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오브 라이즈>는 12월 17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임무 미완수로 끝난 기밀작전, 그 12년 후…
<레거시 오브 라이즈>는 물에 빠진 여성을 비추며 시작된다. 전직 MI6 요원 마틴(스콧 앳킨스)의 죽은 아내다. 12년 전 MI6, 러시아 첩보부, CIA가 연루된 기밀작전을 수행하던 중 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요원 직에서 물러난 마틴. 그는 신분을 숨긴 채 딸 리사(아너 니프시)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그때 그 사건에 대해 아는 이가 마틴을 찾아온다. 같은 사건으로 아버지를 여읜 기자 사샤(율리아 소볼)다. 12년 전 모두가 노리던 문제의 ‘파일’, 사건 이후 자취를 감춘 그 ‘파일’을 찾는 것을 도와달라는 사샤. 더이상 가족이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던 마틴은 부탁을 거절하지만, 사샤가 찾아온 그 날 이후 마틴의 일상에는 다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MI6 옛 동료들이 느닷없이 찾아와서는 사샤에 협조하지 말라고 경고하는데. 비극이 닥쳐오리라는 직감에 거처를 떠나려는 마틴, 그 앞을 막아선 러시아 첩보부 소속 요원들은 딸 리사를 납치한다. 마틴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4시간. 시간 내에 첩보부가 그에게 내린 지령을 이행해야 한다. 마틴은 임무를 완수하고 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빠와 딸의 이야기
각국에서 노리던 그 ‘파일’은 러시아의 화학 무기 개발 사실을 밝히는 데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이었다. 누군가는 들추어내려 하고, 누군가는 소멸시키려 한다. 제각각의 이해관계 한가운데 감겨버린 마틴은 영국도, 러시아도 아닌 딸을 위해 절체절명의 임무에 뛰어든다. 애드리언 볼 감독은 <테이큰>과 <미션 임파서블>을 섞어 놓은 듯한 익숙한 플롯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한편 분명한 메시지를 심어 영화를 차별화했다. 사샤의 방문이 기폭제가 되어 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물며 박진감 넘치는 추격극이 전개되고, 허다한 액션신이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지만, 결국 <레거시 오브 라이즈>는 비극적 사건을 겪은 아빠와 딸이 신뢰를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딸 리사에게 엄마 죽음의 내막을 비밀에 부친 마틴은 거짓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온전히 행복할 수 없다. 죽은 아내의 환영은 언제나 마틴을 따라다닌다. 서로를 가장 아끼지만 일상적인 대화조차 이어나가기 쉽지 않던 마틴과 리사. 둘은 오랫동안 묻어둔 진실을 마주할 때에야 ‘거짓의 유산’을 떨치고 관계를 회복한다.
관전 포인트: 액션 그리고 컬러팔레트
버스 폐차장에서 펼쳐진 오프닝 총격전은 관객에게 임팩트 있는 첫인상을 남긴다. 단 몇 발의 총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절제되고 세련된 액션을 선사한다. MI6를 관두고 뒷골목 격투기 선수, 나이트 클럽 경호원으로 일하는 마틴이 보여준 맨몸 액션은 그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요원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체감토록 했다. 이외에도 <올드보이> 복도신을 연상시키는 복도 액션 등 다양한 액션신을 지루할 틈 없게 배치했다.
데이빗 핀처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만 같은 키 컬러의 활용도 돋보인다. 노랑과 파랑의 대비를 활용하는 것은 핀처 연출 방식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배우의 퍼포먼스가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직접적이고 주된 요소이지만, 종종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컬러팔레트이다. 컬러팔레트는 캐릭터가 느끼는 바를 관객으로 하여금 고스란히 느끼도록 돕는 수단이 된다. 애드리언 볼 감독은 색상 대비를 이용해 마틴의 심리와 갈등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런던과 우크라이나 키예프 전경은 덤이다. 탁 트인 도시 풍광을 담은 장면을 중간중간 배치함으로써 극의 긴박한 호흡을 따라가는 관객이 한숨 돌릴 수 있게 했는데,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지점이다.
믿고 보는 액션 스페셜리스트 배우
마틴을 연기한 스콧 앳킨스는 스턴트맨 출신이다. 유도, 쿵푸, 무에타이, 태권도, 그리고 킥복싱까지, 각국의 무술을 연마한 그는 스크린 데뷔작부터 남다르다. 스콧 앳킨스는 2001년 성룡 주연의 <엑시덴탈 스파이>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익스펜더블2>, <어쌔신: 더 비기닝>, <닥터 스트레인지> 등 60여 편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하며 액션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온 그. 약력만 엿봐도 그가 출연한 액션 영화라면 믿고 봐도 될 것이라 확신이 앞서는데. <레거시 오브 라이즈>는 그가 액션에만 능한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앞서 언급했듯 마틴은 죄책감, 불안감 등의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 죽은 아내의 환영에 오래도록 시달려 온 인물이다. 앳킨스는 딸을 위해 이중 첩자를 자처한 마틴의 심리를 온전히 그려냈다.
딸 리사를 연기한 배우 아너 니프시의 활약도 언급 않을 수 없다. 리사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명석하다. 리사의 전문 분야, 격투 스포츠 전력 분석에 있어서는 특히 더 밝다. 예사 아이답지 않은 객관적인 상황 판단으로 어른을 직접 위험에서 구하기도 하는 리사. 아너 니프시는 냉철한 표정과 정제된 대사 톤으로 리사를 완벽히 연기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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