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네 명의 친구들이 범죄행위를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데요. 줄거리 특성상 계속 범죄가 나오는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준석(이제훈)은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과 함께 보석상을 털었으나 혼자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서 3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합니다. 절도죄는 1인이 하는 단순절도(형법 제329조)와 2인 이상이 합동해서 하는 특수절도(형법 제331조 제2항)가 있는데 준석이 혼자 감옥에 간 것으로 보아 단순절도죄로 처벌받았다고 추측할 수 있어요(만약 흉기를 휴대했다면 죄명도 달라지고 처벌도 무거워지겠죠). 준석은 출소하자마자 장호와 기훈, 그리고 도박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상수(박정민)를 부추겨서 도박장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우는데요. 이들의 계획은 돈을 단순히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총으로 직원과 고객을 위협해서 돈을 뺏는 ‘강취’에 해당하므로 절도가 아니라 강도예요. 강도죄도 1인이 하는 단순강도(형법 제333조)와 흉기휴대 또는 2인 이상이 합동해서 하는 특수강도(형법 제334조 제2항)가 있는데, 준석과 친구들의 행위는 총이라는 흉기를 휴대하였고 4인이 공모하여 실행행위도 분담했으므로 합동해서 강도행위를 한 것이 되어 특수강도죄라고 볼 수 있어요.

여기서 궁금한 것은, 네 명이 도박장에서 강취한 돈은 도박장의 불법수익인데 불법적인 돈을 뺏는 것도 범죄에 해당하느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강도죄가 될 수 있어요. 법률에 의해 소유나 점유가 금지된 물건을 금제품(禁制品)이라고 하는데, 금제품도 재물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판례는 범죄가 된다는 입장입니다. 판례가 금제품의 재물성을 인정한 예를 보면, 리프트탑승권은 유가증권에 해당하는데 위조된 리트프탑승권에 대해 장물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고, 남의 대마밭에서 대마를 훔친 경우에 절도죄를 인정했어요. 그리고 성매매 화대를 훔치거나 빼앗아도 절도죄나 강도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도박장이 벌어들인 불법수익을 총을 들고 강취하면 특수강도죄가 성립할 수 있어요.

준석처럼 3년의 형기를 막 마치고 나와서 다시 특수강도죄를 저지르면 누범이 되는데요. 누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한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면 해당하는데, 누범이 되면 저지른 범죄에서 정한 형의 장기 2배까지 가중처벌됩니다. 준석은 교도소에서 형기를 살고 나왔으므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것이 맞고, 출소하자마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인 특수강도죄를 저질렀으니 누범이 되는 게 명백합니다.

상수는 도박장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준석의 계획에 동참하여 특수강도죄의 공모부터 실행행위까지 분담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도박장 내부의 CCTV 설치 개수와 위치, 경비의 숫자 등을 알려줍니다. 회사의 직원이 영업비밀을 외부로 유출하면 업무상배임죄가 될 수 있는데, 상수가 준석과 친구들에게 알려준 내용은 영업비밀이라고 하기 어려워서 상수한테 업무상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아요. 판례가 말하는 영업비밀이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의미하는데, 도박장 내부의 시설관리 정보를 영업비밀이라고 하는 것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도박장은 돈과 귀중품을 강취당한 후, 미스터리한 인물 한(박해수)이 등장해서 준석과 친구들을 한 명씩 제거하기 시작하는데요. 준석과 장호, 기훈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쉬던 중 뒤쫓아온 한에게 발각되어 한바탕 총격이 벌어집니다. 준석과 장호, 기훈은 간신히 한을 피해 병원에서 빠져나오지만, 총격 소리를 듣고 출동한 경찰에 의하여 한은 체포됩니다. 이것은 현행범체포에 해당하죠. 현행범인이란 범죄의 실행 중이거나 실행의 즉후인 자를 말하고, 법은 현행범인 외에 준현행범인을 인정하고 있는데, ①범인으로 호창되어 추적되고 있는 때, ②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함에 충분한 흉기 기타의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때, ③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때, ④누구임을 물음에 대하여 도망하려 하는 때 4개 중에서 한 개만 해당해도 현행범인으로 간주(준현행범인)돼요. 한은 총격전이라는 범죄발생 직후인 자에 해당하고, 범죄에 사용된 총을 소지하고 있으며, 아마도 입고 있는 옷에 총격의 흔적도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현행범인 또는 준현행범인에 당연히 해당합니다. 그리고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들은 영장이 없어도 당연히 한을 체포해서 경찰차에 태울 수 있는 것이죠.

영화 <사냥의 시간>은 후속편을 명확하게 암시하고 끝나는데요. 후속편에서는 어떤 범죄와 강제수사의 종류가 나올 것인지 창의적인 내용을 기대해 봅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