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라이징 호크>는 3월 18일(목) 올레TV에서 ‘올레TV 초이스’ 서비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단독 공개됩니다.


13세기 유럽인에게 몽골 군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동쪽에서 말을 타고 온 아시아인들을 그들은 그때 처음 봤을 것이다. 당시의 충격은 전설로 남았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합작 영화 <라이징 호크>가 바로 전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다.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작가 이반 프랑코(Ivan Franko)가 쓴 역사 소설 <자카르 베르쿠트>(Zakhar Berkut)가 원작이다.

공포의 그림자

1241년. 우크라이나의 험준한 지형을 형성하는 카르파티아산맥. 이곳에 위치한 투클리아 마을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투가르 볼크(토미 플라나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투클리아 마을의 통치권을 주장하는 귀족이다. 투클리아 마을을 대표하는 자카르 베르쿠트(로버트 패트릭)와 아들 막심(알렉스 맥니콜)과 아이반(록키 마이어스)은 마을의 평화를 위해 볼크와 협상을 펼치지만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한편, 잔혹하기로 소문난 몽골군이 산맥을 넘어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베르쿠트와 볼크와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두 세력은 몽골군과 맞서 싸우게 될까. 몽골군이 드리운 그림자가 점점 카르파티아산맥에 드리운다.

위협의 시작

<라이징 호크>의 초중반은 카르파티아산맥의 존재하는 두 세력의 반목에 주목한다. 베르쿠트가 온화하고 뛰어난 지도자라면 볼크는 잔혹하고 이기적인 지도자다. 베르쿠트는 볼크의 영지에 출몰한 곰 사냥에 아들 형제를 보낸다. 사냥을 도와주고 평화 협상을 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심은 볼크의 아름다운 딸 미로슬라바(포피 드레이튼)와 만난다. 미로슬라바는 함께 곰을 때려잡은 막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막심과 미로슬라바는 사랑에 빠진다.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 시작됐다. 아직까지 몽골군의 침략이 시작되지는 않았다. 목격자만 있을 뿐이다. 겁에 질린 목격자는 그들을 말을 탄 악마라고 불렀다. 몽골군을 이끄는 부룬다 칸(체렌볼드 체그미드)이 투클리아 마을 바로 코앞까지 진격했다.

생즉사 사즉생의 전투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로맨틱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던 <라이징 호크>는 영화 중반부터 완전히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몽골군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영화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몽골군의 선발대에 잡혀 있는 어머니 라다(앨리슨 두디)를 구한 막심 일행은 몽골군의 본대에 맞설 준비를 한다. 미로슬라바 역시 막심과 함께 싸우기로 한다. 베르쿠트는 부족한 병력을 메워줄 볼크의 참전을 기대하지만 그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만 할 뿐이다. 협상 끝에 막심이 볼크의 부하와 1대1 대결을 펼쳐 이기지만 볼크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 볼크는 결국 배신자가 되고 만다. 영화의 중반 이후 <라이징 호크>는 하이라이트가 될 몽골군과의 전투가 남았다. 우크라이나인의 결의가 높아지고 있다.

위대한 승리

몽골군과의 전투는 <라이징 호크>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분량이다. 기본적으로는 이 시간 동안 <라이징 호크>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과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동방에서 온 무시무시한 군대와 서방의 소수 인원이 맞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단, 코믹스가 원작인 <300>처럼 과장된 비주얼과 액션은 없다. 대신에 <라이징 호크>는 미국과의 합작인 만큼 <300>만큼의 박진감 넘치는 스펙터클한 액션을 준비했다. 막심을 중심으로 한 투클리아 마을의 사람들이 몽골군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한 전술도 볼거리다. 지형지물을 이용하며 펼쳐지는 협곡의 전투는 우크라이나의 전설로 남을 만한 위대한 승리였다.

액션의 향연

<라이징 호크>는 두 가지 해석으로 읽을 수 있는 영화다. 하나는 계급간의 투쟁이다. 베르쿠트는 평민이고 볼크는 귀족이다. 우크라이나의 20흐리브냐 지폐에도 실릴 만큼 존경받는 인물인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이반 프랑코는 사회주의 사상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귀족과 평민의 대결이라는 계급 간의 갈등이 이해가 된다. 이 책의 원작 소설이 나온 1883년이라면 이런 이념적 해석이 중요해 보일 수도 있겠다. 지금은 다르다. 이 영화가 완성된 해는 2019년이다. 이념적 서사는 흔적만 남았고 중요한 건 액션이다. <라이징 호크>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몸과 몸이 맞붙는 액션의 쾌감으로 보는 영화다. 칼, 도끼, 활 등이 주로 사용되는 무기들이다. 그런 까닭에 <터미네이터 2>의 T1000으로 아직도 기억되는 배우 로버트 패트릭과 영국 출신의 배우 토미 플라나건보다 더 중요한 캐스팅은 막심과 미로슬라바를 연기한 알렉스 맥니콜과 포피 드레이튼이다. 존 윈과 아크테 세이타블라예프 공동 감독도 액션 연출에 공을 들였다.

우크라이나판 <명량>?!

말하자면 <라이징 호크>는 우크라이나 버전의 <명량> 같은 영화다. 철저하게 우크라이나 민족의 입장에서 제작됐다. 그들에게 몽골군은 조선 시대 우리 민족의 왜군과 같은 침략자다. 그런 침략의 와중에 부패한 관료가 이순신 장군을 모함한 것처럼 <라이징 호크>의 귀족 볼크는 배신자가 되고 만다. 끝내 침략을 이겨내고 무찌르는 것도 두 영화가 같은 지점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라이징 호크>를 본다면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된 고퀄리티 액션의 우크라이나산 영화 관람이라는 색다른 체험이 가능할 것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