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불륜 소재가 열풍이었던 요즘. 그 기세를 이어갈 한 편의 드라마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어즈&이어즈>, <나의 눈부신 친구> 이후 공개되는 ‘왓챠 익스클루시브’ 3번째 작품 <와이 우먼 킬>입니다. 같은 장소, 다른 시간 속에 살았던 세 명의 여성이 이혼보다 살인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추적해나가는 ‘시대 초월 치정 살인극’입니다. 불륜과 살인이 주된 소재이지만 자극성은 줄이고 개연성을 높인 명작 드라마죠. 왓챠플레이에서 5월 27일 단독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와이 우먼 킬>. 그 대열에 기자도 합류해 밤새 정주행을 마쳤습니다.


<와이 우먼 킬> 롭-베스 앤 부부

불륜, 커밍아웃… 문제적 남편들과 이혼? 놉, "죽음이 이혼보다 싸게 먹히지"

1963년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항공 우주 기술자인 ‘롭’과 그의 아내 ‘베스 앤’은 이제 막 대저택으로 이사 온 부부입니다. 베스 앤은 전업주부로, 롭에게 헌신하고 있는 현모양처죠. 그런데 어느 날, 베스 앤은 롭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불륜녀는 자신보다 젊고 어여쁜 웨이트리스 에이프릴입니다. 고민하던 베스 앤은 롭에게 사실을 추궁하기보다 에이프릴의 일터로 찾아가는 것을 택합니다. 드디어 마주하게 된 베스 앤과 에이프릴. 베스 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와이 우먼 킬> 칼-시몬 부부

약 20년의 시간이 흐른 1984년. 패서디나의 대저택엔 이제 사교계의 여왕 시몬이 살고 있습니다. 시몬은 세 번째 남편 칼과 10년째 부부생활을 이어가고 있죠. 티격태격하지만 칼만큼 시몬을 잘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남자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어느 날, 파티장에서 의문의 편지봉투를 보게 된 시몬. 사진에는 칼이 동성애자라는 증거가 담겨 있었습니다. 결국 시몬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커밍아웃을 한 칼. 배신감에 시몬은 이혼할 것을 요구하고, 그런 시몬을 위로하고자 절친한 친구 나오미의 아들 토미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위로를 하다 말고 키스를 시도하는 토미! “내일모레 생일이 지나면 18살이 되니 괜찮다”라 말하는 당돌한 연하남 토미를 어쩌면 좋을까요?

<와이 우먼 킬> 테일러-일라이 부부

2019년에도 여전히 대저택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변호사 테일러와는 달리 남편인 일라이는 몇 년째 각본을 팔지도, 쓰지도 못한 무능한 각본가입니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는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결혼 생활과는 별개로 각자 애인을 따로 두는 '다자연애'를 추구한다는 것이죠. 단, 진정으로 마음을 주어선 안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테일러가 동성 연인인 제이드를 집에 데리고 옵니다. 함께 살게 된 두 명의 여자와 한 남자. 개방적인 마인드로 시작한 이 관계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면서 세 사람의 미래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와이 우먼 킬>

<와이 우먼 킬>

여자들은 '왜' OOO를 죽여야 했나?

한 편의 희비극 같은 세 여자의 결혼 생활. 각기 다른 시대와 인물을 관통하며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키워드는 ‘왜’입니다. 제목에 가장 먼저 나오는 ‘와이’에 해당하죠. 대체 왜 여성들은 이혼이 아닌 살인을 선택한 것일까요? 물론 단순히 이혼보다 값이 싸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드라마는 세 건의 살인 사건이 한 집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 뒤, 시간을 거슬러 살인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살펴보게끔 합니다. 살인의 사유가 남편과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에이프릴과 토미, 제이드와의 관계, 보다 복잡한 시대상이 한데 얽혀 있죠. 이것들이 탁월하게 어우러져 긴장감을 형성하고, 반전을 거듭하며 극은 힘차게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 마지막까지 누가 누구를 죽인 것인지 추리해가며 보는 재미는 덤입니다.


