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열고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의 막을 올렸다.
올해 부국제는 그간 수요일이던 개막일을 하루 앞당겨 화요일에 문을 열었다. 관객의 방문과 관람이 개막 첫 주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한 변화였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은 상영 회차도 하루 4회에서 5회로 늘렸다. 관객이 보다 다양한 작품을 폭넓게 고를 수 있도록 판을 키운 셈이다. 이날 개막식은 오후 6시 네이버 치지직을 통해 단독 생중계됐고, 현장을 찾지 못한 관객들도 온라인으로 개막의 순간을 함께했다.

이번 개막식은 배우 김민하의 진행으로 문을 열었다. 이번 영화제 개막식에서는 세계적인 배우 양자경과 중화권 영화의 거장 허안화 감독이 나란히 주요 상을 휩쓸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인물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배우 양자경이 차지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글로벌 무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양자경은 이날 개막식 무대에 직접 올라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현장에 참석한 영화 관계자들과 관객들은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그의 업적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부국제는 올해 특별기획 프로그램 ‘모든 시간 모든 곳의 양자경’을 마련해 그의 영화 세계를 조명한다.

부국제와 샤넬이 공동 제정한 ‘2026 까멜리아상’의 영예는 홍콩영화 뉴웨이브의 거장 허안화 감독이 안았다. 까멜리아상은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여성 영화인의 창작과 성취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부산의 시화이자 샤넬의 설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좋아했던 꽃인 ‘동백꽃’에서 영감을 받아 제정됐으며, 2024년 한국의 류성희 미술감독과 2025년 대만의 실비아 창이 앞서 이 상을 받았다.
관객과 영화인들의 박수 속에 무대에 오른 허안화 감독은 “이 상을 주신 샤넬과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드린다”며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영화를 만드는 일이 점점 쉽지 않아진 지금 까멜리아상을 받게 되어 더욱 뜻깊다”고 소회를 밝혔다.
허안화 감독의 이력은 그 자체로 홍콩영화의 역사였다. 1979년 장편 데뷔작 〈풍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장편영화 27편과 장편 다큐멘터리 2편을 연출했다. 홍콩금상장영화제 감독상을 여섯 차례, 금마장영화제 감독상을 세 차례 받았다. 특히 〈여인사십〉(1995)과 〈심플 라이프〉(2011)로 홍콩금상장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또 2012 아시아필름어워즈 평생공로상, 2014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2020 베니스국제영화제 평생공로상(명예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거장으로 이름을 새겼다.

올해 부국제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9편을 포함해 59개국 총 316편을 준비했다.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부산 시내 8개 극장, 31개 스크린이 상영관으로 마련됐다. 해외 영화인들의 방문 소식도 잇따랐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이자 감독 매기 질렌할은 이번 영화제로 처음 한국 방문 일정을 잡았고,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 알폰소 쿠아론,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샤를로트 갱스부르도 부산행 소식을 알렸다.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꾸렸다. 고 안성기 배우가 한국영화에 남긴 발자취를 기리는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 일본 애니메이션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 광기의 걸작, 전율의 기대작 12+1’을 마련했다. 담론의 장도 펼쳤다. 영화제는 개막 사흘째인 8일부터 11일까지 영상산업센터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포럼 비프’ 일정을 잡았다. 올해 포럼은 ‘동시대 영화의 가능성을 말하다’를 화두로 정했고, 급변하는 산업과 기술, 정책 환경 속에서 영화가 놓인 현재를 짚는 자리로 기획됐다. 커뮤니티비프와 동네방네비프는 부국제가 처음 시작된 남포동을 비롯한 부산 전역은 물론 양산과 서울까지 무대를 넓혔다.
아시아 영화·콘텐츠 산업의 비즈니스 플랫폼인 제21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도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리도록 일정을 확정했다. 7개 부문에 걸쳐 총 64개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올해 처음 마련한 주빈국 프로그램에는 태국이 참여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15일까지 영화의전당 및 부산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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