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왓슨의 신작 <더 서클>이 국내에도 공개됐습니다. <더 서클>에서 엠마 왓슨은 디지털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신입사원 메이를 연기합니다메이의 당차고 지적인 면모는 실제 엠마 왓슨의 캐릭터와도 퍽 어울리는데, 평범한 일반인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드문 엠마 왓슨이 어떤 모습으로 회사원을 연기하게 될 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에디터가 <더 서클>을 보기 전 작성한 포스트입니다.)

꿈에 부푼 신입사원의 모습. (아님)
넋나간 모습을 보니 출근길인 걸까요...? (아님)
영혼 없는 회의시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님)
메이가 회사 동기와 즐겁게 점심을 먹고 있다. (아님)

엠마 왓슨의 대표적 캐릭터라면, 아직은 역시 헤르미온느겠죠. 아마도 엠마 왓슨은 그를 보는 대중에게서 헤르미온느를 지워버리기란 영영 불가능할 겁니다. 헤르미온느는 에디터가 본 모든 영화 속 캐릭터 중에서도 손꼽게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한데요. 잠시 에디터의 추억팔이를 위해 해리포터 각 편에 등장한 헤르미온느의 면면부터 살펴볼게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2009)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2010),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2011)

해리 포터 시리즈가 막을 내릴 즈음 헤르미온느의 책 읽듯 똑 부러지는 말투 때문이었는지 연기력에 관한 구설도 나돌던 때라 대중은 엠마 왓슨이 헤르미온느 이상의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습니다. 순식간에 당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엠마 왓슨 자체에 대한 가십도 상당했죠. 엠마 왓슨의 이후 행보는 헤르미온느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공부했고, 집요정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헤르미온느처럼 페미니즘 이슈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활동에 앞장섰습니다. 

엠마 왓슨의 활동을 금수저의 외유 정도로 치부하며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엠마 왓슨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가진 것들을 두루 활용해 사회를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배우로서도 영화의 규모와 배역의 분량에 개의치 않고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려 노력한 듯 보입니다.

그래서 떠올려 봤습니다. 엠마 왓슨에게 헤르미온느 아닌다른 캐릭터는 무엇이 있었나!


<BBC> 채널에서 방영한 TV영화 <발레슈즈>(2007)입니다. 화석을 수집하는 노부부에게 입양된 세 소녀가 있습니다. 엠마 왓슨은 그 중에서 배우가 되길 꿈꾸는 첫째 폴린을 연기합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해리를 괴롭히는 버논 이모부를 연기한 리처드 그리피스가 여기선 소녀들을 거두는 너그러운 아저씨로 나온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엠마 왓슨이 한창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 중일 때 참여한 작품이라 TV영화임에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하네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2011)은 온전히 미셸 윌리엄스를 위한 영화였습니다. 엠마 왓슨은 마릴린 먼로(미셸 윌리엄스)의 의상팀 스탭으로 일하는 루시를 연기했습니다. 루시는 영화에서 두드러진 배역이 아니었고, 실제 출연 분량도 몇 분에 불과했지만 케네스 브래너, 주디 덴치, 토비 존스 등 훨씬 쟁쟁한 배우들이 작은 역할들을 맡아 우르르 출연한 작품이라 엠마 왓슨의 배역이 작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작인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도 출연합니다. 에디 레드메인은 마릴린 먼로와 일주일간의 휴가를 보내게 되는 조감독 콜린을 연기했는데, 영화 초반부엔 루시와 연애를 하는 듯 보입니다. 마릴린을 향해 위험한(?) 호감을 갖는 콜린에게 루시가 일침을 놓는 장면을 보면, 그보다 몇 년 앞서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가 친구들에게 뉴트 스캐맨더의 책 <신비한 동물사전>에 관해 한마디씩 했던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월플라워>(2012)는 방황하는 십대들의 성장을 담은 영화입니다. 유약한 소년 찰리(로건 레먼)로부터 사랑을 받는 소녀 샘을 엠마 왓슨이 연기합니다. 샘은 털털하고 상냥한 성격으로 혼자 다니던 찰리에게 친구가 되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도 합니다. 자신에게도 상처가 있지만 타인의 상처를 먼저 보듬어주려 하는 사려 깊은 소녀죠. 일찍 유명해진 탓에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복잡한 성장기를 거쳤을 엠마 왓슨에게도 적절한 배역이었습니다. 샘과 이복 남매인 패트릭을 연기한 에즈라 밀러는 그보다 훨씬 뒤에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흑화하는 크레덴스를 연기하게 됩니다. 에즈라 밀러는 실제로 굉장한 해덕(해리 포터 덕후)이죠. 그런 의미에서 <월플라워>에 엠마 왓슨과 함께 출연한 것을 몹시 기뻐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엠마 왓슨의 필모그래피에서 <블링 링>(2013)은 독특합니다. 인터넷으로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의 집주소를 검색해 털고 다녔던 십대들의 실제 이야기를 소피아 코폴라가 영화화했습니다. 엠마 왓슨 본인이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셀러브리티임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합니다. 엠마 왓슨은 <블링 링>에서 허영이 심한 파티걸 니키를 연기합니다. 레베카(케이티 창)의 제안으로 셀러브리티의 집을 터는 니키는 훔친 명품을 걸치고 파티를 전전, 구두와 가방은 내다팔고, 술과 약으로 점철된 밤을 보내는 악동입니다. 니키의 실제 인물은 이 일화를 책으로 써 진짜로 셀러브리티가 되었다네요. 인생 한방이네요. 똑순이, 모범생, 엄친딸의 대표주자였던 엠마 왓슨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캐릭터죠. 방송 카메라를 향해 알맹이 없는 사과를 내뱉는 니키의 마지막 멘트까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모습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디스 이즈 디 엔드>(2013)는 그 자체로 병맛 끝판왕인 영화라 등장하는 모든 배우와 상황이 전부 괴이하기 짝이 없고 내뱉는 대사도 온통 더러운 유머로 칠갑돼있죠. 난데없는 천재지변으로 지구가 초토화되고 제임스 프랭코의 집에서 파티 중이던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부분 몰살당합니다(!). 생존자들은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주인공인)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 조나 힐 등은 집에 숨어 있던 중 뒤이어 집으로 뛰쳐 들어온 엠마 왓슨과 조우합니다. 제임스 일행이 엠마 왓슨의 처우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농담으로 강간(!!) 얘기가 나오는데 엠마 왓슨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도끼를 들고 제임스 일행을 죽이려 듭니다. 그리고는 남아 있는 식량과 물을 들고 도망칩니다. 나중에 대니 맥브라이드가 헤르미온느가 우릴 다 털어갔다고 한숨 쉬는 장면이 정말 웃깁니다.


