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 유일하게 비틀즈의 노래를 기억하는 무명 가수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아기자기한 로맨스 <예스터데이>는 <러브 액츄얼리>(2003) <어바웃 타임>(2013)의 리차드 커티스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록 비틀즈의 원곡은 딱 한 곡밖에 들을 수 없긴 하지만) 영화엔 비틀즈가 남긴 아름다운 선율이 도처에 등장해 아주 용이하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에 인용된 비틀즈의 노래들에 관한 설명을 덧붙였다.


"Yesterday"

<예스터데이>의 제목으로도 쓰일 만큼 비틀즈의 가장 유명한 트랙. 친구들이 비틀즈를 아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연주하는 곡 역시 'Yesterday'다. 이 노래는 폴 매카트니의 솔로곡이라 무방하다. 밴드의 연주 대신 매카트니가 어쿠스틱 기타와 노래를 부르고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를 연주하는 현악 4인조만 참여한 게 전부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 공동작곡으로 크레딧 표기됐지만 사실 매카트니 혼자 만든 것. 1965년 발표한 다섯 번째 앨범이자 영화 사운드트랙이기도 한 <Help!> 끄트머리에 수록됐다. 당시 연인이었던 제인 애셔의 집에서 하룻밤 묵었던 당시 꿈에서 쓴 멜로디였고, 그걸 잊지 않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피아노로 연주했다는 사실은 아주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곡을 표절하게 된 건 아닐까 하고 노심초사해서 한 달동안 음악계 사람들을 만나 이거 어디서 들어본 적 있냐고 물었다고. 본인의 것이라고 확신한 후에야 가사를 붙였다. 1964년에 썼던 곡이지만 이듬해에야 발표됐는데, 비틀즈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멤버들의 의견과 편곡을 둘러싼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의 의견 충돌 때문이라는 설이 많다.


"Let It Be"

매카트니가 밴드를 떠나겠다고 발표하기 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싱글. '화이트 앨범'으로 알려진 셀프타이틀 앨범을 작업할 당시 꿈에서 만난 어머니가 "모두 다 잘 될 것이니 그냥 그대로 두렴"이라고 말했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노래다. 즉 노랫말 속 "Mother Mary"는 성모 마리아가 아닌 매카트니가 14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뜻한다. 녹음은 1968년 가을부터 간간이 진행돼 1969년 1월 마지막 날 최종 테이크가 녹음됐지만, 싱글은 1970년 3월에야 발매됐다. 비틀즈 멤버 외엔 애플 레코드 소속의 소울 뮤지션 빌리 프레스턴이 하몬드 오르간을 연주했고, 폴의 아내 린다 매카트니가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과 함께 코러스로 참여했다. 공식적으로 발매된 판본만 해도 4가지에 달한다. 1970년 3월에 발표된 싱글, 필 스펙터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육중한 편곡을 더한 마지막 앨범 <Let It Be>, 아직 마지막 구절 노랫말을 붙이지 않았던 테이크가 실린 베스트 앨범 <Anthology>, 그리고 필 스펙터의 편곡이 아닌 매카트니의 본래 의도를 구현한 <Let It Be... Naked> 까지.


"In My Life"

존 레넌은 자신의 삶에 관한 가사를 처음 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제목부터 단도직입적인 'In My Life'를 "나의 진정한 첫 작업물"이라고 밝혔다. 당신은 어린 시절에 관한 노래를 써야 한다는 영국 기자의 말 덕분에 착수한 노랫말이다. 원래는 고향 리버풀에서 자주 탔던 버스 노선을 따라가는 내용이었지만 방향을 바꾸었다. <예스터데이>에서는 잭이 처음 TV에 나와 노래하는 대목에 후반부의 구절만 인용돼 사랑 노래로서의 무드를 강조했다. 더없이 아름다운 멜로디와 멤버들의 보컬 하모니가 선선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것처럼 흐르는 가운데, 중간에 훅 들어오는 피아노 솔로가 화룡정점을 찍는다.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 연주해 녹음 테크닉을 통해 속도와 톤을 조절해 바로크 시대의 하프시코드 연주 같은 소리로서 완성됐다. 레넌과 매카트니는 공동작곡으로 오른 노래를 두고 멜로디에 있어선 자신의 공이 더 크다고 주장했지만, 여러 연구들은 레넌의 비중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Back in the U.S.S.R."

폴 매카트니는 'Back in the U.S.S.R.'의 아이디어를 척 베리의 'Back in U.S.A.'와 비치 보이스의 'California Girls'에서 얻었다. 베리의 곡의 경우, 제목의 U.S.A.를 U.S.S.R.로 바꾸어 다분히 정치적인 농담을 던질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러시아 스파이의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그려냈다. 듣자마자 서프 뮤직의 리듬이 대번에 떠오르는 'Back in the U.S.S.R.'은 인도에서 함께 명상 교육을 받았던 비치 보이스의 보컬 마이크 러브가 제 밴드의 'California Girls' 스타일에 러시아 초점을 맞춘 테마를 채워보는 것 어떻겠냐는 제안에서 비롯됐다. 연주 크레딧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띄는데, ''Back in the U.S.S.R.'에는 링고 스타가 참여하지 않았다. 이 곡을 리허설 하던 당시 매카트니가 스타의 드럼 연주를 계속 지적하자 그가 밴드를 나가버린 것. 매카트니가 드럼까지 연주할 수밖에 없었고, 최종 버전도 3인조 녹음으로 완성됐다.


