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 실사화 유니버스 영화 다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더 우먼 1984>

수많은 팬들이 실망했던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히어로가 있다면 그게 바로 원더우먼(갤 가돗)이었다. 작중 분량이 길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여성 히어로의 솔로 무비가 없는 상황이었고, DC의 팀업인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홍일점으로 확연히 눈에 띄었던 데다, 여타의 라이벌 격 캐릭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감이 있었기에 솔로 무비 <원더 우먼>도 무난한 성공을 거둔다. 덕분에 DCEU 히어로로서는 최초로 솔로 무비 후속편이 제작되는 쾌거를 누리게 되었다.

<원더 우먼>

2020년 DC 라인업은 이 <원더 우먼 1984>를 비롯한 두 작품이다. 할리 퀸의 스핀 오프 무비 <버즈 오브 프레이>가 1월, <원더우먼 1984>가 6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전편보다 더 다양한 원작 고증 아이템은 물론이고, 전편에서 유명을 달리했던 그녀의 연인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도 복귀를 확정했다. 거기에 원더우먼의 아치 에너미인 치타(크리스틴 위그)와 함께 맥스웰 로드(페드로 파스칼)도 등장할 예정.

아직 개봉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저스티스 리그의 일원이자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 그녀 ‘원더 우먼’, 원작 코믹스와 이제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후속편과 관련된 정보를 정리해 본다.


1) 가장 강력한 여성 히어로

코믹스 초창기의 원더 우먼

원더 우먼은 1941년에 등장한 캐릭터로, 이 캐릭터가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까지 고려하면 대적할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유구히 크나큰 존재감을 갖고 있었던 히어로다. 슈퍼히어로 무비가 인기를 얻은 이후에도 원더 우먼만큼 강한 영향력을 가진 캐릭터는 아직까지 없다는 것을 보면, 그저 DC 실사화 프로젝트의 비극이 안타까울 따름.

어쨌든 원더 우먼은 파라다이스 섬에서 살아가는 아마존 종족의 공주로, 제우스와 아프로디테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가호를 입고 태어난 고귀한 신분이다. 말하자면 엄밀히 인간은 아니며 반신(半神)인 존재.

최근 코믹스에서의 원더 우먼

능력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초인적인 힘과 속도는 물론이고 아마존 출신답게 사냥에도 능하며 동물과 대화할 수도 있다. 설정상으로는 저스티스 리그에서 최강 수준이지만 원작에서는 불행하게도, 특히 슈퍼맨에 비해 약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두드러지는 약점 같은 건 없음에도 대체로 능력 발휘 측면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슈퍼맨의 입지 때문일지도.

영화에서는 아마존의 왕국 데미스카라에 있던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능력을 차츰 각성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연인 스티브 트레버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온몸에서 황금색 빛을 내뿜으며 아레스를 주춤하게 할 만큼 성장을 거두기도 했다.


2) 치타, 그리고 맥스웰 로드

원더 우먼과 치타

치타는 원작에서부터 유구하게 원더 우먼을 괴롭혀 왔던 아치 에너미다. 최초의 치타는 1943년에 등장한 프리실라 리치로 파티에 등장한 원더우먼에게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자 질투에 불타오르던 중 내면에 숨어 있던 사악함을 깨닫고 치타로 활동하게 되는 인물. 이후 프리실라 리치의 조카인 데보라 도메인이 치타 자리를 이어받았다가, 영국의 고고학자 출신인 바바라 미네르바가 치타가 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치타가 되기 전 바바라 미네르바

바바라 미네르바는 고고학자답게 아프리카에서 우즈르카르타카라는 종족의 도시를 추적하던 중 제물을 바치면 치타신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료를 제물 삼아 치타가 된 악랄한 인물이었다. 이후 설정 변화를 거쳐 세계관 재정립 이후에는 고고학자라는 설정은 동일하나 원더우먼의 친구였다가 우르즈카르타카에 의해 저주를 받아 치타가 되었다는 새로운 기원을 갖게 됐다.

감독인 패티 젠킨스는 작중에 등장할 치타가 바바라 미네르바임을 밝힌 바 있으며, 최근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도 ‘원더 우먼’ 다이애나와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보아 원래 원더우먼의 친구였다가 빌런이 되는 스토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치타를 연기한 크리스틴 위그

치타 역에 캐스팅된 배우는 크리스틴 위그인데, 팬덤에서 가상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배우 샤를리즈 테론(슈퍼히어로 무비의 팬 캐스팅 단골 배우다)과는 거리가 멀고 주로 코믹한 연기를 하던 배우였던지라 초반에는 잡음이 다소 있었다.

맥스웰 로드를 연기할 페드로 파스칼

더불어 예고편에 등장한 또 다른 빌런으로 맥스웰 로드가 있다. 트레일러에서는 아치 에너미라고 알려져 있던 치타보다 맥스웰 로드의 지분이 높아 보였는데, 맥스웰 로드는 부유한 사업가 출신으로 원작에선 저스티스 리그 결성에 힘을 보태기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엄밀히 빌런으로 분류되는 캐릭터인데... 말하자면 흑막으로, 아버지인 아서 로드의 죽음이 히어로들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인해 초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때문에 히어로들을 직접 통제하기 위해 저스티스 리그에 참여했던 것.

