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온라인 기자회견, '디즈니의 60번째 역사를 기념하는 기대작,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주역들을 만나다'에서 이어집니다.

온라인 기자회견에 이어, <엔칸토>를 빚어낸 세 감독을 만났다. 함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연출까지 함께한 세 명의 감독 바이론 하워드, 자레드 부시,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의 이야기를 통해 <엔칸토>에 한 발 짝 더 다가가 보자.


(왼쪽부터) 바이론 하워드, 자레드 부시,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어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 오프닝에서 보여준 디즈니(Disney) 일대기 영상이 정말이지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디즈니와 함께 자란 이들이라면 디즈니의 역사를 압축한 그 영상을 보고 울컥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영상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이 바로 디즈니의 60번째 애니메이션 <엔칸토>였다. <엔칸토>가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나.

바이론 하워드 맞다. 당연히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더라. 내가 생각했을 때는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디즈니의 업적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어제 본 것처럼 디즈니의 역사를 쭉 나열했을 때 대부분의 작품들이 지금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큰 영감을 줬기에,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는 것 같다. 한 편, 한 편을 선보일 때마다 늘 부담을 느끼곤 하지만 결국 그 무게감으로 인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만드는 이 영화가 디즈니의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웃음) 그런 점에선 부담감도 환영이다! (Welcome pressure!)

자레드 부시 바이론 말이 맞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디즈니는 우리에게 어떠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는 거다. (웃음) 정말 그 부담감은 스토리텔러로서 느끼는 감정이고 그리고 관객들이 디즈니 작품에 마땅히 바라고 기대하고 있는 점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기에 부담이 되는 거다. 디즈니 영화 한 편, 한 편이 정말 환상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관객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디즈니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엔칸토> 역시 도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12명의 캐릭터를 가지고 영화를 찍는다는 건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야심 찬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껏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12명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은 없을 정도니까. (웃음) 그런 점에서 <엔칸토>는 정말 자랑스러운 작품이고, 큰 도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디즈니 영화들을 계속해서 보고 자란 사람으로서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겸허해지는 일이다. 심지어 영화를 만들고 있는 지금도 놀라움이 가시질 않는데, 디즈니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고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엔칸토>는 "우리는 가족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How well do we know our families?)"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영화라고 들었다. 이 질문을 떠올린 계기와 함께 왜 이 질문을 애니메이션 속에 녹여내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바이론 하워드 <엔칸토>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스태프들과 나눴던 첫 번째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 모두가 대가족 안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디즈니 영화는 대개 두 명의 캐릭터만을 다룬다는 점을 흥미롭게 여겼고, 여기서부터 질문이 시작됐다. 두 명의 친구들이 여행을 떠나서 서로에 대해 배우는 버디 무비는 많지만, 거대한 앙상블을 펼쳐낸 가족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으니까. 특히 작곡가이자 스토리 파트너인 린-마누엘 미란다 역시 대규모 앙상블을 위한 곡 작업에 관심이 많았기에 우리는 기꺼이 도전장을 던지게 됐다. 제작진과 크리에이티브 팀 모두 '가족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란 목표를 안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는 가족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가족에 대해 가장 잘 모르는 사람 역시 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부분에 있어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바이론 하워드 감독이 직접 찍은 콜롬비아의 모습

<엔칸토>는 러닝타임 내내 콜롬비아의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콜롬비아의 색깔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한데, 콜롬비아 답사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바이론 하워드 3년 반 전, 린-마누엘 미란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 함께 떠난 콜롬비아 여행이 <엔칸토>의 시작이 됐다. 콜롬비아에서 펼쳐진 린 가족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놀랐고, 실제로 콜롬비아 곳곳에서 영감을 받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콜롬비아 사람들에게 놀라운 영감을 받고 돌아오고 난 후엔 무려 몇 년 동안,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콜롬비아 문화에 대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했다. 콜롬비아의 문화는 깊고 광대하기에, 90분짜리 영화에 콜롬비아라는 나라를 녹여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가 하는 이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끊임없는 연구라고 믿는다. 새로운 영화를 찍을 때마다 학교에 가는 학생처럼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엔칸토>의 주인공 미라벨

<브루클린 나인 나인>에서 로사 디아즈를 연기한 배우 스테파니 비트리즈

미라벨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는 스테파니 비트리즈다. 목소리만 들었을 땐 스테파니라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예상보다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다. 스테파니를 미라벨 역에 어떻게 떠올리게 됐는지 궁금하다.

자레드 부시 좋은 질문 감사하다. 우리는 <브루클린 나인 나인> 로사 디아즈를 통해 스테파니 비트리즈를 알고 있었다. 미라벨과는 다른 이미지였기에 처음 미팅할 당시만 해도 미라벨이 아닌 미라벨의 언니인 루이사 역할을 위해 만났었다. 근데 그 자리에서 스테파니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실제 성격을 마주하게 됐을 때, "오 마이 갓! 미라벨이 여기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그래서 다음 미팅 땐 미라벨 역을 제안하게 됐다. 그리고 녹음하는 날 만났는데, 스테파니는 처음부터 캐릭터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우선 그는 코미디 타이밍이 너무 좋고, 웃긴 사람이다. 미라벨은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캐릭터인데, 스테파니는 부족한 부분마저 사랑스럽고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다. 미라벨은 관객이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캐릭터여야 했고, 가족 구성원과도 깊이 연결되야 했는데, 만약 스테파니가 없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세 명의 감독이 함께 협업한 작품이다. 부담감은 3분의 1로, 아이디어는 3배가 됐을 것 같은데, 세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과정은 어땠나.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세스는 매우 협력적이다. 그래서 우리 셋이 일한다기보다는 전체 팀 - 음악팀,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조명팀 등 약 800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단위로 일을 한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그럼에도 우리 세 사람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처음부터 굉장히 호흡이 잘 맞았다. 특히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서 두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개인적으로 나는 감독으로서 일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덕분에 훌륭한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 개개인이 이 영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강점들을 통해 우리는 정말 특별한 것을 만들 수 있었다.

