 인도식 플레인 요구르트인 다히(Dahi)에 물과 소금, 향신료 등을 섞어서 만든 인도의 전통 음료입니다. 우리에겐 달콤한 라씨가 익숙하지만, 인도에서는 짠맛의 라씨도 즐겨 마신다고 하네요. 시원한 망고 라씨를 마시면서 영화를 즐겨 보세요.
망고라씨
재료
망고 2개 (혹은 냉동 망고 1컵) , 플레인 요구르트 1/2컵, 저지방 우유 1컵, 꿀 1 큰 술, 소금 약간, 카다몸 혹은 커민 가루 약간 (옵션), 민트 잎 약간 (장식)
만들기
1. 망고는 껍질을 까서 속살만 준비하거나 깍둑썰기 된 냉동 망고를 1컵 준비한다.
2. 분량의 재료를 모두 냉장고에 넣어두고 차게 준비한다.
3. 믹서에 모든 재료를 넣고 간 뒤, 카다몸이나 커민 가루를 약간 넣어 섞는다.
4. 컵에 담고 민트 잎을 올려 장식한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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