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조커>가 예고편을 공개했다. 개봉은 10월 4일(북미 기준). 연기 인생 최고의 도전이었을 호
아킨 피닉스의 조커에 대해 상상해본다.
조커 솔로 영화 프로젝트
워너브러더스가 조커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이다. 그런데 이 조커는 DCEU와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 독립적인 작품이었다. 자레드 레토가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연기한 조커와는 별개라는 뜻이었다. 자레드 레토는 촬영현장에서도 각종 기행을 일삼으며 조커 연기에 푹 빠져있었지만, 그의 요란한 연기에 대해서는 평이 크게 엇갈렸다.
게다가 <원더 우먼> 이외에 이렇다할 성공작을 만들지 못 하고 있던 DC와 워너브러더스가 또 판을 벌이기만 한다는 비난이 있었다. 연출을 맡게 된 토드 필립스는 미국식 난장판 개그의 끝인 <행오버> 시리즈를 만든 감독으로, 조커의 어두운 세계를 그리기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무엇보다 조커는 이미 대배우 잭 니콜슨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가 완성한 절대 영역이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다른 해석을 쉽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어쩌면 이 영화가 기획되면서부터 태생적으로 넘어야할 거대한 벽. 여기에 도전한 배우가 호아킨 피닉스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너는 여기에 없었다>)과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마스터>)에 빛나는 호아킨 피닉스이지만,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홀로 존재하는 조커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배트맨과의 관계가 생명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히어로와 빌런의 도식적인 힘겨루기가 아니었다. 잭 니콜슨이 연기한 <배트맨>(1989)에서 배트맨과 조커는 서로가 서로를 만든 창조주로 그려진다. <다크나이트>에서 둘의 관계는, 그러니까 로맨스 영화에나 나올 법한 히스 레저의 저 유명한 대사 “너는 나를 완성시켜”(You complete me)로 압축된다. 공교롭게도 이 대사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가 르네 젤 위거에게 고백할 때의 대사와 같다.
그러나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조커>에는 성인 배트맨이 등장하지 않는다. 배트맨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브렛 컬런)’과 어린 부르스 웨인(단테 페레이라 올슨)이 등장할 뿐이다. 사전에 유출된 촬영현장 사진을 보면 거대 자본 웨인 컴퍼니를 비난하는 시위대 속에 호아킨 피닉스가 있긴 하지만, 배트맨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악당과 히어로가 싸우는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의 전개가 아니다. 말하자면, 영화 <조커>는 호아킨 피닉스가 호아킨 피닉스와 싸우는 영화가 될 것이다.
조커의 ‘이유’를 찾아
돌이켜보면 히스 레저의 조커는 ‘이유’가 없었다. 그의 대사처럼 그저 의미없이 ‘자동차 뒤를 쫓는 개’와 같았다. 얼굴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마다 내용이 약간씩 다른데, 사실인지, 망상인지, 사실에 기인한 망상인지 알 수 없다. ‘한’을 풀면 깔끔하게 승천하는 한국식 귀신이나, 신념을 이루고 뿌듯하게 귀농한 타노스와 달랐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배트맨에게 자신과 영원히 놀자고 조를 뿐이다. 거기서 오는 막막하고 압도적인 공포가 있었다.
그러나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오히려 그 ‘이유’를 설명하는 영화다. 조커가 되기 전, 인기 없는 코미디언 아서 플렉(Arthur Fleck)의 불행한 삶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짝사랑하는 싱글맘 소피 두몬드가 유일한 빛이지만, 아마도 그녀 역시 조커의 불행을 설명하기 위해 희생되고 소비될 것이다. 그렇게 요령없는 사내의 팍팍한 일상에 재난이 계속되고 점점 미쳐가더니, 결국 대악당 조커로 변신하는 이야기다. 마치 홍콩 권격영화에서 무술을 연마하는 가학적인 과정과 같다. 더 괴로울수록 더 대단한 악당이 탄생하는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 역을 두고 오랜기간 고민했다. 그리고 코믹스 속의 캐릭터가 일상속에서 아픔을 겪고 변신하는 과정자체에 흥미를 느껴 역할을 수락했다. 조커의 기원을 설명하는 코믹스로는 명작 <킬링 조크>(Batman: The Killing Joke, 1988)가 있으나, 영화 <조커>는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정교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우선 공개된 예고편의 기운이 범상치 않다. 감히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를 뛰어넘는 조커를 상상해본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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