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10년 전, 20년 전 이맘때 개봉했던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재개봉하면 당장이라도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고 싶은 그런 영화들을 선정했다. 이름하여 ‘씨네플레이 재개봉관’이다.
콘택트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맥커너히, 제임스 우즈, 존 허트 개봉 1997년 11월 15일 상영시간 145분 등급 12세 관람가
- 콘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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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맥커너히
개봉 1997 미국
20여 년 전에 개봉한 영화를 다시 본다.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시간여행은 SF영화의 단골 소재다. 다른 단골 소재는 <콘택트>가 다루는 외계인이다. 우주에는 정말 우리 지구인만 존재할까. 다른 지적 생명체는 없을까. 만약 1000억 개가 넘은 은하들의 수천억 개 별들에 정말 비활성 기체와 탄소 화합물밖에 없다면? <콘택트>의 주인공 엘리(조디 포스터)의 아버지의 말처럼 그건 엄청난 공간 낭비일 테다.
<콘택트>를 다시 보면서 다른 SF영화들이 떠올랐다. <콘택트>를 설명하기 좋은 영화 혹은 같이 보면 좋은 영화들이다.
<콘택트> 대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를 재밌게 봤다면 <콘택트>를 다시 볼 이유가 충분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개봉했을 때 많은 글들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과학적 고증이 뛰어났다는 이유로 영화를 칭찬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때 <인테스텔라>와 함께 <콘택트>가 자주 언급됐다.
천체물리학자 킵 손의 고증을 통해 구현된 <인터스텔라>의 블랙홀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감탄했다. 어쩌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을 보는 것만으로도 SF영화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다.
인류가 거주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는 거대한 스케일은 아니지만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기 위해 애쓰는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콘택트>에서도 SF영화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할 영화에서 그 이유를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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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개봉 2014 미국, 영국
<콘택트> 대 <코스모스>
<콘택트>의 첫 장면, 우주에서 지구를 비추는 화면은 온갖 주파수가 쏟아내는 음성과 음악, 소리를 담고 있다. 카메라가 줌아웃하듯 점점 지구에서 멀어진다. 이때 소리는 줄어든다. 태양계, 우리 은하를 지나 얼마나 먼 우주인지 알 수 없는 곳까지 다다르다가 화면은 자연스레 어린 엘리의 눈동자로 전환된다. 이런 장면 어디서 본 것 같다. 2014년 방영된 내서널지오그래픽채널의 TV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봤다. 우준선을 타고 미지의 행성을 탐험하는 것 같다가 줌아웃이 되면서 인간의 눈동자를 보여준다. 또 거대한 우주 공간 역시 인간의 눈동자처럼 보이는 화면이 <코스모스>의 타이틀 시퀀스에도 등장한다. <코스모스>는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1980)의 리메이크 혹은 리부트 버전이다. 바로 칼 세이건이 <콘택트>의 원작 소설을 썼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 <코스모스>의 저자이기도 한 칼 세이건이 쓴 소설이 원작이라면 <콘택트>가 과학적 고증에 치밀할 수밖에 없다. <콘택트>는 외계 지적생명체의 전파신호를 연구하는 실제 프로젝트인 ‘SETI’를 소재로 한다. SETI는 <인터스텔라>에 참여한 킵 손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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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라논 브라가, 앤 드루얀
출연 닐 디그래스 타이슨
개봉 2014 미국
<콘택트> 대 <맨 프럼 어스>
칼 세이건이 창조해낸 과학의 세계인 <콘택트>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신학자이자 작가인 팔머(매튜 맥커너히)다. 외계에서 포착한 신호를 해독하는 문제에 대해 각 기관의 대표가 토론하는 자리에서 갑론을박이 오간다. “그 외계 생명체가 신을 믿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며 답답한 표정을 짓는 엘리의 뒤로 조용히 팔머가 들어온다. 엘리를 비추던 카메라가 슬쩍 방향을 틀어 팔머가 화면 안에 들어오면 팔머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팔머로 대변되는 신학은 엘리로 대변되는 과학과 대립한다. 외계의 신호를 포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거대한 라디오파 망원경이 있는 뉴멕시코에 모여 찬송가를 부른다. 지구는 혼돈에 빠진다.
과학과 신학의 대립을 다룬 <콘택트>을 보며 떠올린 영화가 있다. <맨 프럼 어스>다. 1만 4000년 동안 살았다고 동료들에게 고백하는 대학교수 존(데이빗 리 스미스)의 이야기가 전부인 이 영화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더 충격적일 것이다.
- 맨 프럼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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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처드 쉔크만
출연 존 빌링슬리, 엘렌 크로포드, 윌리엄 캇, 애니카 피터슨, 리차드 리엘, 데이빗 리 스미스, 알렉시스 소프, 토니 토드
개봉 2007 미국
<콘텍트> 대 <컨택트>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다룬 다른 영화로 <컨택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는 갑자기 등장한 외계의 우주선에 있는 외계 생명체와 대화를 시도하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아담스)가 주인공이다. 사실 <컨택트>의 원제는 ‘Arrival’(도착)이다. 이 영화의 국내 개봉 제목이 ‘컨택트’가 된 것은 <콘택트>의 영향임이 분명하다.
<콘택트>에서 비롯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컨택트>의 분위기는 <콘택트>와 꽤 다르다. <컨택트>는 영화의 시작부터 등장한 외계인과의 대화에 집중한다.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는 음울해 보이기도 하고 기괴해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섬뜩하기도 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이런 묘한 분위기와 음악이 <컨택트>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와 달리 <콘택트>는 아직 만나지 않은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앞두고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뭔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면 백악관부터 찾는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과학자, 정치가, 행정가 등이 어떤 결정을 할지를 놓고 우왕좌왕한다.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은 종교, 정치, 경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영화 속에 뉴스 클립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컨택트>보다 좀더 현실적인 분위기다.
- 컨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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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에이미 아담스, 제레미 레너, 포레스트 휘태커
개봉 2016 미국
SF영화의 존재 이유
엘리는 지원이 끊긴 자신의 프로젝트를 이어가기 위해 투자자들을 만난다. 이 자리에서 엘리는 프리젠테이션을 듣던 투자자에게 자신의 프로젝트가 “마치 사이언스 픽션 같다”는 말을 듣는다. ‘그게 말이 되냐’는 뜻이다. 엘리는 흥분한다. "어떤 남자 둘이 비행기란 걸 만들려고 했다, 음속 장벽을 깨는 건 어떠냐, 달에 가는 로켓, 화성 탐사도 사이언스 픽션 같지 않냐"고 되묻는다. 지금은 현실이 됐지만 과거에는 모두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치부되던 일들이다.
SF영화를 보는 이유를 엘리의 말에서 찾아보면 좋겠다. 어쩌면 <콘택트> 혹은 <컨택트>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전 우주에서 지구인들이 유일한 생명체라면 그건 엄청난 공간 낭비이기 때문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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