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공각기동대>가 예고편을 발표하고 나서,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화했던 대부분의 영화, 특히 SF/판타지 장르의 실사영화는 거의 모두 처절하게 망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엔 미이케 다카시 감독마저 <테라포마즈> 실사화에 실패했다. 폭망한 만화원작 영화들을 돌아본다.
드래곤볼 에볼루션 (2009)
기획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프로듀서가 주성치. 감독은 <데스티네이션>으로 새로운 공포영화를 제안했으며, 이연걸 주연의 <더 원>으로 무협과 SF의 가능성을 증명한 제임스 왕이었다. <우주전쟁>에서 톰 크루즈의 아들로 나왔던 저스틴 채트윈이 손오공, <오페라의 유령>의 에미 로섬이 부르마였다. 무천도사에 주윤발, 야무치에 박준형 등 아시아 스타들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결론은 역대급 폭망. 미국식 청춘영화 포맷에 수준 이하의 CG를 얹은 애매한 작품이었다.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벤 램지’는 그동안 전 세계 드래곤볼 팬들에게 수없이 많은 항의를 들어야 했다. 은둔생활에 가까운 7년이 흐르고 그는 올해 들어 세계적인 드래곤볼 덕후 ‘데렉 파둘라’의 사이트에 절절한 공식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진격의 거인 파트 1 (2015)
망작이 되는 패턴이 두 가지인데, 소심하게 원작을 따라가면 ‘코스프레 쇼’라고 욕먹고, 무리하게 원작을 벗어나면 ‘원작 파괴’라고 욕먹는다. <진격의 거인 파트1>은 후자다. 여러 가지 메타포가 숨어있는 ‘벽’과 그 바깥세상에 대한 설정을 단순화시켰고, 캐릭터들의 묘사엔 깊이가 없었다.
심지어 연기의 신 ‘쿠니무라 준’도 이 영화를 구원하지 못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원작자의 극우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비난을 받아, 개봉 당시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후속작인 <진격의 거인 파트 2> 역시 폭망의 길을 걸었다.
최종병기 그녀 (2006)
여자친구가 첨단 병기라는 황당한 설정의 SF지만, <최종병기 그녀>는 본질적으로 순정만화다. 작화부터가 이미 소녀소녀한 터치로 가득하고 인물 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패착은 캐스팅에 있다. 일단 보호 본능을 자극해야 할 여자 주인공 ‘치세’ 역의 ‘마에다 아키’가 살짝 체중조절에 실패. 보호를 안 해줘도 될 것 같은 건장한 느낌으로 출연한다. 고등학생이라기보다는 이모 같달까. 원작에서 무뚝뚝하면서도 은근 섬세했던 남자친구 슈우지 역은 ‘쿠보즈카 슌스케’가 맡았는데, 폭주족의 중간보스 같은 마스크 때문인지 ‘츤데레’가 아니라 그냥 불량배 같다. 한때, <협녀, 칼의 기억>의 박흥식 감독이 국내에서 영화화를 시도하다가 좌초된 적이 있는데,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독수리 오형제 (2013)
일본 SF 만화는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자칫 ’80년대 특촬물’ 같다는 비판을 듣기 쉽다. <독수리 오형제>는 그런 비판을 피하고자 G요원들의 코스튬을 세련되게 바꾸었다. 그러나 ‘세련된 코스튬을 입은 특촬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폭망. 세련되거나 말거나 일단 여성 캐릭터 ‘준’ 역의 코스튬이 미니스커트가 아니라 전신타이즈라는 점에서 많은 남성 팬들의 원성을 들었다. 관람한 모든 사람이 영화에서 건진 건,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의 주제곡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큐티하니 (2003)
<마징가Z>의 원작자 ‘나가이 고’가 1973년에 탄생시킨 클래식 ‘큐티하니’는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골수팬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이 작품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실사화한다는 소식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역시 안노 히데아키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RE:큐티하니>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데, 영화에도 만화적인 상상력과 실험적인 연출이 가득하다.
어쨌거나 흥행은 참패. 취향에 따라선 ‘천재 감독이 마음대로 저질러놓은 괴작’ 정도로 호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감독이 다양한 실험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웬일인지 적당한 노출씬만은 빼놓지 않았다.) 큐티하니는 최근에 <CUTIE HONEY –TEARS>라는 제목으로 다시 실사화가 진행되었다. 이번엔 ‘레지던트 이블’ 같은 세기말적인 분위기인데, 역시 폭망의 기운을 숨길 수 없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오욕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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