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배우라고 상상해봅시다.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데 얼마면 될까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명 배우라면 많은 돈을 받을 것이고 무명의 신인이라면 적은 금액을 받는 게 당연하겠죠. 간혹 이런 기본 전제에 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좋은 시나리오를 봤는데 저예산 영화라면 출연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억’ 소리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작은 역할은 어떤가요? 출연료는 적지만 확실히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는 있을 것 같네요. 이런 저런 이유로 놀랄 만큼 적은 출연료를 받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있습니다.
 


우주 대스타의 무명 시절

브래드 피트
6000달러(약 694만원), 1991년 <델마와 루이스>

지금은 우주적 스타 배우이지만 브래드 피트에게도 무명 시절은 있었습니다. 1991년 개봉한 <델마와 루이스>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뽐냈던 그는 고작 6000달러(약 694만원, 이하 현재 환율 기준)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출연료가 너무 적다며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무도 알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지금의 브래드 피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퍼스트 어벤져>의 비포 앤 애프터.

크리스 에반스
30만 달러(약 3억 4740만원), 2011년 <퍼스트 어벤져>

마블 영화에 3억이면 초초초저렴한 출연료입니다. 마블은 처음으로 출연하는 배우에게 적은 출연료를 제시하는 걸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크리스 에반스가 대표적인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는 위의 브래드 피트처럼 완전 무명은 아니었습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판타스틱 4> 시리즈에서 자니 스톰을 연기했거든요. 어쨌든 지금과 비교하면 당연히(!) 인지도가 낮았던 그는 30만 달러를 받고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에 출연했고 나중에 <어벤져스>에 이르면 약 200만 달러(약 23억) 넘는 출연료를 받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5000만 달러(약 578억)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요.
 


한때는 스타였으나

린제이 로한
6480달러(약 749만원), 2013년 <트러블메이커>

영화 제목(원제는 The Canyons)과 거의 비슷한 삶을 살아온 린제이 로한은 한때 10대들의 우상이었습니다. 하이틴 스타였던 그녀는 약 750만 달러(약 86억원)의 출연료를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삶이 완전히 망가진 2012년에 이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저예산 영화 <트러블메이커>에 출연할 당시 그녀가 손에 쥔 돈은 고작 6480달러였습니다.
 

존 트라볼타
15만 달러(약 1억 7000만원), 1994년 <펄프 픽션>

존 트라볼타는 엄청난 스타였습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 <그리스> 등은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때가 1970년대 말이라는 게 문제였죠. 디스코의 열기가 사라지듯 1990년대 그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마이키 이야기>로 살짝 부활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요. 어쨌든 인기가 식은 덕분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싼 값에 그를 섭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존 트라볼타에게도 <펄프 픽션>의 출연은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영화 이후에 출연한 <스워드 피쉬> 같은 작품에서는 2000만 달러(약 231억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스카 트로피를 위해

라이언 고슬링
주당 1000달러(주당 약 115만원), 2006년 <하프 넬슨>
 
적어도 너무 적습니다. 주당 115만원이라니. 지금의 라이언 고슬링을 생각하면 터무니 없는 출연료인 듯합니다. <하프 넬슨>에서 라이언 고슬링은 뉴욕 브루클린의 중학교 역사 교사 댄을 연기했습니다. 댄은 흑인인권운동에 대해 진지한 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밤에는 코카인을 사러 돌아다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백인 선생님과 흑인 제자의 우정을 다룬 이 영화로 라이언 고슬링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는 10년이 지나서 <라라랜드>로 다시 한번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습니다.

매튜 맥커너히
20만 달러(약 2억 3000만원), 2013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언제부턴가 매튜 맥커너히가 연기파 배우가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그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얼굴을 알렸던 배우입니다. <웨딩 플래너>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 등을 기억하시나요? 2010년 이후 행보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머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대표적입니다. 에이즈 환자 론을 연기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그는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배역에 맞게 살도 많이 뺐죠. 매튜 맥커너히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런 열연이 있었기에 <인터스텔라>에도 캐스팅되지 않았을까요?
 

조지 클루니
12만 달러(약 1억 3800만원), 2005년 <굿 나잇 앤 굿럭>
 
배우에겐 돈이 다가 아닙니다. 조지 클루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6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굿 나잇 앤 굿 럭>이라는 흑백 영화가 있습니다. 6개 부문 가운데 2개 부문, 감독상과 각본상에 조지 클루니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시 말해 조지 클루니는 이 영화의 감독, 각본, 주연까지 맡았습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배우, 작가, 감독으로서 조지 클루니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셈입니다. 그래도 출연료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요? 그건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오션스 트웰브>에서 이미 1500만 달러(약 173억원)를 받았거든요.
 


감독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

조나 힐
6만 달러(약 6900만원), 2013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조나 힐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출연할 당시 무명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2012년 개봉한 코미디영화 <21 점프 스트리트>는 대박난 영화였죠. <22 점프 스트리트>로 속편까지 제작할 정도였습니다. 2007년작 <슈퍼배드> 같은 영화도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골때리는 코미디입니다. 대충 짐작이 되시나요? 조나 힐은 코미디영화의 코믹 캐릭터로 유명했지만 거장 감독과 함께 좀더 진지한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마틴 스콜시지의 영화라면 돈이 중요하겠습니까. 일단 출연하고 봐야죠. 참고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1000만 달러(약 115억 원)를 받았습니다.


이 영화의 출연은 일종의 투자?

에단 호크
아마도 0달러(아마도 0원), 2013년 <더 퍼지>
 
에단 호크의 선구안에 박수를 보냅니다. 에단 호크는 초저예산 스릴러 영화 <더 퍼지>에 출연료를 받지 않고 출연합니다. 대신 수익이 생기면 일정 비율로 출연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더 퍼지>에 출연할 당시에 그는 할리우드 스타로서의 대우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런 특전이 없었다. 트레일러도 없었고, 운전사도 없었다. 다만 훌륭한 배역과 감독이 있었다. 아, 맞다. 촬영 기간 동안 소파에서 잤다.” 3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더 퍼지>는 전 세계에서 89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습니다. 에단 호크는 적어도 수백만 달러를 가져가지 않았을까요?
 

스펜서 레이시 가너스
926달러(약 100만원), 2013년 <겨울왕국>

스펜서 레이시 가너스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무명 배우인 것 같네요.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도 자세한 정보가 없습니다. 출연료에 대한 항목이 눈에 띕니다. 그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어린 엘사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일당 926달러를 받았죠. 목소리 연기 잠깐 하고 약 100만원이면 괜찮죠. 문제는 <겨울왕국>이 어마어마한 수익, 약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벌어들였다는 겁니다. 가너스가 받은 보너스는 얼마일까요? 1만 달러(약 1100만원)였습니다. 수익에 비해 보너스는 초촐하네요. 그녀가 에단 호크처럼 러닝 개런티를 요구할 수는 없었겠죠?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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