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사람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게 되는 걸까. 10월 1일 기준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영화와 드라마 모두 강렬한 범죄로 지금까지도 구설에 오르고 있는 인물들을 내세운 작품이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 기준으로도 〈유나바머: 비밀 실험〉은 47개국에서 1위를 석권했고,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2주째 1위를 달성했다.
영화 〈유나바머: 비밀 실험〉은 유능한 수학자였으나 이후 16번의 폭탄 테러를 일으킨 ‘유나바머’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1892년, 한 귀족 가문의 하녀 리지 보든이 살인죄로 고발된 사건을 다뤘다. 이렇게 넷플릭스 1위를 장식(?)한 두 ‘범죄자’의 이야기를 각각 살펴본다.

〈유나바머: 비밀 실험〉은 앞서 말했듯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일으킨 폭탄 테러 사건의 하나로 오프닝을 연 영화는 이윽고 조앤 밀러(쉐일린 우들리)에게 그 바통을 넘긴다. 1995년, 연이은 폭탄 테러를 일으킨 유나바머는 장문의 ‘성명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성명문이 언론사 1면에 실리면서 유나바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FBI. 그러나 조앤 밀러 요원은 모든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1958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헨리 머레이(러셀 크로)의 수업을 드는 테드 카진스키(제이콥 트렘블레이)는 머레이의 제안으로 어떤 실험의 피험자가 된다.
유나바머가 되기 전의 시어도어 카진스키와 유나바머를 잡고자 하는 조앤 밀러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유나바머: 비밀 실험〉은 범죄자 본인의 연대기라기보다 그에 관한 어떤 가설을 부각하는 편이다. 바로 카진스키가 ‘MK 울트라’의 영향으로 정신적 붕괴를 겪었다는 가설이다. 이 MK 울트라는 미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심리 실험으로 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세뇌하는지를 연구한 실험이다. 카진스키 본인은 생전 MK 울트라 실험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조기 입학으로 아직 10대였던 그가 MK 울트라 시험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그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영화는 이렇게 미스터리를 쫓는 스릴러와 심리적 변화를 겪는 드라마를 병행 배치함으로써 ‘유나바머’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어떻게 보면 범죄자 본인이 반박한 가설을 옮겼다는 점에서 조금 찝찝한데, MK 울트라라는 비밀 실험이 미국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불신을 남긴 사건인지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구절이라고 볼 수 있다. FBI와 범죄자의 이야기를 병행하는 점에서 마치 〈양들의 침묵〉처럼 단순한 범죄 사건 묘사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려는 야심을 엿볼 수 있다.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최근 넷플릭스가 밀고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 ‘괴물’ 연작 중 하나이다. 2022년 〈다머〉, 2024년 〈괴물: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 2025년 〈괴물: 에드 게인 이야기〉에 이은 2026년 신작이다. 다만 이전 작품들과의 차이라면 명백하게 범죄 사실이 확인된 전작 인물들과 달리 일단은 무죄 판결을 받은 인물 리지 보든을 내세웠다는 것. 드라마는 그가 진범이라고 상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리지 보든(엘라 비티)은 아빠 앤드류(찰리 허냄), 새엄마 애비(레베카 홀)와 한집에서 살고 있다. 부유한 환경은 이 가족이 꼭 화목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버지 앤드류는 가족에게 무관심하고 새엄마 애비는 강압적인 교육 방식으로 손찌검까지 한다. 이런 저택에서 억압받으며 살던 리지 앞에 새로 고용된 하녀 브리짓(비키 크리엡스)이 나타난다. 브리짓이 리지에게 이런 환경은 결코 리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충고하면서 두 사람은 기묘한 연대를 하게 된다.

그동안 현대 살인마들의 이야기를 다룬 ‘괴물’ 연작은 리지 보든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근대로 진입한다. 과학수사가 제대로 정착하기 전인 1890년대를 배경이고, 사건 자체가 미제로 끝났기에 상대적으로 이전 작품들보다 한층 더 과감한 각색으로 사건을 풀어낸다. 과거 2019년 영화 〈리지〉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바로 시대가 여성을 억압했다는 시선을 더한다.
이전 작품에서도 또 다른 살인마의 등장을 예고하듯 비췄던 ‘괴물’ 연작은 〈괴물: 리지 보든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한다. 가족의 무관심과 억압에 억눌려 끝내 살인을 하고 만 리지 보든처럼 시대의, 혹은 주변 환경의 위험 속에서 범죄자가 된 인물들을 거론한다. 때문에 이번 작품은 과한 각색으로 비판을 듣고 있긴 한데, 그럼에도 역시 2주째 1위라는 성적을 기록하며 넷플릭스가 새 먹거리로 열심히 밀고 있는 이유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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