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지난 8일 베니스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은 <그래비티>로 알려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로마>에 돌아갔다. <로마> 1970년대의 멕시코 중산층 가족과 가정부의 삶을 조명하는 이야기다. 감독이 17년 만에 고국인 멕시코로 돌아가 만든 자전적 영화다. 앞선 칸국제영화제에서는 경쟁 부문에 배제됐던 넷플릭스 제작 영화라는 점 때문에 <로마>의 수상은 더욱 화제였다. 이에 일부 영화인들의 비난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고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영화라는 것이 대다수 언론의 중론. 어찌 됐건 <로마>를 향한 말들은 하루빨리 <로마>를 만나보고 싶은 이유가 돼준다. 그전에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 대해 알려진 일곱 가지 사소한 사실들을 살펴보자.

로마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마리나 데 타비라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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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왼쪽부터)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 토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알폰소 쿠아론. 그는 영화계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과 함께 멕시코 영화계의 ‘쓰리 아미고’(Three Amigo, 세 친구)라 불린다. 세 감독 모두 동시대 할리우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감독들이다. 세 감독 모두 오스카 트로피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이들은 실제로 절친한 친구 사이기도 해서, 서로의 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알폰소 쿠아론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와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의 <비우티풀>에서 제작에 참여했다.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바나 바쿠에로, 더그 존스

개봉 200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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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티풀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하비에르 바르뎀, 마리셀 알바레즈, 에두아르드 페르난데즈, 디아리아투 다프, 쳉 태 쉔, 뤄진

개봉 201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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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래비티>

핵물리학자인 아버지 아래서 태어난 알폰소 쿠아론의 어린 시절 꿈은 우주 비행사였다. 그가 훗날 <그래비티>로 세계를 휩쓴 건 어쩌면 그 시절 예견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쿠아론은 12세 무렵 부모님으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았는데, 이때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하며 일찍이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그는 1983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로 첫 단편을 완성하고, 8년 뒤 <러브 앤드 히스테리>라는 로맨스 코미디 장편을 내놓았다.

그래비티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개봉 2013.10.17. / 2018.08.29.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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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엠마누엘 루베즈키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들이 걸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와의 시너지가 세운 공이 크다. 쿠아론의 데뷔작 <러브 앤드 히스테리>부터 <폴링 엔젤스>, <소공녀>, <위대한 유산>, <이 투 마마>,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까지 모두 루베즈키가 촬영했다. 영화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었을 이름,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오스카 촬영상을 3번이나 수상한 영상의 장인이다.

(왼쪽부터) 엠마누엘 루베즈키, 알폰소 쿠아론,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마찬가지로 멕시코 출신인 엠마누엘 루베즈키를 포함해 ‘쓰리 아미고’를 ‘포 아미고’로 확장시켜도 될 것 같다. 그는 쿠아론의 영화 말고도 테랜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의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의 작품에서도 유려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당연히 <로마>의 촬영 역시 당연히 루베즈키와 함께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연출, 각본, 편집에 촬영까지 알폰소 쿠아론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이 투 마마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아나 로페즈 메카도, 디에고 루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개봉 200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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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라이프

감독 테렌스 맬릭

출연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개봉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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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개봉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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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법이 있다면 바로 롱테이크다. 일반적인 길이의 숏보다 훨씬 길게 편집 없이 찍는 기법인 롱테이크는 극중 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그래비티>는 아예 오프닝부터 롱테이크 장면으로 시작한다. 광활한 우주에 덩그러니 놓인 우주인을 12분간 카메라에 담으면서, 관객들은 현실과 동일하게 흐르는 영화의 시간대를 체험한다. <위대한 유산>에서는 핀(에단 호크)이 첫 전시회를 열게 되던 날, 10년이 넘게 간직해온 첫사랑 에스텔라(기네스 펠트로)를 발견하고 거리를 달려가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 5분이 넘는 롱테이크가 쓰였다. 서서히 차오르는 기쁨의 순간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위대한 유산>

