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캐서린 워터스턴, 댄 포글러, J.K. 롤링, 앨리슨 수돌, 에디 레드메인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8편의 영화가 나오며 워너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은 <해리 포터>가 끝나자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다. 비단 이 아쉬움은 팬들뿐만 아니라 제작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타워즈>와 <007 제임스 본드>를 제치고 역대 가장 돈을 많이 번 단일 영화 시리즈 1위를 차지한 <해리 포터>는 전 세계적으로 무려 85억 달러(96천억)를 벌어들였다. 이렇게 떠나보내기에 미련이 남는 건 당연한 일. 끊임없이 속편에 대한 소문들이 불거졌고, 결국 2013년 워너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제작될 거라는 사실을 밝혔다. 원작자인 조앤 K. 롤링이 직접 각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한다는 사실까지.


<해리 포터> 스핀오프,
<신비한 동물들> 시리즈
<신비한 동물사전> 속 에디 레드메인

그 원작이 되는 <신비한 동물 사전>은 사실 소설책이 아닌 해리포터 마법 세계관에 등장하는 신비한 동물들에 대해 모아놓은 일종의 생물도감으로, 다양한 정보들과 재치 있는 낙서들을 통해 입체적이고 색다른 재미와 확장된 배경지식을 선사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여기에 착안해 원작자 롤링은 이 책의 저자 뉴트 스캐맨더 주인공으로 해리 포터 시대에서 약 70년 전, 책을 집필하면서 벌어지는 오리지널 프리퀄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냈다. 1926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들을 5부작에 걸쳐 다룰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61부 <신비한 동물사전>(이하 <신동사>)가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으며, 이번 2018년 가을엔 그 2부인 <신비한 동물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범>)가 개봉한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전편 끝부분에 살짝 등장했던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가 본격적으로 나서고, 그 라이벌인 덤블도어의 젊은 모습마저 등장하며 장대한 이야기의 서막을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에디 레드메인과 캐서린 워터스턴, 앨리슨 수돌, 댄 포글러와 에즈라 밀러 등 전편의 캐스팅이 다시 한 번 뭉쳤으며, 여기에 조니 뎁과 주드 로, 칼럼 터너와 조 크래비츠, 수현이 합류해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해리포터 전문 감독이 되어가는 데이빗 예이츠가 여전히 메가폰을 잡았고, 촬영과 편집, 미술, 의상 등 전편의 모든 스텝들도 충실히 복귀했다. 마에스트로 존 윌리엄스가 창조해낸 토대 위에 새롭게 해리 포터 세계관을 구현해낸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맡은 환상적인 음악 또한 그대로다.


판타지 마스터
제임스 뉴튼 하워드
제임스 뉴튼 하워드

창대한 시작을 알린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전설 존 윌리엄스를 비롯해, 패트릭 도일과 니콜라스 후퍼 같은 베테랑 영국 작곡가들과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해낸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까지 다양하고 쟁쟁한 영화음악가들이 만들어낸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화음악들은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그건 이번 스핀오프를 맡은 제임스 뉴튼 하워드 역시 마찬가지다. <워터월드><포스트 맨> 시작으로 판타지 블록버스터와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피터 팬>과 <워터 호스>, <킹콩>, <라스트 에어벤더>, <헝거 게임> 시리즈, <헌츠맨> 시리즈, <말레피센트>, 그리고 이번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까지 꾸준히 맡으며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이런 장르의 음악을 잘 구사하는 최정상급의 작곡가가 되었다.

<신비한 동물사전> OST 커버 아트

뛰어난 비주얼에 비해 다소 맹숭맹숭한 서사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은 <신동사>지만, 음악에서만큼은 만장일치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존 윌리엄스의 헤드위그 테마를 여전히 인용하는데, 70년 전의 프리퀄이라는 스핀오프 성격상 전면에 부각되어 등장하진 않는다. 워너 로고가 뜨며 이 세계관으로 처음 인도할 때나 노마지 코왈스키가 처음 마법 세계를 인지할 때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정도다. 그건 마치 존 윌리엄스의 테마가 갖는 위력을 마법처럼 활용한 것과도 같다. 제임스 뉴튼 하워드는 그 마법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절대 남용하거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 그리고 남는 공간을 채우는 건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새로 창조해낸 독창적이고 놀라운 테마들이다.


판타지 영화음악의 정수
<신비한 동물사전>

그간 여러 판타지 대작들에서 그가 들려준 정수만을 한데 모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스코어는 90인조가 넘는 풀 관현악 사운드와 대규모 코러스를 대동해 고전적이면서도 강력한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묘미를 잔뜩 발휘한다. 제임스 호너의 서정성과 하워드 쇼어의 장엄함, 대니 엘프만의 아름다움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사운드다. 역으로 보면 특출하게 개성적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런 무난함과 보편성이 갖는 편안함과 안정성이 있다. 아울러 신비한 동물들의 움직임과 마법을 묘사하기 위해 전자음향을 결합하고, 20년대 뉴욕이라는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담아내기 위해 거쉰 풍의 재즈 사운드를 도입하는 시도도 꾀했다. 이 다양한 단서들은 추후 제작될 후속편들에서 꾸준히 분해, 가공될 것이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OST 커버 아트

야욕을 드러내는 그린델왈드가 주역으로 올라선 이번 <신동범>의 음악은 전작에 비해 더 어두워지고 짙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마치 존 윌리엄스의 <제국의 역습>이나 알란 실베스트리의 <백 투 더 퓨처 2>, 하워드 쇼어의 <두 개의 탑>처럼 중간 기착지가 갖는 위험과 혼돈 그리고 두려움, 혹은 악의 도래를 알리는 선전포고의 배경음악 같다. 상징과도 같던 헤드위그 테마는 완전히 산산조각 나 파편화된 채 흔적만 암시하고 있으며, 뉴욕을 가리키던 재즈나 가방 속 신비한 동물들의 묘사로 활력과 낭만을 불어넣던 색채는 푹 가라앉은 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조금씩 전진해간다. 그 다크한 전운이 주는 긴장과 서스펜스가 이번 사운드트랙이 갖는 매력이자 장점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앞으로 남은 작품에서도 그의 이름은 계속된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앞으로 남은 세 편의 <신비한 동물들> 시리즈에서도 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계속 음악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화성에,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 탁월한 미키마우징, 팝에서 다져진 대중적인 감각과 막스 슈타이너와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드 등으로 이어지는 고전적인 사운드까지 동시에 아우르는 경험 많고 실력 좋은 작곡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매번 비슷한 장르를 도맡으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는 것도 그의 놀라운 점이다. 2년마다 나올 이 시리즈가 마무리될 때쯤이면 제임스 뉴튼 하워드표 <해리 포터> 세계관에서 빠져나오기 아쉬울지 모른다. 이전의 <해리 포터>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그 마법을 실컷 즐겨보자.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신비한 동물사전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에디 레드메인, 캐서린 워터스턴, 콜린 파렐, 앨리슨 수돌

개봉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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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에디 레드메인, 캐서린 워터스턴, 앨리슨 수돌, 댄 포글러, 에즈라 밀러, 주드 로, 조니 뎁

개봉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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