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남자 주인공 타카토시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주인공 에미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타카토시의 적극적인 구애로 연인이 되는데, 에미가 숨겨온 비밀을 타카토시가 알게 되면서 발생하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입니다.
1계획적으로 접근해서 연인이 되면 법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 될까요?
스무살의 타카토시(후쿠시 소우타)는 붐비는 전철을 타고 등교를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에미(고마츠 나나)한테 한눈에 반하고 같은 역에서 내리면 말을 걸겠다고 속으로 생각합니다. 에미가 같은 역에서 하차하자 용기를 내어 에미한테 말을 걸고, 그 후 타카토시는 매일 에미를 만나게 되면서 타카토시의 적극적인 고백으로 두 사람은 연인이 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타카토시와 에미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 때문에 에미는 이미 35살 때 5살의 타카토시를 만났고, 30살에는 10살의 타카토시를 만났으며, 드디어 에미와 타카토시 둘 다 20살이 되었을 때 다시 만나기 위하여, 에미는 30일 전에 계획적으로 타카토시가 등교하는 전철 같은 칸에 타서 타카토시의 눈에 띄게 만든 것입니다. 에미는 타카토시가 어느 역에서 내리는지 알고 같은 역에서 하차했고 결국 타카토시가 에미한테 말을 걸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죠. 이렇게 계획적으로 접근해서 연인이 되면,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상대방은 속았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데, 혹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요?
먼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대가 나를 속인 상황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바로 ‘사기’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속였다고 항상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란, 형사상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기죄가 되면 형사상 처벌을 받고 전과가 남습니다. 그래서 속였다는 기망이 있기만 하면 사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기망으로 인해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가 있고 가해자의 재산상 이익 취득이 있어야 합니다. 영화에서 타카토시가 연인이 된 에미를 신뢰해서 돈을 빌려준다거나 물건을 증여한다든가, 에미를 대신해서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에미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타카토시의 재산처분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에미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기 때문에 사기죄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계획적 접근으로 연인이 되거나 신뢰를 만든 후에 발생하는 범죄는 대체로 이런 예에 해당하는데, 영화에서 에미한테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둘째로, 속아서 의사표시를 한 것에 대해 형사가 아닌 민사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9조에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는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착오 의사표시란 법적으로 설명하면, 의사표시자의 착오로 자신의 내심의 의사(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착오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하면, 의사표시 상대방이나 거래의 안정이 침해될 수 있어서 법은 취소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정하고 있습니다. 즉,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이거나, 착오를 상대방이 유발한 경우 등이 그 요건입니다. 영화에서 타카토시는 에미를 전철 안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생각했고, 이전에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있었고 에미가 계획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에미가 타카토시한테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만났다는 점에서, 타카토시의 고백은 에미에 의해 유발된 착오라고 볼 수 있지만, 착오 의사표시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그 착오 의사표시 때문에 경제적 불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 입장입니다. 타카토시가 착오로 에미랑 사귀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경제적 불이익을 입은 것은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타카토시가 사귀자는 의사표시를 착오에 의해서 취소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그냥 헤어지면 되지 취소할 필요가 뭐가 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법률상 착오 의사표시는 취소하면 효과가 소급해서 처음부터 그 의사표시가 없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만약 연인이라는 이유로 타카토시가 에미한테 경제적인 급부를 한 것이 있다면, 타카토시가 사귀자는 의사표시를 취소하면 에미는 그 급부를 타카토시한테 당연히 반환해야 할 책임이 생깁니다.
셋째, 계획적 접근이라고 하면 스토킹이 연상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어야 계획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스토킹은 안 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데, 현행법상 스토킹을 처벌하는 특별법은 아직 없고, 문제되는 행위마다 범죄가 성립하면 그 범죄로 처벌받습니다. 스토킹에서 주로 문제되는 것은, 협박, 강요, 주거침입 등이 있는데 가장 빈번한 것은 협박입니다. 만나주지 않으면 해치겠다부터 시작해서 몰래 집에 침입하는 행위 등이 많이 문제됩니다. 에미가 타카토시를 스토킹했다는 내용은 없기 때문에 에미는 스토킹 행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미의 계획적 접근과 연기에 속아서 타카토시가 사랑을 고백하고 사귀었는데, 나중에 타카토시가 속은 것을 알았다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문제되는 것이 위자료인데, 타카토시의 정신적 충격이 심해서 상담을 받는다거나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면 입증을 해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위자료 금액이 크지는 않습니다.
2남의 수첩을 몰래 보면 비밀침해죄가 될 수 있습니다.
타카토시가 에미가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에미의 수첩을 봤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하면 비밀침해죄가 문제되는데,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편지나 문서 등이 봉함되어 있거나 비밀장치가 되어 있어서 타인이 쉽게 열어볼 수 없어야 합니다. 일기장이 열쇠로 잠겨있거나, 금고나 잠금장치를 한 서랍 속에 일기장, 수첩 등을 넣어놓으면 됩니다. 영화에서 에미의 수첩은 비밀장치가 없고 누구나 쉽게 열어볼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타카토시가 에미의 허락 없이 수첩을 봐도 범죄는 되지 않습니다. 영화 속 설정이 현실에서는 법적으로 어떻게 문제될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