"The Long and Winding Road"

비틀즈의 마지막 싱글. 해체를 알린 지 한 달 후 발표됐다. 1966년 6월 매카트니가 매입한 스코틀랜드의 농장을 방문해 제목을 떠올렸고, 비틀즈 멤버들 사이에 점점 커져가던 갈등에 영감을 얻은 노래를 만들었다. 매카트니는 런던에 돌아와 데모를 만들어 톰 존스에게 다음 싱글로 내달라고 청했으나, 레코드사가 이를 거절해 결국 비틀즈 최후의 명곡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The Long and Winding Road'는 매카트니가 분노를 금치 못하는 판본이다. 비틀즈 제5의 멤버라 불리기도 하는 프로듀서 조지 마틴 대신 기용된 (60년대 말 최고의 팝 프로듀서로 손꼽히던) 필 스펙터는 이 노래를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합창으로 장식했고, 지극히 단출한 구성의 노래를 의도했던 매카트니는 비틀즈 탈퇴의 이유 중 하나로 'The Long and Winding Road'를 꼽을 만큼 반감을 드러냈다. 매카트니는 필 스펙터의 버전보다는 차라리 아마 에드 시런과의 작곡 배틀로 급조(?)된 <예스터데이>의 버전에 손을 들어줄지도 모르겠다.


"Eleanor Rigby"

'Eleanor Rigby'는 밴드 구성의 연주가 일절 배제됐다. 매카트니가 특유의 무심한 목소리로 노래만 부르는 가운데 레넌과 해리슨은 악기를 내려놓은 채 보컬 하모니를 더했고, 8인조의 현악 연주자들이 그 음성들을 불안하게 감싼다. 로큰롤을 연주하는 보이 그룹에서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아티스트로의 이행기를 대표하는 명곡이다. <예스터데이> 속 잭은 고유명사와 기묘한 상황이 뒤섞여 있는 'Eleanor Rigby'의 가사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 애를 먹는데, 실제 노랫말이 쓰여진 과정 역시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노래 주인공을 데이지 호킨스로 정하긴 했지만 가사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아 비틀즈의 영화 <헬프!>(1965) 배우였던 엘리노어 브론의 이름에, 브리스톨의 어느 가게에서 본 릭비를 성으로 붙여 엘리노어 릭비라고 명명했다.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단순한 이유. 2절부터는 존 레넌,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그리고 레넌의 오랜 친구까지 합세해 가사를 썼다. 매카트니가 자신의 아버지를 두고 지었던 'Father McCartney'는 결국 맥켄지 신부가 됐다. <예스터데이>처럼 실제로도 리버풀의 묘지에서 릭비와 맥켄지 성을 가진 이의 묘비가 발견되기도.


"Strawberry Fields Forever"

여러 구설수로 인해 멤버들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1966년 가을, 존 레넌은 비틀즈 주인공의 영화들을 연출한 리처드 레스터의 반전 영화 <하우 아이 원 더 워>에 주연으로 참여했다. 촬영을 위해 스페인 알메리아에 머무르는 동안 읽었던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에 영감을 얻어 'Strawberry Fields Forever'를 써내려갔다. 제목의 '스트로베리 필드'는 레넌이 어린시절 친구들과 놀았던 구세군 고아원이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브라스 세션은 당시 그곳에서 들었던 군악대의 연주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높다. 실존하는 공간을 두고 만든 노래지만 'Strawberry Fields Forever'의 사운드와 노랫말은 현실적인 제스처와는 거리가 멀다. 첨단 레코딩 기술을 동원한 진보적인 사운드는 팬덤과 평단을 모두 깜짝 놀래켰고, 비틀즈는 더욱 거대한 밴드로 거듭났다. 한편, 매카트니는 레넌의 가사가 당시 그가 흠모했던 루이스 캐롤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넌센스 시 <재버워키>에 대한 영향을 반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Hey Jude"

<예스터데이>의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Hey Jude'는 영화에 수록된 유일한 비틀즈의 오리지널 트랙이다. 비틀즈가 1968년 설립한 애플 레코드를 통해 처음 발매한 싱글. '화이트 앨범' 작업 중에 만들어진 곡이지만 7분을 훌쩍 넘기는 볼륨 때문인지 앨범엔 실리지 않고 싱글로만 발매됐다. 빌보드 싱글 차트를 9주 동안 석권한 노래는 세계 각지의 차트를 휩쓸었고, 영어권 국가에서는 그해 가장 많이 팔린 싱글로 기록됐다. <예스터데이>에 언급되는 것처럼, 매카트니가 오노 요코와 사랑에 빠져 가족을 떠난 존 레넌의 다섯 살 난 아들 줄리안을 위로하기 위해 쓴 노래다. 이렇다 할 멜로디도 없이 36인조 오케스트라와 "na-na-na na~" 노래하는 보컬 하모니가 어우러지는 후반 4분의 구성은, 보통 2-3분대를 유지하던 라디오 플레이의 컨벤션을 뒤집어놓았다. 어느 음악학자는 'Hey Jude'의 멜로디가 존 아일랜드의 합창곡 'Te Deum'과 두왑 밴드 드리프터스의 히트곡 'Save the Last Dance for Me'과 유사하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