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시간>이 공개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늑대소년>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둔 판타지라는 점만으로도 기시감은 확연하다. 두 영화의 접점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송중기와 강동원이기에
가능했던 소년

<가려진 시간> 성민

사실 두 영화의 소년을 캐릭터 자체로만 보자면, 그리 비슷하지 않다. <가려진 시간>의 성민(강동원)이 시간을 뛰어넘어 어른의 모습으로 현재에 도착하는 남자애라면, <늑대소년>의 철수(송중기)는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도 모르는 인간과 늑대 사이의 생명체다. 성민이 자신이 경험한 시간을 수린에게 배운 활자로 전하는 한편, 철수는 글은커녕 제대로 입을 뗄 줄도 모르는 문맹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가려진 시간>과 <늑대소년> 사이에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는, 완전한 미모로 찬탄 받는 두 배우 강동원과 송중기가 두 소년을 연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수려한 외모는 어른이 되어 나타난 소년과 늑대의 피가 흐르는 소년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관객이 단번에 납득할 수 있게끔 이끄는 절대적인 요인이다. 

<늑대소년> 철수


소년을 지키는
병약한 소녀

<가려진 시간> 수린

영화를 찬찬히 뜯어보자면, 유사점은 소녀들에게 보다 많이 발견된다. <가려진 시간>의 수린(신은수)과 <늑대소년>의 순이(박보영)는 모두 식구를 따라 외딴 마을에 이사 온 여자아이다. 속내를 드러내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두 소녀는 비밀 노트에 자기 마음을 담은 시를 써내려간다. 느닷없이 자기 앞에 나타난 소년에 뒷걸음질부터 치지만 머지않아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소녀가 글자를 가르쳐주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관계는 비로소 진전된다. 수린과 순이는 몸은 튼튼하지 않지만 소년에 대한 마음만큼은 강직해서, 세상이 아무리 소년의 이상한 존재를 모함해도 한치도 흔들리지 않은 채, 그를 옹호하고 위험을 무릅써서 보호하고자 한다.

<늑대소년> 순이


지극히 판타지적인
시·공간적 배경

<가려진 시간>

<늑대소년>은 순이가 과거를 떠올리며 '43년 전'이라는 자막이 뜨고, <가려진 시간>은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사용을 서사에 녹여내면서 시간적인 배경을 명시한다. 하지만 <늑대소년>이 1950년대 후반, <가려진 시간>이 지금 현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감각은 희박하다. 시간을 뛰어넘어 주인공들이 재회하는 두 영화는 '시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진행된다. 마을의 바깥 세상에는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소년과 소녀의 감정이 가로막히는 과정에만 몰두한다. 소녀가 정착하게 되는 조용한 시골마을은 판타지와 동화를 동시에 끌어안은 이야기에 특유의 분위기까지 끌어올린다.

<늑대소년>


독립영화계 스타였던
두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 /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과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은 모두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이다. 조성희 감독은 단편 <남매의 집>(2009), 엄태화 감독은 단편 <숲>(2012)으로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단숨에 독립영화계 스타 감독이 되었다. 이듬해 두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연구과정'으로 제작된 <짐승의 끝>(2010)과 <잉투기>(2013)를 내놓으며 성공적인 장편 신고식을 치렀다.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손꼽히던 조성희 감독과 엄태화 감독이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판타지로 상업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