그 밖에 많은 롱테이크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은 <칠드런 오브 맨>에 있다. 촌각을 다투는 자동차 도주신. 자동차 내부에 설치된 360도 회전 카메라를 동원한 이 장면은 차 속의 인물들이 정체불명의 괴한들의 추격에 평온함을 잃고 혼란에 빠지는 과정을 실감 나게 담았다. 또 정부군과 반군이 벌이는 시가전 장면도 유명하다. 주인공 테오(클라이브 오웬)가 사방에서 총탄이 날아오는 형국 속에서 위태롭게 목적지로 향한다. 그를 뒤쫓는 카메라 렌즈에 피가 튀기도 했지만 약 7분간 이어지는 롱테이크가 안겨준 엄청난 몰입감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칠드런 오브 맨>
위대한 유산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에단 호크, 기네스 팰트로

개봉 199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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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촬영 현장

만인의 사랑을 받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했다. 재미난 사실은 이 영화의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해리 포터 소설을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 제의를 거절한 알폰소 쿠아론이 마음을 돌린 계기는 절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쓴소리 덕분이었다. “<해리 포터>는 절대 무시해선 안될 작품이다라는 델 토로의 말에 책을 읽기 시작한 쿠아론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시리즈 세 번째 편에 해당하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인물들의 과거사로 외연을 확장시킨, 전편의 밝은 분위기를 지나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리즈다. 알폰소 쿠아론의 손에서 탄생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틴에이저 대상의 판타지 무비라는 틀을 깨고 모든 연령대가 만족할만한 웰메이드 장르 영화를 탄생시켰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개봉 200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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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칠드런 오브 맨>

<칠드런 오브 맨>은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국내에 개봉했다. 영화가 제때 개봉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 당시 알폰소 쿠아론과 출연 배우들은 할리우드의 이름난 감독과 배우들이었음에도, 한국 관객들에게 티켓파워를 가질 만큼의 인지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칠드런 오브 맨>이 북미 개봉을 한 직후 비평계에선 호평 일색의 찬사가 쏟아졌지만, 관객들에겐 제대로 외면을 받았다.

<칠드런 오브 맨>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세계, 무너져버린 복지 시스템과 난민을 향한 무력 진압이 난무하는 <칠드런 오브 맨>의 배경은 회복 불가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암울한 미래상은 관객들에게 인기가 없는 소재였기 때문에 국내 개봉이 불투명했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늦은 개봉을 한 <칠드런 오브 맨>은 2016년, 시의적절하게 도착했다. 마침 세계의 화두가 저출산과 난민 문제에 봉착한 시기였기 때문. 영국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중 <칠드런 오브 맨> 1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칠드런 오브 맨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클라이브 오웬,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

개봉 201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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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왼쪽부터) 알폰소 쿠아론, 조나스 쿠아론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도 영화감독이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인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 영화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란 그가 영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필연적인 선택에 가까웠다. 조나스 쿠아론은 <그래비티>에서 아버지와 함께 각본을 썼다. 각본 작업을 하던 중 <그래비티>의 스핀오프 단편 <아닌가크>도 만들었는데, <그래비티>를 관람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왕복선 사고로 대기를 맴돌다 가까스로 우주정거장에 닿은  라이언(산드라 블록)이 우연히 교신하게 된 북극의 이누이트족 아닌가크(라즈라 랜지). 두 사람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개 짖는 소리와 아이의 웃음소리를 나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충분해 보이는 교감의 가능성이 마음을 울린다.

<아닌가크>

2015년 조나스 쿠아론은 사막판 <그래비티>라 불리는 <디시에르토>라는 장편을 만들었다. 조나스 쿠아론의 영화에서 아버지 알폰소 쿠아론은 제작에 참여했다. 스페인어로 사막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디시에르토>는 천재 영화감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들의 재능을 입증할 계기였는데, 아쉽게도 평가는 애매한 선에서 그쳤다. 미국의 국경을 넘어야 하는 멕시코인과 그들을 쫓는 사냥꾼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아버지의 역량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디시에르토>
아닌가크

감독 조나스 쿠아론

출연 라즈라 랜지, 산드라 블록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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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에르토

감독 조나스 쿠아론

출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제프리 딘 모건, 알론드라 히달고, 디에고 카타노, 마르코 페레즈, 오스카 플로레스, 다비드 로렌조

개봉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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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