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조용하다 싶었는데, 그래도 고지를 찍었다. <옥자>가 9일 20만 관객을 돌파했다. 투자된 자본이나 '이름값'으로 봤을 때 결코 큰 수치는 아니지만, 멀티플렉스 상영이 거부당한 현 상황에선 적은 수치도 아니다.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 한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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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좌석 점유율은 개봉 첫날부터 2016년 <귀향>의 42.5%와 근접한 42%를, 이후 최고 56%까지 달성했다. 스크린 수는 적어도 관객들이 꾸준히 <옥자>를 찾고 있다. 거기다 '넷플릭스'로 유통된 덕에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참에 바다 건너 반응까지 만나보자.

이 정도면 티셔츠 대란인가요

먼저 국내에도 소개됐던 '봉준호 굿즈'가 있다. 캐나다의 토론토국제영화제위원회(TIFF)는 <옥자>가 공개되는 날짜에 맞춰 '봉준호 특별전'을 열었다.

바다 건너에서 열린 이 특별전이 국내 팬들의 이목을 모은 건 바로 판매되는 티셔츠 때문이다. 캐나다에 거주 중인 한국인들이 SNS로 공개한 사진을 보면 "봉준호" 혹은 "B.J.H."라고 쓴 검은 티셔츠를 판매 중이다. 

<옥자> 감독인 봉준호의 이름 석자를 새겨 넣은 이 티셔츠는 28달러라는, 꽤 고가(?)의 상품이다. TIFF에서도 나름 세심하게 준비한 티가 나는데, 자세히 보면 '참소주'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는 <괴물> 때문이라고 한다.

몇몇 티셔츠 사이트에서는 이미 <옥자>를 티셔츠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공식 포스터 이미지부터 "옥자 수호대"라는 문구, 거기에 마스코트 같은 디자인까지. 각양각색이다. 저작권 위반이 아닌가 싶긴 하다.

영화인들이 말한 옥자

<덩케르크>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최근 페이스북으로 한국 팬들과 라이브챗을 진행했다. 이때 한 네티즌이 한국 영화 중 무엇이 좋았냐고 물었는데 놀란 감독은 "<설국열차>를 재밌게 봤다"고 대답했다.

놀란 감독은 2012년에 <추격자>를 재밌게 봤다고 말한 바 있다.

"<옥자>도 기대하고 있다"고도 말했는데, 그저 '립서비스'인지 아닌지 몰라도 거장은 거장끼리 통하는 건가 싶다. 참고로 놀란 감독은 2012년에는 <추격자>를 재밌게 봤다고 대답했으며 <인터스텔라> 제작 당시 <그래비티>를 안 봤다 하니, <옥자>도 <덩케르크>의 상영 막바지나 돼서야 관람하지 않을까.

현재 북미에서 가장 '핫'한 평가를 받는 감독도 SNS로 <옥자>를 거론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봉준호의 또 다른 훌륭한 작품, <옥자>를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며 "난 큰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로튼 토마토에서 <옥자>는 신선도 84%, 평론가 평점 7.4, 관객 점수 4.1를 받았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 <베이비 드라이버>는 신선도 97%, 평론가 평점 8.1, 관객 평점 4.3을 받고 있다. 그러니 제발 개봉해줘라.

부디 극장 개봉 좀 해달라.

한 해에 기본 두 편에 출연하는 '열일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도 <옥자>를 감상했다. 동물성 식품인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비건'인 그는 "비건으로서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불가능하다. 난 이 영화가 사랑스럽다. 날 눈물나게 한다"고 자신이 받은 감동을 전했다.

제시카 차스테인 / 그의 SNS 계정

<설국열차>에서 선생님(교육칸의 그분)을 연기했던 알리슨 필도 SNS에 반응을 올렸다. 남편인 조슈아 레너드가 촬영한 사진에서 알리슨 필은 그야말로 슬픔에 흠뻑 빠져있다. "봉준호 감독은 천재다. 배우들은 모두 뛰어나고, 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는 극찬도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과 코지마 히데오 / 코지마 히데오의 SNS

게임 '메탈 기어' 시리즈의 개발자이자 박찬욱 감독의 '광팬'인 코지마 히데오도 SNS로 옥자 관람을 인증했다. 그는 "틀림없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도 볼거리"라고 영화를 호평했다. 또 "블록버스터 영화로 작가성이 제한되는 이 시대에 이런 작가성 있는 작품이 태어날 새로운 장소가 생겨서 기쁘다"며 '넷플릭스'의 가능성도 높이 샀다.

<옥자>는 관객 반응뿐 아니라 평론가 반응도 해외 쪽이 더 좋은 편이다. LA 타임스의 영화 평론가인 케네스 투란과 저스틴 창은 이미 2017년 최고의 영화로 <옥자>를 올려둘 준비를 하고 있다. 

저스틴 창과 케네스 투란 / LA 타임스에서 선정한 <겟 아웃>과 <옥자>

뉴욕 타임스의 A.O. 스콧은 "<옥자>는 상상력과 기술의 기적이다. '옥자'는 풍부한 장난과 엄청난 성의로 스스로 영혼이 있음을 주장한다"라고 했고,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는 "이 영화의 순수한 에너지와 호감도는 무척 기쁜 일이다"고 평하며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에 100점 만점을 안겼다. 

저명한 영화평론가 故 로저 이버트의 웹사이트 rogerebert.com의 편집장 매트 졸러 세이츠도 <옥자>에 별 3개 반(총 4개)을 수여했다. 그는 이 영화 자체의 작품성뿐만 아니라 그 의의도 정확하게 짚어냈다. 

<옥자>는 인기 있는 영화의 예시와 같다. (…) 그것은 도덕적 관점이 강하고 가능한 한 가장 많은 청중을 겨냥한 정치 영화 제작의 본보기다. 그 관점을 모든 사람이 좋아할 것 같진 않다. (…) 다만 재밌는 영화가 때론 어떤 것도 지지하지 않는 영화 역사 속에서, 우릴 즐겁게 하는 걸 잊지 말라고 말하는 이 영화의 균형 잡힌 행동은 기억될 만하다.
매트 졸러 세이츠 / 그의 <옥자> 리뷰
SNS는 난리 법석

그렇다면 국내외 SNS 반응은 어떨까.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어서인지 SNS의 체감 온도가 현실보다 더 높은 편이다. 먼저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SNS로 팬아트를 공개하며 “팬심으로 그린 옥자. 유니크함과 보편적 재미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양은봉 일러스트레이터는 옥자와 미자의 아이콘을 만들어 공개했는데, 미자 역의 안서현이 직접(!) 댓글은 물론이고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해 성공적인 팬질의 끝을 보여줬다. 지금도 SNS에서 #옥자 / #okja를 검색하면 팬아트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개 이런 반응이다.

(채식주의자가 되려고 계획을 세우는 나) 

(<옥자>는 날 이렇게 만들었음)

(<옥자>를 봤는데, 이젠 다시 예전 같을 수 없을 거 같아)

(난 옥자를 봤을 뿐인데 지금 채식주의자 됨.)

(채식주의를 하는 방법을 찾는 나)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지만, 해외 SNS 반응에는 이런 '채식주의자 선언'이 적잖다. 채식주의 개념 자체가 서양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만큼, <옥자>에서 그려지는 동물 학대나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행태가 서양 관객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듯하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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