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화이트워싱' 논란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화이트워싱'은 소수인종인 원작 캐릭터, 혹은 실존 인물을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는 백인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원작 속 아시아인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으로 분했습니다. 서양인 치고 작은 체구를 지닌 스칼렛 요한슨의 모습이 쿠사나기 소령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평이 있는 반면, 몇몇 평론가들은 트위터에 '코스프레'에 불과하다는 악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화이트워싱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징기스칸>
<전송가>

화이트워싱 캐스팅은 할리우드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1956년 영화 <징기스칸>에서는 배우 존 웨인이 몽골형 콧수염을 붙인 채 징기스칸을 연기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배경이었던 영화 <전송가>(1957) 속 고아원 보모는 인도 출신 배우 카쉬피가 한복을 입고(!) 연기했어요. 당시 할리우드엔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죠.

할리우드엔 영향력 있는
유색인종 배우가 없다?
<데스 노트>

앞으로도 이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8월 북미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판 <데스 노트>가 있겠군요. '영향력 있는 유색인종 배우가 적어, 흥행 수익을 위해 인지도 있는 백인 배우를 캐스팅한다'는 게 보통 화이트워싱 논란을 빚은 영화 제작진들이 하는 변명입니다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임은 확실합니다. 오늘은 이처럼 화이트워싱 논란에 휩싸인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갓 오브 이집트, 2016
<갓 오브 이집트>는 이집트 신화 속 신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집트 신화를 그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혜의 신 토트를 연기한 채드윅 보스만을 제외한 나머지 주연은 모두 백인 배우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이집트 현지는 물론, 미국에서도 화이트워싱 논란이 거세게 일었죠. 스튜디오와 감독 양측 모두 이에 대해 사과했으나 캐스팅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2014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도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모세와 람세스의 대결을 그린 영화죠. 이 영화의 주연들 또한 모두 백인이었습니다. 모세 역은 크리스찬 베일이, 람세스 역은 조앨 에저튼이, 그들의 어머니 투야 역은 시고니 위버가 연기했죠. 리들리 스콧 감독은 "유명한 백인 배우가 없었다면 투자 유치와 영화 제작이 불가능했을 것"이라 밝히며 백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데 대해 해명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드래곤볼 에볼루션, 2009
<드래곤볼 에볼루션>은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주연엔 백인 배우 저스틴 채트윈과 에미 로섬, 제임스 마스터스 등이 캐스팅되었습니다. 백인들이 동양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원작을 망친(...) 케이스로 더 유명한 영화죠.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는 공식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원작과 다른 이야기로 생각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라스트 에어벤더, 2010
<라스트 에어벤더>는 미국 애니메이션 <아바타 아앙의 전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샤말란 감독의 흑역사로 손꼽히는 영화이기도 하죠. 원작 자체가 동양을 모티브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연 배우는 모두 백인이었습니다. 화이트워싱에 이어 인종차별 논란에 오르기도 했죠. 선한 역은 모두 백인 배우가 연기했고, 그들이 맞서는 악한 역은 유색 인종이 연기했습니다. 원작과는 너무 다른 설정이었네요.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2
오드리 헵번 주연작 <티파니에서 아침을>도 화이트워싱 논란에 올랐습니다. 극중 아파트 집주인인 일본인 유니오시를 백인 배우 미키 루니가 연기했죠. 뻐드렁니 분장을 하고 나타난 그는 매우 쪼잔하고 고지식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편견으로 얼룩진 아시아인의 모습을 답습한 캐릭터였죠.


오셀로, 1965
셰익스피어의 작품 '오셀로'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오셀로>에서 로렌스 올리비에는 주인공 오셀로를 연기했습니다. 그는 흑인 분장을 한 채 촬영에 임했죠. 당시 역량 있는 흑인 배우가 부족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전해인 1964년,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가 흑인 최초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죠.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2010
디즈니의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목에도 뙇! '페르시아'라고 나와있지만 주요 배역은 모두 백인이 연기해 화이트워싱 문제가 제기됐죠.


