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스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꽤나 다양하다. 혹자는 콜린 퍼스의 소위 ‘슈트핏’에 열광하고, 다른 이들은 블록버스터 속의 B급 감성에 매력을 느낀다. 속 시원한 액션에 마음을 뺏긴 분도, 영화 속 ‘에그시’의 성장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나처럼 술과 바, 칵테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 속 술들을 보며 즐거웠을 것이고.
<킹스맨: 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도 달모어나 마티니 같은 술들이 많이 등장했었고 그중 일부는 스토리 전개에서도 꽤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었는데 <킹스맨: 더 골든 서클>에서는 전작보다 더 많은 술이 등장한다. 향후 다른 술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번엔 영화 속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위스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그냥 편하게 위스키라고 호칭하지만 위스키라고 불리는 술을 만드는 방법과 재료들은 의외로 다양하다. 대개는 위스키가 생산되는 지역에 따라 재료나 제법이 달라지는데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스카치위스키를 필두로 바로 옆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 아이리시 위스키, 미국에서 생산되는 버번, 라이 위스키,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캐나디언 위스키, 그리고 동양권에서도 일본과 대만에서 위스키가 생산된다. 각 지역마다 조금씩 제법도 재료도 다르지만 일본 위스키와 아이리시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와 비슷하고 캐나디언 위스키는 미국 위스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킹스맨: 더 시크릿 에이전트>에 등장하는 달모어는 스카치 위스키다. 스카치 위스키는 접두어인 ‘스카치’가 의미하는 대로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다. 여타 모든 증류주들이 그렇듯이 ‘증류’라는 기술은 아주 오래전 연금술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기술이 아일랜드를 거쳐 피티드 위스키로 유명한 아일라섬, 주라섬 등을 거쳐 스코틀랜드 본토로 퍼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렇다 보니 스카치 위스키의 원조는 바로 아이리시 위스키라며 자부심을 갖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스카치 위스키는 제법과 블렌딩에 따라 총 5가지 종류로 구별되며 각각 다음과 같다.
1)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맥아(발아된 보리)를 사용해 한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 맥아를 발효시킨 후 팟 스틸이라는 특유의 증류기를 사용해 2번, 혹은 3번 증류한 원주를 오크통에 숙성시켜서 만든다. 주로 스페인의 셰리 와인을 숙성했던 오크통이나 미국의 버번 위스키를 숙성했던 통을 수입해 숙성시키지만, 최근에는 숙성 도중에 오크통을 교체하기도 하고,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었던 와인 오크통을 사용하기도 하며, 드물지만 새 오크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생산된 위스키들은 증류소의 총 책임자인 마스터 디스틸러가 블렌딩하여 출시하고 가끔은 한 오크통에서만 나온 위스키를 따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싱글 캐스크’라는 단어를 표기한다. 위스키를 생산하는 증류소마다 고유한 제법과 증류기, 증류 및 숙성 기술을 갖고 있어 다양한 개성의 술을 생산한다.
2) 싱글 그레인 스카치 위스키
보리가 아닌 다른 곡물, 즉 옥수수나 밀, 호밀 등을 사용해 만든 위스키. 곡물을 발효한 후 대개는 팟스틸 형태의 단식증류기가 아닌 일반 알코올을 생산하는 연속증류기를 사용해 만들지만, 최근에는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보리와 다른 곡물을 섞어서 팟스틸 형태의 단식증류기로 만드는 그레인 위스키도 조금씩 생산되고 있다. 그레인 위스키 단독으로도 판매되지만, 대개는 뒤에 언급할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의 블렌딩용으로 주로 사용되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맛은 연식증류기의 영향 때문인지 가볍고 부드러운 편이다.
3) 블렌디드 몰트 스카치 위스키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섞어서(블렌딩) 만드는 위스키. Vatted Malt, Pure Malt라는 용어도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Blended Malt라는 용어로 통합되고 있다.