콜롬비아에서 직접 바라본 마을을 마법이 가득한 환상의 세계로 재탄생 시켜야 했다.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을 빚어가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바이론 하워드 오 마이 갓! 우선, 가족 구성원이 굉장히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개개인 모두가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하게 디자인되어야 했기에 그 점이 우리에겐 큰 숙제였다. 또 콜롬비아 문화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가족 구성, 춤, 음악, 안무 등 모든 부분이 다채롭게 그려져야 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엔칸토>의 안무가인 카이 마르티네즈가 많은 도움을 줬다. 콜롬비아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캐릭터들의 춤 동작에 콜롬비아 특유의 움직임을 더했고, 디즈니 영화에선 본 적 없는 안무를 만들어냈다. 카메라 워크 역시 굉장히 복잡했는데, 우리 스태프들은 이런 어려운 점들을 포기하기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물로 만들어내며 훌륭한 제작자들임을 증명했다.

미라벨, 그리고 11명의 가족 캐릭터 모두가 각기 다른 성격과 마법 기술을 지니고 있다.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것만은 꼭 지키려고 했던 규칙 혹은 균형이 있었다면.

자레드 부시 계속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12명의 캐릭터들을 모두 알아가고 현실화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와 채리스는 모든 캐릭터들을 각각 존재하는 '개인'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어갔는데, 그중 많은 부분이 가족의 역학과 역할을 바라보는 데서 비롯되었다. 우리 중 일부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존재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총애를 받는 자식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감정적이거나 수줍은 존재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시도한 일은 가족 내에서든, 친구 내에서든, 지역사회에서든 매우 친숙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성격 유형을 찾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캐릭터 특성을 구축하고 각각의 특성들을 캐릭터 디자인했고 그에 맞게 배경 서사와 음악들과 연결함으로써 12명의 캐릭터들을 각각 존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각각 존재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가족이어야 했기에 그 복잡한 퍼즐을 조립하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

린-마누엘 미란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미란다는 <모아나>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환상적인 노래들을 창작해냈는데,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린-마누엘 미란다는 놀라운 파트너였다. 자레드와 바이론이 이야기한 것처럼, 그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노래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테스트 상영 때도 늘 함께했고, 우리가 작업하고 있는 모든 초안들에 대해 피드백을 줬을 만큼 실무적인 파트너 역할을 했다. 만약 린이 없었다면 이 영화도 없었을 거다. 그는 단순한 작곡가가 아니라 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진정한 파트너다.

'We Don’t Talk About Bruno' 삽입곡이 흘러나오는 장면의 컬러 스트립트

한국 관객들은 그 누구보다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사랑한다. 특히 디즈니 오리지널 뮤지컬 작품은 언제나 큰 사랑을 받아왔는데, 극장에서 <엔칸토>를 만나 볼 한국 관객들을 위해 영화 속 최애 장면을 미리 소개해준다면.

자레드 부시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We Don’t Talk About Bruno' 삽입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큰 화면에서 만끽했으면 좋겠다.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면에는 정말 수십억 개의 디테일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집중하면 할수록 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계속해서 펼쳐지는 스토리텔링, 놀라운 안무들, 배경을 채우는 캐릭터, 이스터에그들까지. 마드리갈 가족 전체에 대한 느낌과 그들이 겪고 있는 많은 일들을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이 큰 장면이기에 극장에서 보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킬 것 같다.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비교적 좀 더 소소하다. 주인공인 미라벨에게 엄마 줄리에타가 부엌에서 몇 가지 조언을 건네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그 모습이 아늑하고 친밀할 뿐만 아니라 뒤에 펼쳐지는 주방 디자인을 사랑해 마지 않을 수 없다. <엔칸토>에서는 규모감있고, 흥미롭고 때론 광활한 장면들도 많지만 이 부엌신에서 두 캐릭터가 만들어낸 따뜻한 느낌을 좋아해서 최애신으로 꼽고 싶다.

바이론 하워드 <엔칸토>에선 많은 노래들을 만날 수 있을 테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The Family Madrigal'이다. 마드리갈이 사는 마을과 모든 가족 구성원을 소개하는,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다. 내가 보장하건대, 아마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가장 빠른 노래가 될 거다. (웃음) 캐릭터 애니메이터들이 구현해낸 훌륭한 안무를 통해 마드리갈 가족을 만나고, 단번에 <엔칸토> 세상에 빠져들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롤러코스터 같은 투어 신이다. 특히 이 노래는 린-마누엘 미란다가 합류하면서 더욱 발전했는데, 정말 엄청난 속도로 극의 정보들을 제공할 뿐 아니라 들썩거리기까지 하는 쇼가 될 것이다.

자레드 부시 한 마디 덧붙이자면, 그 노래 때문에 정말 아코디언 연주자를 죽게 만들 뻔했다. (농담) 리듬이 너무 빨라서 연주자가 땀을 뻘뻘 흘리더라. 'The Family Madrigal'은 정말 우리가 전에 보지 못한 곡이었다.


글·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사진 제공·디즈니(Dis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