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엘르 패닝, 콜린 파렐, 커스틴 던스트, 니콜 키드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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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당한 사람들

감독 돈 시겔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라르딘 페이지

개봉 197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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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초기, 제목과 캐스팅 명단만으로 일찌감치 에디터를 매혹한 <매혹당한 사람들>이 9월 6일 개봉했습니다. 1971년에 만들어진 동명의 원작과 비교해서 보아도 무척 흥미로운데요. 어떤 점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 스포일러 주의! <매혹당한 사람들>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결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프닝의 차이

1971 남북전쟁 시기의 사진들과 북소리로 시작합니다. 폭발음 등 한껏 격앙된 전장의 소음이 들려오는데요. 군가를 부르는 군인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문을 연 영화는 곧 에이미(파멜린 페르딘)와 존(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만남을 묘사합니다. 존은 에이미에게 갑자기 입을 맞추며 영화 전체의 섹슈얼 무드를 예고합니다. 한편 저택 안에서 프랑스어 공부를 하던 아비가일(멜로디 토마스 스콧)양키군(북군)이 진격하면 우리를 모두 겁탈할 거래요라고 말하는 장면 직후에 바로 저택으로 들어가는 존의 모습을 비춘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2017 울창한 숲을 헤치고 버섯을 찾고 있는 에이미(우나 로렌스)에게 주목합니다. 곧이어 에이미의 흥얼거림이 들려오고 에이미와 존(콜린 파렐)이 조우합니다. 존은 겁먹은 에이미를 향해 자상한 목소리로 자신의 두려움을 피력합니다. 에이미의 반응은 마치 모험의 동지를 얻은 듯하고, 잠시 뒤 기절한 존은 의식을 잃고 여자들에 의해 침대에 눕혀집니다.


공간과 빛의 쓰임

1971 넓은 정원을 가진 숲 속의 대저택입니다. 외출이 가능한 사람은 오로지 교장 마사(제랄딘 페이지)뿐입니다. 마사는 외출하며 (내연 관계에 있던) 친오빠 마일스(패트릭 컬리턴)를 생각합니다. 정원과 창고 등 저택 밖에서의 생활이 묘사되고, 조도의 차이는 낮과 밤으로 나뉘어집니다. 영화는 여자들이 합심해 활짝 열린 저택 현관 밖으로 바디백을 옮기며 끝납니다.   

2017 원작과 거의 비슷한 양식이지만 조금 더 장식적이고 화려한 저택입니다. 문은 언제나 굳게 닫혀 있고 집을 나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상하리만치 고립된 분위기를 유지하고요. 초반부에 밝고 활기 있었던 조도는 심각해지는 상황에 따라 점점 어두워집니다. 원작과 달리 여자들이 바디백을 저택 현관 밖에 내놓은 채 그들끼리 정원에서 뭉쳐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카메라는 현관 밖에서 창살 안쪽, 더욱 견고해진 그들의 공동체를 비추고 있습니다.


존의 캐릭터 변화

1971 1860년대에 흔했을 지독한 마초입니다. 저택 앞에서 쓰러져 여자들의 힘으로 계단 위에 옮겨지는 와중에도 존은최고로 아름다운 남부 연합군에게 항복한다고 농을 치죠. 의식을 찾자마자 여자들에게 자신이 겪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저택을 뒤흔든 사건 이후, 다리가 부러져 기절하는 와중에도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2017 영화 속 유일한 남성으로서 근사한 매력을 갖추고 있지만, 태도는 훨씬 현대적이고 부드럽습니다. 원작과 달리 능글맞은 신사에 가까운데요. 존은 여자들 각자의 욕망을 부추기는 존재로 기능합니다. 원작보다 다정하고 세심한 태도로 여자들의 귓가에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숨은 욕구를 건드립니다. 동시에 기만적입니다. 겉으로는 신사인 양 행동하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들을 우스워하며 어떻게 여자들을 이용할지 궁리하는 교활한 모습도 보입니다.


여성들의 태도 변화

1971 개별적인 성적 욕망에 충실합니다. 존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교장 마사와 젊은 교사 에드위나(엘리자베스 하트먼), 학생 캐롤(조 앤 해리스)은 각자 존을 유혹하며 존과의 성적 유희를 상상합니다. 에드위나는 당시 분위기에 맞게 학생들에게 고정적 성역할을 교육하고, 본인 또한 이에 순응합니다. 나이가 그리 차이 나 보이지 않는 에드위나와 캐롤의 갈등도 전면에 그려집니다. 큰 사건 이후 여자들이 꾸미는 존의 살해 공모는 마사의 주도 하에 이뤄집니다.

2017 여자들끼리의 견고한 공동체를 지키는 동시에 개인적인 욕망에 충실하며 인물의 의중이 보다 복잡하게 그려집니다. 여자들의 욕구는 존을 향한 성욕만이 아닙니다. 마사는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며, 에드위나는 저택을 벗어나고 싶어하고, 알리시아는 어른의 성숙함을 동경합니다. 존과의 관계를 다지는 것은 여자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진짜 욕구를 발견하고 확인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자들은 공동체의 규칙을 엄격히 따르면서도 각자의 의견을 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 캐릭터가 훨씬 상세하게 보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상류층 백인 여성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마사(니콜 키드먼)와 에드위나(커스틴 던스트)는 의뭉스럽고 성숙한 어른으로 묘사되며 상대적으로 (원작에서 캐롤 역인) 알리시아(엘르 패닝)는 성인 여성을 질투하는 어린애처럼 표현됩니다. 존의 살해 공모는 제법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각자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원작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어린 소녀들의 역할도 주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1971년작.
2017년작.

그 밖에 리메이크하는 동안 흑인 하녀 할리(매 메르세)의 캐릭터, 마사와 마일스의 부적절한 관계 묘사가 지워졌습니다. 원작에서는 은신 중인 존이 수차례 남군에게 발각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다리를 치료하는 과정이 상세하게 연출되는 등 스릴러로서의 긴장이 가득했는데요. 리메이크 영화는 상황보다 인물에 더욱 집중한 듯합니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놓지 않으려는 소피아 코폴라 특유의 미술도 보는 맛을 돋웁니다. 원작과 비교해서 감상하시면 영화가 훨씬 풍부하고 흥미로울 겁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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