4) 블렌디드 그레인 스카치 위스키
싱글 그레인 스카치 위스키를 섞어서 만드는 위스키.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5)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싱글 몰트 위스키들과 싱글 그레인 위스키들을 섞어서 만드는 위스키. 발렌타인이나 시바스 리갈 같이 유명한 위스키들이 다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다. 상대적으로 개성이 덜한 그레인 위스키를 중심에 놓고 싱글몰트 위스키를 섞어 위스키의 개성을 표현해낸다. 싱글 몰트의 과한 개성을 어느 정도 죽이고 다수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커피 블렌딩에 익숙한 분이라면 브라질 산토스를 중심으로 예가체프나 케냐, 안티구아 등을 섞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듯 싶다. 참고로 소위 ‘몇년산’으로 표기되는 물건들은 블렌딩시 들어가는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들 중 가장 숙성년수가 짧은 것을 기준으로 표기된다.
<킹스맨: 더 시크릿 에이전트>에 이어 <킹스맨: 더 골든 서클>에 등장하는 스테이츠먼 버번은 버번 위스키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이며 옥수수를 50% 이상 사용해 연속식 증류기를 이용해 증류한 후 내부를 불로 그을린 새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켜서 만든다.
일단 재료로 보리가 아닌 옥수수를 쓴다는 것, 증류할 때 단식증류가 아닌 연속증류 기법을 쓴다는 것, 다른 술을 이미 숙성했던 통이 아닌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코틀랜드보다 날씨가 많이 더워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동안 증발되는 양(엔젤스 셰어라고들 하죠)이 많아 같은 위스키라고 표현되는 게 이상할 정도로 다른 맛을 가지게 된다. (하긴, 영어로 철자도 다르죠. Scotch Whisky, Bourbon Whiskey)
맛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며 바닐라와 비슷한 향도 강한데 이는 옥수수와 새 오크통의 영향이라고 보여진다. 옥수수 대신 호밀(Rye)을 주재료로 만드는 미국 위스키는 라이 위스키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는 버번 대비 맛이 가벼운 편이라 그냥 마시기도 좋지만 올드패션드 같은 칵테일의 재료로도 널리 이용된다.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증류소들이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버팔로 트레이스 계열의 버팔로 트레이스와 블랑톤, 일본 산토리사가 최근 인수한 짐빔 컴퍼니의 짐빔과 메이커스 마크, 부커스, 디아지오 계열의 불릿, 그리고 와일드 터키 등이 유명하고 맛있는 버번들이다.
<킹스맨: 더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스카치 위스키가 나왔다가 시일이 지나 <킹스맨: 더 골든 서클>에 버번이 등장하듯 필자 개인적으로도 스카치 위스키에 매력을 느끼면서 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가 수년전 버번의 매력에 빠지면서 지금은 스카치와 버번을 번갈아 마시곤 한다. 어떤 날은 ‘아 오늘은 스카치네’ 할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아 오늘은 버번이로구나’ 할 때가 있다. 뭐 짬뽕과 짜장의 갈등과 비슷할 텐데 어떤 경우든 선택지가 다양해 지는 건 좋은 일이다.
그래서 권유하고 싶다. 혹시 그냥 폭탄주만 마셔보셨던 분들에겐 집에 있을지도 모르는 싱글 몰트 맥캘란을 아주 조금씩 입에 넣어 보시라고. 바에 다니면서 싱글 몰트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블랑톤 같은 부드러운 버번을 드셔보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런 저런 술에 적당히 익숙해진 분들에겐 아주 오래간만에 블렌디드 위스키인 조니워커 블랙을 진지하게 맛보시라 하고 싶다. 이 술이 이렇게 좋은 술이었나? 하고 깜짝 놀랄 것이다.
그래서 위스키가 즐겁다.
- 킹스맨: 골든 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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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줄리안 무어, 태런 에저튼
개봉 2017 영국, 미국
데렉 / 술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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