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 왔던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현대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서사를 새롭게 써 나간다는 것은 매번 꽤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다. 토드 필립스와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의 실사영화 작업을 한다는 외신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불안감 혹은 부정적인 예견을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당시 DC의 실사화 작업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대단히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다 잊어 줄 테니 없던 걸로 하자'는 말까지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평가가 갈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유니버스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그것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매력 어필을 하는 데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던 조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커>는 성공했다. 더불어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조커가 어땠는가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여러 번에 걸쳐 그의 조커는 찬사를 받았고, 영화에 대한 평가도 수없이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드 필립스의 <조커>가 속편으로, 그것도 2024년까지 두 편이나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금이라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영화 <조커>가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혼돈 악', 즉 기준이 없는 악당이었던 조커의 근원에 대해 심층적인 심리 묘사와 더불어 그의 현실적인 고뇌와 온갖 처절한 감정들을 토대로 풀어냈기 때문이었다. '기원이 없는 것이 기원'이라던, 정체불명의 악당 캐릭터라는 면모에서 조커의 매력을 찾는다면 이 지점은 불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고담시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잘못을 했다고는 하나 경범죄 정도일 뿐일 그냥 좀 못된 놈들을 총으로 쏴 죽여 버리는 데다, 작중 조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그를 무시했던 모든 인간들을 죄책감조차 없이 당연하다는 듯 죽여 버리는 그의 면모 역시 그렇다.

이견의 여지 없이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연민을 자극하는 측면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관객을 불편하게 했다. 영화는 아서 플렉이 '조커'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현실 세계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부조리와 압박감을 폭발적으로 드러냈다.

슈퍼히어로 무비는 일견 완벽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주인공과 세계관이 어떻건 간에 현대 사회의 실질적 관점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에, 우리는 이 판타지에서조차 우리가 직면한 어떤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들이 가득한 이 장르에서 우리는 차별과 전쟁, 소외된 이들의 삶, 정의의 관점에 대해 고민하는 히어로들을 보면서 우리 자신과 현실의 문제들을 생각하게 된다. <조커> 역시 그랬다. 가난과 장애, 차별과 소외, 가정적 결핍까지 가진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리고 부패한 고담시의 소시민들이 조커에게 동조하는 과정 속에서 영화는 위험할 만큼 현실적으로 관객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구의 삶이건 가까이 들여다보면 동정할 만한 요소가 있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아서 플렉의 기구한 삶 역시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물론 정상 범주의 인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그는 했고, 그래서 그 동정의 여지조차 사라져 버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나 가족적 결핍과 더불어 그가 안고 있던 수많은 고난에 사회적 부조리와 가난이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돌이켜 보았을 때 어떤 측면에서는 그 분노의 일부에 동의하게 된다.

이전의 '조커'들에게 분명한 기원이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스크린 속에서 조커는 그저 일관적으로 악당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나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과정에 있어서 우리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의 영향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 아서 플렉은 다음 이야기로 나아간다.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 '아서 플렉'이, 갈 곳 없는 분노를 어린 브루스 웨인(단테 페레이라 올슨)에게 폭발시키는 과정을 우리는 이미 목격했고,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로 기존의 아서 플렉 서사를 확장시키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처절했던 만큼 매력적이기도 했고,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알고 있기에 더 몰입감이 높을지도 모른다.

기존의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는 이만큼 확연하지는 않았다. 조커는 예나 지금이나 막기 힘든 악당이었으며 혼돈 그 자체였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조커가 배트맨에게 갖는 감정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고, 어쩌면 그 이해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지점 자체가 배트맨과 조커가 벌이는 고담시에서의 혈투에 있어서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서 플렉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 이 조커의 경우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인간적인 증오와 자격지심, 그리고 갈 곳 잃은 분노를 표출시킬 대상이 그저 어린 브루스 웨인이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서 플렉, 즉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한층 더 악독한 빌런으로 다시금 그려질 수 있다.


물론 이 시리즈가 <조커>의 속편이며 배트맨 시리즈가 아니라는 사실은 조금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DC의 대표적인 슈퍼히어로 배트맨이 조커의 서사에 편입된다고 했을 때, 배트맨이 기존 시리즈에서 갖고 있었던 히어로로서의 강력한 면모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 아서 플렉이라는 강력한 캐릭터와 맞붙을 만큼 비등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아직 제작 단계에 있는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로 시리즈화 작업을 이끌어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가 보여주었던 이 걸출한 작업물의 확장에는 기대감만큼이나 불안감도 있다. 본편만 한 속편 없다는 이야기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기를 바랄 뿐.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