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 <오버 더 펜스>가 개봉(3월 16일)했습니다. 일본 청춘영화의 상징인 두 배우, 오다기리 죠와 아오이 유우가 출연해 더 눈길이 가는 영화죠. 한껏 성숙해진 두 배우가 이번엔 삶에 지쳐 허덕이는 두 남녀를 연기합니다.
남을 망가뜨렸다고 생각하는 남자
시라이와는 이혼 후 도쿄를 떠나 고향 하코다테에 머무는 중입니다. 실여 급여를 받기 위해 다니는 직업 학교에선 목수 일을 배우고 있죠. 매일 밤 도시락을 먹고 맥주 두 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짓는 그. 그의 상징은 모든 것을 얼버무리는 듯한 미소입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예의 바르지만 타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자신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 게 가장 편해 보이는 시라이와. 일부러 자신의 생활 범위를 넓히지 않는 그를 보고 있자면 자신에게 어떤 벌을 주고 있는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여느 날처럼 맥주를 사러 마트에 들른 시라이와. 그는 마트 앞에서 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한 여자를 보게 됩니다. 사토시죠.
스스로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여자
그녀는 타조의 구애를 표현한 '구애의 춤'을 추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저 '웃긴 여자네' 하며 그녀를 지나쳤던 시라이와. 그는 곧 한 술집에서 그녀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시라이와의 직업 학교 친구 다이시마는 사토시를 이렇게 설명하죠. "쟤, 정상이 아니에요."
낮에는 손님 없는 놀이동산에서,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그녀. 사토시는 시라이와와 정반대에 선 인물입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잠잠히 살려고 애쓰는 시라이와와 달리, 특이한 행동을 달고 살아 어디서나 눈에 띄는 인물이죠. 꽤 당돌하기도 합니다. "나는 최악의 인간이야"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시라이와에게 "어쨌거나 상관없어"라 말하며 먼저 한걸음 다가서거든요.
망가진 사람들의 연애
비슷한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죠. 두 사람은 천천히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시라이와는 그녀가 일하는 놀이동산을 찾아가 함께 새들의 구애를 구경하고, 사토시는 시라이와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죠. 문제는 두 사람이 품은 마음의 상처가 꽤 깊다는 겁니다. 낮은 자존감과 애정결핍으로 밝은 웃음 뒤에 제 어두운 면모를 꾹꾹 누르고 있던 사토시. 그녀가 먼저 폭발하며 두 사람의 관계 또한 부서질 위기에 처합니다. 그들의 지난날에 새겨진 어떤 관계들처럼 말이죠.
스스로 망가졌다 생각하며 앞으로는 누구의 진실된 사랑도 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여자 사토시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트라우마에 갇혀 살고 있는 남자 시라이와. 새로 시작된 관계 앞에서 두 사람은 또다시 무너지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급니다. 사토시는 다른 남자들처럼 시라이와가 곧 자신을 버릴 거라는 두려움에 그에게 무작정 화를 내고, 시라이와는 사토시가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다는 사실에 지난 과거가 겹쳐져 괴로워하죠. 희망 없는 삶을 사는 두 사람. 그들은 자신을 가두던 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들이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서기까지
<오버 더 펜스>의 가장 큰 매력은 두 배우의 연기입니다. 꼬일 대로 꼬인 속을 지닌 채 무덤덤한 삶을 이어가는 시라이와. 언제나 아무렇지 않은 듯 씩 웃던 그가 결국 오열하며 제 감정을 터뜨리고야 말 때,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무게감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시라이와와 똑 닮은 캐릭터를 여럿 생산한 오다기리 죠, 그의 전매특허 공허함 연기가 있었기에 시라이와가 더욱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될 수 있었죠.
아오이 유우의 매력도 대단합니다. 청순한 외모로 폭넓은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소화해왔던 그녀에게도 사토시는 꽤 어려운 캐릭터였다고 하는데요. 제 생각을 참지 못하고 즉시 내뱉어야 하는 성격의 사토시.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구애의 춤'은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녔습니다.
'오버 더 펜스'는 '야구에서 타구가 외야와 관중석 사이의 울타리를 넘는 일'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홈런'이죠. 연출을 맡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오버 더 펜스>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무언가를 넘어가는 영화"라 설명했습니다. 사토시와 시라이와 또한 마찬가지예요. 늘 웃고 있지만 속은 곪아터진 두 사람, 그들이 절망 속에서 고개를 들어 자신만의 세계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은 꽤 아름답습니다. 제 안의 상처를 극복하고 어느날 홈런을 치기까지, 결핍을 안고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모든 이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와 응원을 전하는 영화죠.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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