베네딕트 컴버배치 / 리카르도 몬탈반

스타트렉 다크니스, 2013
다양한 인종 캐스팅으로 호평을 받는 <스타트렉> 시리즈 또한 화이트워싱 논란을 빚었습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칸'은 슈퍼 파워 유전자를 지닌 인간입니다. 수년간 냉동 보존되어있다 깨어나 세계 정복을 꿈꾸는 캐릭터죠. 원작 속의 그는 인도인으로 묘사됩니다. 1982년 개봉한 <스타트렉2- 칸의 분노>에선 멕시코 배우 리카르도 몬탈반이 그를 연기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2016
틸다 스윈튼이 에인션트 원 역으로 캐스팅되었을 때 원작 팬들의 반발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원작 코믹스 속에서 에인션트 원은 티베트인 남성으로 설정되어있었죠. 제작진은 "중국 개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티베트인을 캐스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21, 2008
<21>은 실화 소설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소설이 담고 있는 실화 속 인물들은 대부분이 동양계 미국인이었죠. 주연으로 캐스팅 된 배우는 모두 백인이었습니다. 조연으로 동양인 배우들이 몇몇 등장하긴 했지만, 이 팀을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주역 인물 벤과 질은 백인 배우 짐 스터게스, 케이트 보스워스가 연기했죠.


팬, 2015
<팬>은 피터팬이 네버랜드에 막 도착한 당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터팬>의 프리퀄이라고도 할 수 있죠. 타이거 릴리는 네버랜드에 살고 있는 인디언 추장의 딸입니다. 조 라이트 감독은 타이거 릴리 역에 백인 배우 루니 마라를 캐스팅했죠. 북미 원주민 운동가들은 #NotYourTigerlily(타이거 릴리가 아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만들며 그녀의 캐스팅을 반대했습니다. 수천명이 워너 브라더스에 캐스팅을 번복하라고 탄원할 정도였죠.


론 레인저, 2013
<론 레인저>는 유명 미국 서부극 <론 레인저>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원작 <론 레인저>의 80주년 기념작이기도 했죠. 조니 뎁이 인디언 톤토를 연기했습니다. 개봉 당시 그는 인터뷰에서마다 자신이 체로키족의 혈통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에겐 탐탁치않게 받아들여진 게 사실이었죠. 역대 톤토 중 가장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는 제이 실버힐스였습니다. 그는 네이티브 아메리칸 출신의 배우였죠.


마션, 2015
<마션>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 NASA의 과학자 민디 파크 역에는 백인 배우 맥켄지 데이비스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원작 소설 속 민티 파크의 이름은 '민디 박'이었어요. 원작자는 한 인터뷰에서 그녀가 한국계임을 콕 집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죠.


아르고, 2012
<아르고>로 벤 애플렉은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연기와 연출, 모두 훌륭한 배우임을 증명했지만 화이트워싱 캐스팅이란 아쉬움을 남겼죠. <아르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벤 애플렉이 연기한 실존 인물 토니는 멕시코계 미국인입니다. 클리어 듀발이 연기한 인질, 코라 역시 일본계 미국인이었죠. 두 인물 모두 백인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알로하, 2015
엠마 스톤, 레이첼 맥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등 온갖 핫한 배우들이 모인 영화, <알로하>의 배경은 하와이입니다만.. 실제 하와이의 풍경을 담아내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와이 거주자들은 "백인은 하와이 인구의 30%만을 차지한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하와의 거주자의 99%가 백인인 줄 알 것"이라 밝히며 난색을 표했죠. 특히나 엠마 스톤이 연기한 잉 대위는 화이트워싱 캐스팅 논란에 휩싸이기 충분했습니다. 잉은 중국인 혈통 반, 하와이 원주민 혈통 반을 지닌 아버지와 스웨덴 혈통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정을 지닌 캐릭터였죠. 흠. 어머니를 너무 닮은 캐릭터였네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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