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를 두 번 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지만 좋아하는 영화라면 몇 번이고 돌려보는 사람도 있죠. 물론 전 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그 장면이 알고 보니 중요한 단서임을 알았을 때, 또는 인물의 감정에 보다 더 깊게 이입하게 될 때 큰 감동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때론 영화에 대한 시선 자체가 바뀌기도 하죠. 오랜만에 찾아본 <포레스트 검프>는 다시 봐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여전히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보수적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시간이 흘러도 잘 짜인 이야기의 힘은 낡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낮은 지능인 아이큐 75에 어릴 때 다리가 불편했던 포레스트 검프는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기 일쑤입니다. 유일한 친구인 제니는 그를 향해 소리치죠. “도망가, 포레스트!” 짓궂은 친구들을 따돌리기 위해 달리던 포레스트는 ‘달리기’에 놀라운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덕분에 고등학교도 미식축구 선수로 무사히 입학합니다. 그뿐 아니라 갈 수 없을 거라 여겼던 대학까지 미식축구 선수로 입학하고 대학 졸업 후 군에 입대해 베트남전에서 전우들을 구하는 공로를 세워 훈장을 받습니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현실에서라면 조금 믿기 어려운 우연이 겹친 덕분이죠. 하지만 그는 모든 영광을 뒤로 한 채 베트남전에서 숨진 동료 부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우잡이 배의 선장이 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온 사랑, 제니(로빈 라이트 펜 분)만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사랑인 제니의 인생은 다릅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학대 받으며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고 대학 때는 포크송 가수를 꿈꿨지만 결국엔 이루지 못한 채 히피그룹에 끼어 세상 곳곳을 떠돌다가 안타까운 결말을 맞습니다. 처음 <포레스트 검프>를 봤을 때 이 영화가 보수적인 미국영화라고 느낀 지점도 이 부분이었어요. 주인공 포레스트는 그냥 열심히 달리기만 했을 뿐인데 너무 쉽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듯 보였고 미국은 그런 가능성과 기회의 땅인 것처럼 묘사되었으며, 시대에 저항했던 제니만이 불행한 결말을 맞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또 다른 것들이 보입니다. 제니의 불행은 시대와의 문제 이전에 가족의 문제였고, 포레스트의 달리기는 인내와 끈기가 없다면 해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밤새 탁구를 연습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전우들을 구하고,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꾸 떠나는 제니만을 생각하고 기다리는 포레스트는 자신이 원하는 걸 찾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합니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시간’을 견뎌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너무 똑똑해서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래서 좀 모자란 듯 보이는 포레스트의 인생이 현실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더라도 그를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영화는 포레스트가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옆에 앉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그의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에피소드마다 바뀝니다. 마치 우리 인생의 변곡점마다 우리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다른 것처럼요. 누군가는 그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관심 없이 앉아 있다가 버스를 타고 떠나고, 누군가는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이제 우리에게 우화처럼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포레스트 검프>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인상 깊은 대사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야. 다음에 어떤 초콜릿을 집게 될지 아무도 모른단다”일 거예요. 상자 안에는 자몽맛의 초콜릿, 민트맛의 초콜릿, 바닐라맛의 초콜릿, 카라멜맛의 초콜릿... 다양한 맛의 초콜릿이 들어 있습니다. 내가 집어든 초콜릿이 좋아하는 맛인지 아닌지는 입안에 넣기 전에는 알 수 없지요. 일단 입안에 넣은 후엔 그 맛이 쓰든 달든 맵든 시든, 그 초콜릿을 최대한 맛있게 음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초콜릿은 보통 템퍼링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만드는데, 이 과정은 초보자가 하기엔 꽤 까다로운 작업이에요. 그래서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트뤼플 초콜릿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골라 먹는 재미는 느낄 수 없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초콜릿이 먹고 싶어졌다면 그 마음을 달래기엔 충분한 메뉴입니다. 트뤼플이라는 이름은 초콜릿의 모양이 송로버섯(truffle)을 닮았다고 해서 붙었습니다. 냉장 보관해서 차가운 상태로 먹어야 더 맛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트뤼플 초콜릿
재료
다크초콜릿 200g, 생크림 120g, 무염버터 30g, 그랑마니에르(오렌지술) 1큰술, 코코아 파우더 적당량, 코팅 다크초콜릿 100g
만들기
1. 생크림은 끓기 직전까지 뜨겁게 데운다.
2. 볼에 다진 다크초콜릿을 넣고 1을 부운 뒤 잠시 기다렸다가 주걱으로 섞는다.
3. 온도가 떨어지면 부드러운 버터와 그랑마니에르를 넣고 매끄럽게 섞은 뒤 네모난 용기에 부어 3시간가량 냉장 보관한다.
4. 3의 초콜릿이 굳으면 사방 2cm 정도 크기로 네모지게 썬 뒤 손으로 빚어 둥글게 모양을 잡는다.
5. 코팅용 다크초콜릿을 녹여 손바닥에 묻힌 다음 4의 초콜릿을 올려 굴리면서 겉에 골고루 묻힌다.
6. 5의 초콜릿의 코팅이 마르기 전에 코코아 파우더 위에 굴려 완성한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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