<미녀 삼총사 2 - 맥시멈 스피드>

지니퍼 굿윈, 루시 리우, 커비 하웰-밥티스트, 알렌산드라 다다리오 外 여성배우들의 활약

<와이 우먼 킬>은 베스 앤, 시몬, 테일러 세 여성이 주인공인 만큼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드라마입니다. 베스 앤 역을 맡은 지니퍼 굿윈은 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저주에 걸려 기억을 잃어버린 백설공주로 출연했습니다. 익숙한 얼굴이 아니라고요? 지니퍼 굿윈은 국내에서 470만 관객을 동원한 <주토피아>에서 주인공 주디 홉스를 연기한 성우이기도 합니다. 깨발랄한 주디 홉스의 성격을 잘 소화해내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주토피아> 주디 홉스 , <와이 우먼 킬> 베스 앤은 동일 인물이 연기한 것!

2000년대 초, <미녀 삼총사> 시리즈와 <킬빌>로 할리우드에서 이례적으로 주목받은 동양계 배우 루시 리우도 합류했습니다. 친구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중년의 여성 시몬을 연기했죠. 테일러 역을 맡은 커비 하웰-밥티스트는 최근 드라마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타입니다. <킬링 이브>와 <굿 플레이스>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테일러의 연인 제이드를 연기한 알렉산드라 다다리오는 작년 여름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로 국내 스크린을 찾은 바 있습니다. 에메랄드빛의 신비로운 눈이 인상 깊은 배우입니다.

<굿 플레이스> 커비 하웰-밥티스트, <와이 우먼 킬> 알렉산드라 다다리오


<500일의 썸머> 촬영현장

<위기의 주부들>,<프렌즈> 작가, <500일의 썸머> 감독 등 믿고 보는 제작진 라인업

매회 탄탄한 개연성으로 추진력 있게 진행되는 세 여자의 이야기. 그 뒤엔 완성도를 보장하는 믿.보-믿고 보는- 제작진들이 숨어있었습니다. <와이 우먼 킬>엔 지극히 현실적인 연애담을 그려내며 많은 이들의 인생 로맨스 영화로 손꼽히는 <500일의 썸머> 마크 웹 감독이 총 제작에 참여, 두 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했습니다.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체인지 디바> 감독 데이비드 워렌도 연출에 참여했고요. 시몬 역의 루시 리우도 한 편의 에피소드에 연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참 다재다능한 배우네요.

주‧조연들의 재치 있는 입담이 담긴 대사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말맛'으로 유명한 <위기의 주부들> 작가 마크 체리가 총 극본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회차 별로 <그레이 아나토미> 각본가 오스틴 거즈만, 전설의 미드 <프렌즈> 각본가 알렉사 정게 등 유명 작가진들이 다수 참여해 각본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1963년, 2019년의 부엌

같은 공간 다른 느낌? 눈길을 사로잡는 시대별 주목 포인트

<와이 우먼 킬>은 시각적인 볼거리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시대를 반영한 대저택의 인테리어와 의상‧소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죠. 1960년대 클래식함이 묻어 있는 드레스와 자동차, 소품들엔 주로 파스텔톤을 사용해 화사함을 강조했습니다. 따뜻하고 예쁜 색감이지만 어딘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꼭 베스 앤과 롭의 관계를 닮아 있는 것 같네요. 1980년대 시몬의 의상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사교계 여왕답게 패턴 무늬가 들어간 드레스와 화려한 액세서리를 주로 착용하죠. 의상뿐만 아니라 집도 대체로 강렬한 인상의 원색 계열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역시 시몬이 맺고 있는 관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2019년 테일러와 일라이의 집은 무채색을 활용해 더욱 깔끔해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개방적으로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삭막한 현대인들의 삶을 반영했죠. 이외에 제작진들의 노고가 담긴 디테일한 설정을 찾아보는 것도 <와이 우먼 킬>의 재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1963년 베스 앤과 1984년 시몬의 의상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