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젊은 작가(주드 로)가 과거의 영광만 남아 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투숙하면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주인인 제로 무스타파(F. 머레이 아브라함)로부터 호텔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제로 무스타파가 해준 긴 이야기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명성이 높을 당시 호텔의 콘시어지였던 무슈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에 대한 내용이 주된 이야기입니다.


1. 타인한테 유증을 할 수 있을까요

무슈 구스타브가 1932년 경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컨시어지였을 때 호텔은 투숙객이 많고 잘 나갔는데, 특히 무슈 구스타브는 호텔의 투숙객 중 돈이 많은 금발의 노부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마담 D.(틸다 스윈튼)가 있는데 무슈 구스타브는 마담 D.를 사랑으로 대했고 둘의 관계는 특별했습니다. 그 후 신문을 통해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과 함께 마담 D.의 사망 소식을 듣고, 무슈 구스타브는 호텔의 로비 보이로 일하는 제로(토니 레볼로리)와 함께 마담 D.를 조문하기 위해서 루츠 성으로 갑니다. 루츠 성에는 마담 D.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하여 자식, 형제자매, 친척들이 몰려와 있었고, 마담 D.의 변호사가 마담 D.의 유언장을 읽는데요. 마담 D.는 재산의 대부분을 외아들인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한테 주고, 마담 D.의 개인 소장품 중 최상품에 해당하는 반 호이틀의 ‘사과를 든 소년’ 그림은 무슈 구스타브한테 남긴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마담 D.가 무슈 구스타브한테 그림을 남긴 것은 유증에 해당합니다. 유증이란 유언자가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무상으로 주는 것을 말하는데요. ‘증여’가 살아있을 때 재산을 주는 것이라면 ‘유증’은 사망할 때 재산을 주는 것입니다. 유증은 유언자(피상속인)의 상속인, 즉 자녀나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에게만 해야하는 제한이 없고, 타인한테 하는 것도 가능하고 법인한테도 할 수 있습니다. 죽을 때 자신의 전 재산을 00재단에 기부한다는 것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유증은 포괄유증과 특정유증으로 구별되는데, 포괄유증은 유증자가 유증의 목적 범위를 자신의 재산 전체에 대한 비율로 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유산의 전부를 준다, 유산의 1/3을 준다’는 식으로 표시하는 것이 포괄유증에 해당하고, 포괄유증을 받은 포괄적 수증자는 유증받은 재산의 범위에서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특정유증은 유증의 목적이 특정되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예를 들어 ‘A부동산을 준다, B채권을 준다’는 식으로 표시하는 것이 특정유증입니다. 영화에서 마담 D.가 무슈 구스타브에게 ‘사과를 든 소년’ 그림을 준다고 표시한 것은 특정유증에 해당하는 것이죠.

특정유증은 포괄유증과 달리, 수증자는 유증의 목적인 특정재산에 관한 채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따라서 유언자의 사망으로 유증의 효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재산이 바로 수증자한테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상속인에게 재산이 모두 상속되어 귀속되고, 수증자는 상속인한테 그 유증을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유증의 목적물이 부동산이라면 상속인은 수증자한테 부동산의 이전등기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유증의 목적물이 동산이라면 상속인은 수증자한테 동산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유증의 목적물은 ‘사과를 든 소년’이라는 그림으로 동산에 해당하므로, 마담 D.의 상속인인 아들 드미트리가 일단 그림도 상속을 받고, 유언에 따라 무슈 구스타브한테 그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무슈 구스타브는 드미트리한테 그림을 달라고 청구할 채권이 있는 것입니다.

2. 상속인결격자는 상속을 받을 수 없다

드미트리는 마담 D.의 외아들로 마담 D.의 유언에 따라 거의 전재산을 상속받습니다. 드미트리는 마담 D.가 무슈 구스타브에 의해 살해되었다면서 누명을 씌우지만 영화 후반부에 가서 마담 D.는 아들인 드리트리에 의해 살해된 정황이 밝혀집니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살해한 경우에도 상속을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 민법에 의하면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 민법은 상속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를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결격사유는 피상속인, 선순위 상속인을 해치거나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방해하면 해당합니다. 즉,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에 해당하면 상속인이 될 수 없어요. 드미트리는 피상속인인 마담 D.를 살해했거나 살해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사실이 입증되면 드리트리는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드미트리가 상속인에서 배제되면 마담 D.의 재산은 배우자와 직계존속이 모두 죽었다면 형제자매한테 상속됩니다.


글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