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전화센터 요원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더 콜>(왼쪽)과 <더 길티>.

112, 119에 전화를 해본 적이 있나? 장난전화 말고. 경찰이나 소방관을 불러야 하는 일은 되도록 없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꼭 전화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덴마크 영화 <더 길티>는 경찰 긴급신고센터에서 근무 중인 경찰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여담이지만 덴마크에서도 국내와 같은 112번을 긴급전화번호로 사용한다. 아스게르는 어떤 사건으로 자신의 재판을 하루 앞두고 있다. 재판이 무사히 끝나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 무료한 긴급신고센터 근무의 마지막날, 그는 한 여성의 전화를 받는다. 한동안 말 없이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자신이 납치됐다고 말한다. 아스게르를 여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 길티>

<더 콜>

<더 길티>의 시놉시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영화가 있다. 2013년에 개봉한 할리 베리 주연의 <더 콜>이다. 할리 베리는 911센터에 근무하는 조던을 연기한다. <더 콜>에서도 누군가에게 납치된 10대가 등장한다. 조던은 그녀를 구하려 한다. 비슷한 소재와 컨셉의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길티>와 <더 콜>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전화 소리의 효과

<더 콜>의 911센터 전경.

<더 길티>의 주인공이 사용한 헤드셋.

전화는 여러 소리,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 숫자 버튼을 누룰 때 들리는 소리, 신호가 가는 소리 등이 있다. <더 길티>와 <더 콜>에서는 이것보다 더 다양한 전화 사운드가 등장한다. 두 주인공은 헤드셋을 사용한다.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에서 콜이 들어오면 통화 버튼을 누른다. “삐빅~”(더 길티) 혹은 “삑~”(<더 콜>)하는 통화 연결 전자음도 추가해야 한다. 전화가 끊길 때도 특정한 사운드가 들린다. 두 영화 모두 초반에는 이 소리들이 끊임 없이 들린다. 관객들은 이 사운드에 점점 익숙해진다.

모니터 속 정보의 효과

<더 길티>(맨 위)와 <더 콜>(위) 속 주인공이 보는 모니터 화면은 관객에게도 많은 정보를 준다.

소리와 함께 두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긴급전화센터 요원이 사용하는 컴퓨터 화면이다. 모니터 속에는 지금 전화하는 사람이 누군지, 어디 있는지 휴대전화 GPS 정보 등을 보여준다. 관객들이 이 정보를 볼 수 있다. 이 화면 속 정보는 위에 언급한 소리와 함께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길안내를 하는 요소다. 마치 내가 그들의 동료가 된 것 같은 그런 동질감을 형성하게 만든다. 이들이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초반에 아스게르와 조던은 쉽게 처리할 수 사건을 접수받고 이를 해결한다. 이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될 참이다.

들려주기와 보여주기의 효과

<더 길티>와 <더 콜>이 갈리는 가장 큰 지점은 들려주기와 보여주기다. 부연이 필요할 것 같다. <더 길티>는 들려주기 즉 사운드를 선택했다. 관객은 영화 내내 아스게르만 볼 수 있다. 나머지 상황은 아스게르의 수화기, 정확히는 헤드셋 너머 소리로만 존재한다. <더 콜>은 전략이 다르다. 조던과 납치된 소녀 케이시(아비게일 브레스린)이 교차돼 보여진다. 이 차이는 아주 다른 효과를 불러온다.

<더 길티>의 주인공과 관객은 오로지 소리만으로 사건을 유추할 뿐이다.

들려주기: 사운드의 증폭 혹은 묵음

오직 소리로만 사건을 이끌어가는 <더 길티>는 답답한 영화다. 관객은 물론 주인공도 지금 납치된 사람, 범인을 볼 수 없다. 그 답답함은 스릴러 영화의 필수요소인 (일반적인 의미의) 서스펜스의 부재가 원인이다. 관객이 알고 있는 정보를 영화 속 주인공은 모르는 상황은 <더 길티>에 존재하지 않는다. 서스펜스를 포기한 <더 길티>는 어떻게 긴장감을 발생시킬까. 소리의 증폭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더 길티> 속 덴마크에는 비가 오고 있다. 차를 타고 이동 중인 납치된 여자의 전화 속에서는 빗소리, 와이퍼가 움직이는 소리, 엔진음이 아주 크게 들린다. 화면은 아스게르의 바짝 집중한 얼굴을 보여준다. 관객도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감독이 의도한 것이다. 납치된 여자의 집을 수색하는 경찰과의 통화에서는 발자국 소리, 문을 여는 소리가 강조된다. 반대로 소리가 사라질 때도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아스게르와 관객이 예상치 못한 새 국면이 펼치는 상황이 생길 때가 그렇다. 말그대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말문이 막힌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더 길티>의 구스타브 몰러 감독은 사운드로 저글링을 하는 사람 같다. 이 저글링은 위태위태해서 더 긴장된다. 그러므로. <더 길티>는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이고, <콰이어트 플레이스>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팝콘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더 콜>은 일반적인 스릴러의 법칙에 근거한 전략을 사용한다.

보여주기: 전통 스릴러의 접근법

<더 콜>의 긴장감은 보여주기에서 발원한다. 사운드는 2차 요소다. 관객은 케이시를 납치한 범인을 이미 봤다. 케이시가 혼자 트렁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더 콜>은 다양한 이미지와 사운드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범인과 피해자의 공간, 조던이 있는 911센터, 범인의 차를 추격하는 경찰, 헬기 항공 촬영 화면 등을 교차로 보여준다. 이 화면을 연결하는 것이 조던이 케이시와 하는 통화, 조던이 경찰에게 전달하는 무전 내용이다. 사이렌 소리와 긴박한 무전 음성은 관객에게 익숙하다. 그와 동시에 겁에 질린 피해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 되면 낙담한 조던의 얼굴이 보인다. 그 뒤 배경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나이 많은 동료도 슬쩍 끼워넣었다. <더 콜>의 브래드 앤더슨 감독은 안정적인 전략을 선택했다. 말하자면 전통적인 스릴러 문법을 사용한다. 피해자를 구하지 못한 조던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 구조를 만든 것도 비슷한 전략 같다. 전통적인 스릴러 장르의 문법이 후반으로 갈 수록 더 많이 보인다. 심지어 조던은 911센터를 벗어나 직접 범인을 추격한다.

<더 길티>

덴마크와 할리우드의 감성

두 영화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한 걸까. 단순히 덴마크와 할리우드의 감성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렛 미 인>이라는 영화의 스웨덴 버전과 할리우드 버전을 본 사람들은 이 차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독특한 컨셉의 영화를 잘 만드는 것 같다. 하나 아이러니한 점은 몰러 감독이 이 영화를 착안하게 된 계기가 미국 볼티모어 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담은 911센터 통화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두 영화의 차이를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즉, 영화 제작에 들어간 자본의 크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라는 말이다. 파격적으로 실험적인 접근법의 <더 길티>와 안정적인 전략의 <더 콜>. 두 영화는 벌어들여야 할 돈의 차이가 꽤 클 것이다.

제이크 질렌할(왼쪽)과 구스타브 몰러 <더 길티> 감독.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리메이크

<더 길티>를 설명하기 위해 <더 콜>이라는 영화를 불러왔다. 비슷한 소재의 <더 콜>과 비교하면 <더 길티>가 얼마나 독특한 영화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더 길티>의 이 독창성은 제34회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게 만들었다. 존 조가 출연한 <서치>가 받은 그 상이다. 또 한 사람. 제이크 질렌할이 이 영화에 매료됐다. 그는 리메이크 영화의 주연과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