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이름 석 자만으로도 마음 한쪽에 왠지 모를 기대감을 심어주는 감독들이 있다. 충무로에선 류승완 감독의 존재가 그렇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더라도, 자신만의 줏대를 관통시키는 류승완만의 고집은 25년간 충무로에서 그의 이름이 머무르도록 만들었다. 4년 만에 관객들을 찾은 <모가디슈>가 개봉 3주째인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역시 절절한 신파를 제거하고 이야기에만 집중한 과감함 덕분. 이미 두둑한 필모그래피를 쌓았음에도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감독, 류승완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을 정리해봤다.


1 소문난 영화광이다

류승완은 어릴 적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국적, 장르의 영화를 접했고, 데뷔작을 연출하기 전까지 무려 2000여 편의 영화를 감상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그는 어린 나이부터 수동적인 관객으로 머무르길 거부했다는 거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류승완은 "중학교 시절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고등학교 때는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직접 영화를" 찍었을 만큼 일찍부터 영화감독이란 꿈을 현실로 옮기는 데 힘을 쏟았다. 류승완의 이름 앞에 '시네 키드'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이유다. 팟캐스트 방송 '씨네타운 나인틴'에 출연한 류승완은 '나의 베스트(인생) 영화 3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버스터 키튼의 <우리의 환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그리고 세 번째는 아직 만나지 못한 영화"라고 답했다.


(왼쪽부터) 박찬욱, 류승완 / 출처: 한겨레

2 박찬욱 연출부 출신이다

류승완에겐 유독 'OO 키드'라는 수식어가 여러 개 쫓아다닌다. 그중 하나는 앞서 말한 '시네 키드'이고, 또 하나는 '액션 키드'와 '박찬욱 키드'이다. 류승완은 박찬욱 감독 밑에서 영화 현장을 경험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생계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 류승완은 온갖 육체노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그러던 와중 박찬욱 감독을 만나게 되며 처음 영화 현장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영화가 바로 박찬욱 감독의 <3인조>(1997). 학생 시절부터 박찬욱 감독의 영화평을 보면서 영화 보는 눈을 키웠다는 류승완은, 그야말로 박찬욱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것이다.


(왼쪽부터) <짝패> 정두홍 무술 감독, 류승완

3 애증의 관계? 환상의 짝꿍? 정두홍

초창기 류승완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빠져서는 안 될 세 글자가 있다면 정두홍이 아닐까. 정두홍 무술 감독은 <피도 눈물도 없이>를 시작으로 류승완의 모든 연출작에 액션을 지도하며, 류승완 세계관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두 사람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영화 <짝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주먹이 운다>(2005)를 함께한 후, 류승완은 정두홍과 함께 정말 순수한 액션 영화 한 편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한다. 와이어나 자본에 의지하는 액션이 아닌 오로지 몸 하나로 승부하는 액션 영화. 그 꿈 하나로 <짝패>를 빚어나간 류승완은 "액션 배우로 우리만큼 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정두홍과 함께 직접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기까지 했다. 두 사람은 선호하는 액션 스타일이 굉장히 달라 서로를 애증의 관계, 톰과 제리 같은 관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왼쪽부터) 류승범, 류승완

4 동생 류승범을 '양아치 역'에 직접 캐스팅한 형 류승완

류승완과 류승범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형제다. 먼저 영화판에 발을 들인 이는 류승완 감독. 그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출연할 '양아치 역'을 찾고 있었는데 집에 가보니 "양아치 한 명이 누워있어서" 곧바로 류승범을 배우로 캐스팅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이에 관해 류승완 감독은 그저 노래하고 기타 치는 걸 좋아해서 '양아치'라는 표현을 썼을 뿐, 학창 시절 류승범이 사고를 치거나 하진 않았다며 추후 해명 아닌 해명을 하기도 했다. 유명한 에피소드는 또 있다. 류승완과 류승범을 직접 키운 친할머니는 배우와 감독이 된 두 사람을 향해 "왜 잘생긴 애가 감독을 하고, 못생긴 애가 배우를 하느냐"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에 관해 류승범은 "솔직히 형이 더 잘생겼다. 내가 배우 할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왼쪽부터) <베를린> 하정우, 류승완, 전지현

5 <베를린> 촬영 당시엔 54kg까지 체중이 빠졌다

영화 현장에 있을 때면 혹독하게 제 자신을 갈아 넣는다는 류승완 감독. 매 작품이 괴로움의 연속이었지만,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베를린>일 것이다.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건 물론, 대부분의 촬영을 베를린에서 진행한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전해진다. <베를린> 당시 류승완 감독은 우울증까지 찾아와 치료를 받았고, 식욕마저 떨어져 체중이 8kg 나 빠졌을 정도라고. 어느 날은 "머리 감을 시간도 없고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서 삭발까지 감행했다는 류승완은 당시를 회상하며 스스로를 '촬영장의 악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의 고통은 현재의 류승완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100% 해외 올 로케이션을 진행한 <모가디슈>는 <베를린>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복수는 나의 것>

<오아시스>

6 여러 편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했다

류승완은 영화 <짝패>의 주연 배우를 맡기 전부터 여러 작품에서 단역 배우로 활약했다. <3인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복수는 나의 것> 등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오아시스>(200)의 홍종두(설경구) 동생인 종세라는 캐릭터를 가장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좋은 연출자를 판가름하는데 중요한 덕목인 연기 연출 비법을 이창동 감독에게 전수받고 싶어 <오아이스> 출연을 결심했다고. 이제는 연기에 흥미를 잃기도 했고, "너무 설치고 다니는 것" 같아 연기를 하지 않을 것이며, 영화 속에서 보고 싶은 배우가 더 많아 연출에만 전념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당거래>

<베테랑>

7 최고 흥행작, 최고 평가작을 배우 황정민과 함께했다

류승완 감독의 베스트 작품을 꼽으라면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까. 아마도 <부당거래>와 <베테랑>에 가장 많은 표가 쏠릴 것이다. 우선 <베테랑>. 류승완 감독에게 '천만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준 <베테랑>은 대중적인 평가로 보나, 관객 수로 보나 류승완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부당거래>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겠다. <주먹이 운다> <짝패>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로 개성 있는 흔적들을 남겨오던 류승완은 2010년 개봉한 <부당거래>를 통해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박수받는 작품을 남겼으니까. 여전히 <부당거래>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 팬들 사이에선 류승완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최고 흥행작인 <베테랑>과 최고 평가 작인 <부당거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황정민이다. 데뷔 초 류승완의 페르소나가 동생 류승범이었다면, 이젠 황정민이 그 자리를 채우며 류승완 유니버스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