코믹스의 맥스웰 로드

작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트레일러에의 맥스웰 로드는 원작의 흑막 캐릭터라기보다는 대놓고 악역이라고 외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인상 쓰고 있다가 갑자기 씨익 웃는 것부터 시작해서 빌런으로 등장할 거라는 사실을 숨길 생각이 1도 없는 느낌.


3) 1984년의 원더우먼?

<원더 우먼 1984> 예고편의 한 장면

제목 <원더우먼 1984>에서도 알 수 있듯, 작중 배경은 1984년인 것으로 추정된다. 1984년은 미국과 소련이 냉전 대치 중이던 시기이며, 조지 오웰이 1949년에 발표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제목 1984는 소설을 집필하던 1948년의 뒷자리 두 개를 뒤집었다).

트레일러에서는 1949년에 조지 오웰이 창작한 20세기 디스토피아 소설 '1984'의 오마주 요소로 추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쇼핑몰에 설치된 CCTV, 그 CCTV를 부숴 버리는 원더우먼이 있을 것이고 연도를 정확하게 밝히며 영화 제목에까지 차용한 점도 마찬가지다. ‘빅 브라더’라는 이름의,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비롯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초월 권력을 다룬 이 소설은 지금까지도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마다 언급될 만큼 고전 명작이 된 작품. 이런 추측이 맞다면, ‘진짜’ 메인 빌런인 것으로 보이는 맥스웰 로드의 음모와 개인에 대한 통제, 그리고 자유에 대한 내용이 영화의 주요한 스토리라인이 아닐까.

(박살)

또한 냉전이 한창이었던 1984년을 다루고 있기에 이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이기 때문에 화려한 장면을 다수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더 우먼 1984> 예고편 장면

더불어 1980년대라는 배경에 맞춘 듯한 레트로풍의 OST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영화음악계의 거장인 한스 짐머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이후 처음으로 DCEU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히어로 무비 음악 작업 안 하신다더니(…)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 이어 이번 <원더우먼 1984>까지 참여한 걸 보면 이제 해당 발언은 완전 철회라고 봐야 할 듯.


4) 연인의 귀환, 스티브 트레버

원더 우먼(왼쪽)과 스티브 트레버

스티브 트레버는 '원더 우먼' 다이애나의 연인으로, 미 공군 소속 조종사로 활동하다 다이애나와 만나게 되었고 데미스키라에 상륙해서 아마존들에게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황을 전달하며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 원더우먼이 데미스키라를 떠나 세계로 나오게 하기도 했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도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왔던 원더우먼에게 인간의 선함에 대한 믿음을 갖게 했던 것이 바로 스티브 트레버였다. 연인 관계로 발전했음은 물론이고, 원더우먼이 인류를 지키기 위한 영웅으로 발전하는 한편 자신의 힘을 완전히 각성하게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말하자면 조력자이자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관계.

<원더 우먼 1984>로 돌아온 스티브 트레버

하지만 참사를 막기 위해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저스티스 리그> 등에서도 그의 죽음에 대해 언급만 되었을 뿐 등장 가능성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더우먼 1984> 촬영장에 담당 배우인 크리스 파인이 등장했다는 소식과 함께 감독이 그의 복귀를 확정하며 부활이 예정되었다.

감독 페티 젠킨스에 의하면 스티브 트레버의 귀환은 필연적인 것이었으며 이는 맥스웰 로드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트레일러에서 1980년대의 거리와 문화를 처음 보는 듯한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작중 시점에서 부활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쓰레기통 보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좀 귀엽다는 사실.


갑자기 분위기 스타트렉

DC 실사화 프로젝트가 사장길로 가는 것만 같았던 과거와 달리, 2018년 말 <아쿠아맨>의 흥행 성공과 더불어 한국에서는 흥행성과가 좋지 않았으나 글로벌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던 <샤잠!>, 그리고 DCEU 기반은 아니지만 DC 코믹스 원작인 영화 <조커>가 황금곰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꽤나 긍정적이다.

<원더우먼 1984>는 당초 지난달인 2019년 11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2020년 6월로 개봉 시기가 밀렸고, 개봉을 연기했던 많은 영화들의 결과물이 좋지 않았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다소 있었지만... 원더우먼의 새로운 모습과 스티브 트레버의 귀환, 그리고 원작의 다양한 요소들의 등장이 강력한 매력을 발휘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워너의 최근 성과가 긍정적이기에 조금은 기대해 봐도 좋을 듯.

더불어 <원더우먼 1984>의 첫 예고편도 음악과 영상의 적절한 조화, 원작 요소를 십분 활용한(투명 비행선과 진실의 올가미 등) 부분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고 있다. 라이벌 격인 MCU에서도 <블랙 위도우>를 개봉할 예정인 2020년, 여성 히어로/빌런들의 경쟁에서 원더우먼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