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성폭행 혐의로 최장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스티븐 오닐 판사는 25일(현지시간) 코스비에게 약물 투여에 의한 성폭행 혐의 등에 유죄를 인정해 징역 3~10년형을 선고했다. 국민 아버지, 코미디의 대부 빌 코스비는 이렇게 몰락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자.
빌 코스비의 흥망성쇠
1937년생인 빌 코스비의 어머니는 하인이었다. 그는 흑백차별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우한 유년을 보냈지만, 언제나 밝은 성격의 청년이었으며 육상 장학생으로 템플대학에 진학한다. 또한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코미디언 칼 라이너에게 발탁되어 할리우드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는 곧 TV 개그쇼에서 두각을 보였다. 편한 말투와 표정으로 툭툭 던지는 그의 개그는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의 한 스타일이 되었다. 그리고 TV 첩보 코미디 <아이 스파이>(1965)의 주연 알렉산더 스콧 역을 맡으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대표작 <코스비 가족 만세>(The Cosby Show)는 1984년부터 1992년까지 8시즌이 방영된 시트콤이었다. NBC의 시트콤 전성시대를 견인했으며, 우리나라에도 방영되어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의사 아버지와 변호사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흑인 중산층 가정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였다. 드라마의 인기는 흑인가정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는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드라마에는 흑백갈등을 전면으로 내세운 에피소드가 많았다. 드라마 속에서 그가 연기한 클리프는 첨예한 흑백문제를 유려한 유머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그가 연기한 현명하고 자상한 아버지 클리프는 그대로 미국의 국민 아버지상이 되었다. 또한, 빌 코스비는 <디퍼런트 월드>(A Different World, 1987)를 제작해서, 미국 대중문화에서 소수민족이 표현되는 방식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빌 코스비는 코미디언, 배우, 가수, 제작자, 작가로 할리우드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며 가장 성공한 흑인의 표본이 되었다. 바쁜 연예 활동에도 매사추세츠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흑인 청소년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강연으로도 미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빌 코스비는 두 번의 골든 글로브, 다섯 번의 에미상을 들어올린 국민 코미디언이었다. 미국 사회가 바라는 빌 코스비는 단순히 인기인이 아니라, 사회통합에 앞장서는 오피니언 리더였다. 에미상 시상식에서 인도주의 공로상(Bob Hope Humanitarian Award)을 수상한 인물이었다. 인도주의 공로상은 라디오, 텔레비전 등에서 활동하는 방송인 중 정치,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에게 수여하는 권위있는 상으로 대표적인 수상자로는 오프라 윈프리가 있다.
빌 코스비의 성추문
그러나 이렇게 전국민에게 존경받던 코미디의 대부 빌 코스비에 대한 성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하비 와인스타인의 악행으로부터 시작된 미투운동이 일어나기 전부터 그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결국 지난 2015년 ‘뉴욕매거진’이 빌 코스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35명의 이름을 발표한다. 이후 그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여성들의 추가 제보가 이어져 명단은 60명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그는 한 차례 심리무효 판결을 받았다. 죄가 없다기보다,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인데다가 증언 말고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을 그의 초호화 변호인단이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월 공소시효 안에 있는 세 건의 혐의에 유죄가 확정되었으며, 9월 25일엔 징역 3~10년을 선고 받았다. 사실 최고 30년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81세의 고령에도 법원이 보석신청을 기각하고 실형을 내린 이유는 그가 피해자를 약물로 정신을 잃게 한 후 성폭행을 저지르는 등 계획적이고 악질적인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는 형을 모두 마치고 나오더라도 남은 평생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볍원의 명령에 따라 성범죄자 목록에 영구적으로 이름이 남게 된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올린 대배우는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사는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통보되는 성범죄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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