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 이 세 글자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의리라는 단어로 똘똘 뭉친 사내들의 우정, 과거 홍콩 누아르의 정서를 만끽해봤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요즘 누아르는 참 쿨하다. 너무 간단하게 서로를 믿고, 너무 쉽게 서로를 배신한다. 거 참, 누아르에서 의리와 우정이 빠지다니, 깊은 한숨을 쉬어봤다면 이 영화를 주목하길 바란다. 홍콩 누아르 특유의 ‘의리’라는 정서를 21세기식 액션으로 풀어낸 <황금형제>를 말이다.

<황금형제> 포스터

<황금형제>는 7월 25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뜨거운 누아르의 정서

라이언(정이건)은 난민캠프에서 활동 중인 닥터 주를 위해 의약품을 훔치기로 한다. 같은 고아원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형제로 지낸 빌(사천화), 크레이터(진소춘), 화산(전가락), 생쥐(임효봉)를 모은다. 뒷골목을 전전하던 그들을 거둬준 아버지(증지위)와 그의 딸 룰루도 합세해 의약품 탈취 계획은 성공 직전에 다다른다. 그런데 그들이 훔친 차량에는 의약품이 아닌 금괴가 잔뜩 쌓여있고, 형제 중 한 사람이 배신자였음을 알게 된다. 이 사건으로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시간이 흐른 후 네 사람은 배신자를 잡기 위해 다시 모인다.

<황금형제>

스토리만 읽어도 딱 느낌이 올 것이다. 어릴 적부터 형제로 지낸 다섯 남자, 이들 사이에는 당연히 무한한 신뢰와 의리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배신은 쉽게 용서받지 못할 터. 그 와중 배신자 또한 자신을 쫓는 네 남자를 막아선다. <황금형제>는 의리와 배신이란 홍콩 누아르의 주된 키워드를 끝까지 밀고 간다. 가족처럼 그려지는 이들 사이에 깊은 골이 생길 때, 관객들은 복수가 성공하길 응원하면서도 이들이 정말 배신자를 처단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다.

<황금형제>는 과거 홍콩 누아르의 정서를 살리기 위해 한 가지 더 준비한다. 바로 장면의 정서를 관통하는 주제곡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VOD에도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노래의 가사가 번역됐기 때문에 홍콩 누아르의 끈적한 정서를 만끽할 수 있다. 주제곡 또한 각 장면에 맞는 다양한 곡들이 준비돼 극의 정서적 긴장과 이완을 돕는다.


근미래적 장비로 무장한 21세기형 액션

홍콩 누아르의 정서를 재현한답시고 액션까지 구닥다리라면, <황금형제>를 추천하지도 않는다. <황금형제>는 100분이란 시간에 다양한 액션을 빼곡하게 채워 넣는다. 하이스트 무비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프닝을 시작으로 추격전과 총격전, 맨손 액션 등 다채로운 액션 장면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의 인물들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형제인 만큼 인물 각자 특화된 장기가 어우러지며 누아르 이상의 하이스트 무비의 재미까지 안겨준다.

초반부의 의약품 밴 탈취 장면은 가장 인상적이다. <황금형제>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고심한 연출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밴을 탈취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과정은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중 터널 내부의 1분 25초라는 공백을 리얼타임식으로 재현하는 장면은 <007> 같은 영화 속 하이테크 장비들을 신선하게 재해석한다.

한편 <황금형제>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일본의 쿠마모토와 후쿠오카, 몬테네그로를 오가는 전개를 통해 그 많은 액션이 지루하지 않도록 한다. 로케이션 촬영을 늘려 단순히 그럴싸한 스케일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액션이나 드라마에 맞춰 그 지역이 가진 정서적 특징을 극대화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출연진

(왼쪽부터)임효봉, 진소춘, 정이건, 사천화, 전가락

홍콩 영화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관객이라면 <황금형제>를 반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주연 배우들이다. 다섯 형제를 연기한 정이건, 진소춘, 사천화, 전가락, 임효봉은 모두 1990년대부터 홍콩 영화계에서 활동한 중견 배우들이다. 정이건은 <풍운>, <촉산전> 등 무협물로도 유명하며 진소춘은 가수와 연기 활동 모두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준 홍콩 대표 스타다.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전가락은 <황금형제>에서 연기와 연출을 모두 소화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

화산 역과 연출을 모두 소화한 전가락

이 다섯 배우 외에도 깜짝 선물은 또 있다. 바로 증지위와 쿠라타 야스아키다. 증지위는 다섯 형제를 거둬준 아버지로 출연, 액션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진중한 감정연기로 존재감을 남기고, 쿠라타 야스아키는 모리모토 역으로 적은 비중에도 여전히 인상적인 아우라를 선사한다. 두 베테랑 배우는 영화의 전개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홍콩 누아르의 정서를 더욱 강화시킨다.

증지위

쿠라타 야스아키

<황금형제>가 어쩌면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감성의 시대가 아니니까. ‘손절’이란 단어처럼 유행하듯 재빨리 쳐낼 것은 쳐내는 세상이다. <황금형제>의 재미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모두가 쿨하게 굴려고 할 때, 뜨거웠던 과거의 정서로 회귀하려는 도전. 그것만으로는 힘드니까 요즘 입맛에 맞는 액션을 곁들이고. 세상이 왜 이렇게 매정해졌을까 느끼는 관객이라면 <황금형제>로 뜨거웠던 의리를 다시 되살려보자.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