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타고난 감각과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음식 냄새만 맡아도 재료의 성분과 비율까지 맞출 수 있는 능력자 레미. 하지만 그는 요리를 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레미는 사람이 아닌 ‘생쥐’거든요.
어느 날 하수구에서 길을 잃은 레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최고급 레스토랑 <구스토>에 가게 되지만 사람들 손에 잡히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터라 이리저리 피해 다니기만 합니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식당을 빠져나가려던 레미는 신입 요리사 링귀니를 만나게 됩니다. 그가 망친 수프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간을 맞추고 가려던 차에 링귀니에게 딱 걸리고 만 거죠.
부족한 요리 실력으로 해고의 위기에 처한 링귀니는 레미의 요리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합니다. 레미에게는 요리 재능이 있고 링귀니는 그걸 실천할 수 있는 몸이 있으니까요. 이제 레미는 링귀니의 모자 안으로 들어가 머리를 잡아당기며 요리를 지시하고, 링귀니는 아바타처럼 움직이며 음식을 만듭니다.
처음엔 천부적인 요리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이 다른 동물도 아닌 생쥐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청결한 식당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쥐가 주인공이라뇨! 하지만 영화는 이런 관객의 반응을 미리 염두에 두고 만들었을 겁니다. 영화의 주제인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에 이보다 더 적합한 캐릭터는 없을 테니까요.
레미의 도움으로 링귀니는 레스토랑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며 구스토 레스토랑은 인기를 더해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 평소 링귀니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총 주방장은 링귀니의 뒤를 캐기 시작하고 여기에 링귀니의 ‘출생의 비밀’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가 등장하는 장면일 거예요. 혹평을 남기기로 유명한 안톤은 구스토 레스토랑의 음식이 맛있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가게에 찾아옵니다. 그런데 하필 이날은 링귀니가 주방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만든 요리는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생쥐 ‘레미’가 만든 것이라고 고백한 날이었습니다.
링귀니의 고백에 실망을 금치 못한 주방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주방에는 레미와 링귀니만 남게 된 상황이었죠. 안톤 이고의 방문 시간은 다가오고 결국 음식은 레미의 지휘 아래 생쥐 가족들이 만들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라따뚜이는 완성되고, 안톤 이고의 테이블 위에는 레미가 만든 라따뚜이가 놓이게 됩니다.
평범해 보이는 요리에 별 기대 없이 포크를 들어 라따뚜이의 맛을 보는 안톤. 하지만 음식이 입에 들어간 순간 그의 눈은 크게 떠지고 화면은 섬광같이 빠르게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그곳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집에 들어온 어린 안톤이 서 있습니다. 엄마는 그에게 라따뚜이 한 그릇을 만들어 주고 안톤은 그 음식을 한입 먹고서야 엄마를 보며 환하게 웃죠. 어릴 적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던 엄마의 요리. 레미의 요리에는 그 추억의 맛이 담겨 있었던 겁니다.
늘 날카로운 독설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던 안톤은 자신이 감동받은 요리를 만든 이가 생쥐인 레미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랍니다. “요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닫는 순간이었죠.
요리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건 그것이 특별히 맛있거나 대단한 재료가 들어가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 혹은 누군가와 함께했던 기억,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담겨 있기 때문일 테죠. 요리가 지닌 단순한 힘은 언제나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라따뚜이는 어떤 음식일까요? 프랑스 디종으로 여행 갔을 때 먹어본 적이 있는데요, 주메뉴는 아니었고 메인 디쉬 옆에 사이드 디쉬로 조금 놓여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살았던 지인에게 물어보니 프로방스 지방에서 즐겨먹는 전통적인 야채 스튜로 우리나라 찌개처럼 다양한 채소를 넣고 바특하게 끓이기도 하고 볶음요리처럼 만들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영화 속 ‘라따뚜이’를 떠올리며 만들어봤습니다.
<라따뚜이>
재료
가지 1개, 애호박 1개, 토마토 2개, 올리브오일 2큰술, 오레가노 1작은술, 소금 조금
토마토 소스 : 토마토 홀 2컵, 올리브오일 1큰술, 다진마늘 1쪽분, 다진 양파 1/4개분, 설탕 1작은술, 소금과 후춧가루 조금씩, 바질잎 2~3장
만들기
1. 가지와 애호박, 토마토는 단면 모양을 그대로 살려 둥글납작하게 썬다. 바질은 채 썰어둔다.
2. 썰어둔 가지와 애호박은 소금을 약간 뿌려 10분 정도 뒀다가 물기가 생기면 닦아낸다.
3.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른 뒤 마늘과 양파를 넣고 갈색 빛이 돌도록 노릇하게 볶는다.
4. 3에 토마토 홀을 넣고 중불로 가열하다가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15~20분 가량 더 끓인다.
5. 4에 소금, 후춧가루, 설탕을 넣어 간한 뒤 채 썬 바질 잎을 넣고 1분간 더 끓인다.
6. 오븐용 그릇 바닥에 5의 토마토소스를 골고루 바른 뒤 가지, 애호박, 토마토를 번갈아가며 빙 둘러 담는다.
7. 채소 위에 올리브오일 2큰술을 바른 뒤 오레가노와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다.
8. 7의 용기 윗면을 알루미늄 포일로 덮은 뒤 160도의 오븐에서 30-40분 가량 굽는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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