<노아>(2014)에서 엠마 왓슨은 어릴 때 노아(러셀 크로우)로부터 구조되어 노아의 맏아들 셈(더글러스 부스)의 연인이 되는 일라를 연기합니다. 배를 다쳐 임신을 하지 못하는 몸이었으나 신비한 힘을 가진 노아의 아버지 므두셀라(안소니 홉킨스) 덕에 아이를 가지게 됩니다. 인류를 멸망시키고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려던 노아는 아이의 존재에 격노하고 일라를 벌합니다. 어머니를 연기하는 엠마 왓슨의 모습이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월플라워>에 엠마 왓슨과 함께 출연한 로건 레먼도 노아의 탐욕스러운 둘째아들 함으로 출연합니다.


친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소녀가 형사(에단 호크)를 찾아오며 시작하는 영화인 <리그레션>(2015)에서 엠마 왓슨은 아버지를 고발한 소녀 안젤라를 연기합니다. 어려서부터 일가 친척과 동네 사람들의 폭력에 시달려왔고 수상한 종교 의식의 제물로 희생당할 뻔했다는 안젤라의 말에 따라 형사는 수사를 시작하지만 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과 지역 경찰들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칩니다. 엠마 왓슨의 출연작 중 표면적으로는 가장 어둡고 음울한 스릴러로, 엠마 왓슨도 트라우마가 상당한 인물을 연기하는 동안 무척 다양한 준비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늑대인간 리무스 루핀 교수를 연기한 데이빗 듈리스가 안젤라에게 최면요법을 행하며 수사를 돕는 레인즈 교수로 출연합니다.


칠레의 군부독재시기 정치범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콜로니아>(2015)의 감독 플로리안 갈렌베르거는 앞서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 <존 라베 난징 대학살>(2009)을 연출한 바 있습니다. 엠마 왓슨은 시위 중 콜로니아에 갇힌 연인 다니엘(다니엘 브륄)을 구하기 위해 제 발로 콜로니아로 들어가 탈출을 꾀하는 승무원 레나를 연기했습니다. 엠마 왓슨은 연인을 위해 스스로 고난을 선택하는 레나의 능동적인 모습에 반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미녀와 야수>(2017)는 언급해봤자 손만 아플 것 같습니다. 엠마 왓슨의 벨은 그 어떤 디즈니 공주보다 진취적이고 씩씩한 캐릭터였죠. 예쁨의 정도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매번 엠마 왓슨은 주체적이고 밝고 건강하여 어떤 역경도 스스로 헤쳐나올 수 있는 힘을 가진 캐릭터에 매료되는 것 같습니다.


에디터는 언제나 엠마 왓슨의 최고의 캐릭터가 헤르미온느이리라 생각하지만, 그의 다양한 행보를 보고 있자면 곧 그 리스트가 바뀌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더 서클> 이후의 작품 활동에 관해선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없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인물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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