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화 페이지에서 <가든 스테이트>의 장르는 '코미디·드라마'로 분류돼있다. 코미디가 맨 앞에 있는 이 분류를 믿고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고른 이들은 앤드류(잭 브라프)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반전의 웃음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어머니가 목욕을 하다 익사를 했다"는 기묘한 전화를 받는 장면에선 '역시'란 생각을 하며 자신의 선택을 자찬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사람들은 폭소 대신 흐뭇한 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비록 마냥 '웃긴' 영화는 아니지만 기분 '좋은' 영화를 한 편 만나게 됐으니까.

앤드류

앞서 언급한, 믿기지 않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9년 만에 고향 '가든 스테이트'로 돌아가는 앤드류. TV에 나오는 탤런트이자 베트남 음식 식당의 웨이터로 일하는 앤드류는 표정이 없고 웃음이 없다. 고향을 떠난 뒤로 늘 외로움 속에서 지내왔다. 9살 때부터 26살 때까지 매일 우울증 치료제인 리튬을 복용하며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다. 어머니의 비보를 듣고도,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도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고향에서 며칠 지내며 생각을 정리하려던 앤드류 앞에 샘(나탈리 포트먼)이 나타난다. 9년 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도 무미건조한 인사를 나누던 앤드류에게 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샘을 만나며 앤드류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앤드류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일삼는 샘의 모습을 보며 앤드류 역시 삶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 앤드류와 샘은 모두 쉽게 말할 수 없는 상처를 갖고 있었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동화된다. 앤드류의 어머니가 왜 목욕을 하다 죽게 됐는지, 샘이 왜 이상한 헬멧을 갖고 다니는지를 영화는 차근차근 보여준다.

영화에는 큰 갈등이나 사건이 없다. 딱 앤드류가 보여주는 감정변화만큼의 파고를 가지고 이야기는 흘러간다. 조용한 위로 같은 영화다. 가끔씩 엉뚱하게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있지만 이를 코미디 영화라고 부를 만큼은 아니다. 대신에 영화를 더 오래 기억하게 하는 건 음악이다. 앤드류와 샘이 처음 만난 날, 샘은 앤드류에게 신즈(The Shins)의 음악을 들려주며 "이 노래 들어봐. 인생을 바꿔줄 거야"라고 얘기한다. 샘은 일찌감치 음악의 위대함을 알고 있었다(그의 방에는 턴테이블과 카세트데크가 있었다). 앤드류가 샘에게 "너와 있으면 편안해. 집에 온 것처럼"이라 고백하는 순간에 흘러나오는 아이언 앤 와인의 'Such Great Heights'는 그 순간의 공기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Iron and Wine - Such Great Heights


보통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영화음악 작곡가가 만드는 스코어 위주의 음반과 기존의 노래를 선곡한 음반으로 나뉘는데 <가든 스테이트>는 후자의 가장 좋은 예에 속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신즈와 아이언 앤 와인뿐 아니라 콜드플레이, 닉 드레이크, 사이먼 앤 가펑클, 제로 7, 씨버리 코퍼레이션 등의 반짝이는 싱글들이 한 장의 앨범에 가득하다. 단순히 수록돼있는 것이 아니고 영화 안에서 각각의 장면을 더 빛나게 해준다. 영화를 보지 않고 그저 사운드트랙만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테지만, 영화가 주는 조용한 위로를 받고 음악을 듣는다면 그 느낌은 또 다를 것이다.

 


김학선 / 대중음악 평론가


재밌으셨나요? 내 손 안의 모바일 영화매거진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더 많은 영화 콘텐츠를 매일 받아볼 수 있어요. 설정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배너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