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BIFAN 9호] 〈무사〉 4K 리마스터링 상영과 김성수 감독과의 덕후 토크

“더 늦기 전에 꼭 〈무사〉같은 영화 만들 것”

<무사>(2001)가 부활했다. 한국 액션영화의 ‘레전드’ 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지난 9일 CGV소풍 4관에서, 단 한 번의 4K 리마스터링 버전 상영을 가진 뒤 ‘살아있는 덕후들의 밤’ 행사가 열렸다. <무사>를 극장에서 다시 만나고자 했던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대작 시대극은 물론 한중일 합작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 <무사>는 중국 올로케이션을 감행하고 <에반게리온> 음악으로 유명한 일본의 영화음악가 사기스 시로가 참여한, 2000년대를 맞이한 한국영화의 잠재력과 욕망이 그대로 투사된 회심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2001년 9월 7일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9.11 테러가 터지며, 영화는 아쉬운 흥행 성적과 함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럼에도 이후 영화계 이곳저곳은 물론 관객 사이에서도 <무사>의 디지털 리마스터링과 블루레이 출시를 고대하는 팬들이 속속 등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화답한 것이다. 당초 1시간 정도로 계획됐던 토크는 객석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정식으로 시간을 늘려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됐다.

 

김성수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김성수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오히려 <무사>는 당시 해외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끌어냈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웅>(2002)을 만들 때 견자단 캐릭터를 구상하며 <무사>의 여솔(정우성)로부터 장발과  창술 등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가져온 것은 유명한 일이며, 올리버 스톤 감독이 <알렉산더>(2004)를 만들 때 레퍼런스로 삼아 모든 제작진이 보게 한 영화가 <무사>라는 것도 감독이 직접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다. 한동안 할리우드나 중화권의 시대극 액션 스타일을 얘기할 때, 속도감 있는 근접전 위주의 장면 연출과 편집을 두고 ‘<무사> 스타일’이라는 표현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처럼 <무사>는 우리가 잊고 있던, 하지만 누군가는 그럴수록 더 뜨겁게 떠올리려고 애쓰던 영화였다.

 

〈무사〉
〈무사〉
〈무사〉
〈무사〉

 

<무사>라는 프로젝트의 최초 발화점에 대해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안 난다”며 객석을 풀어준 그는, 곧장 “데뷔작 <런어웨이>(1995)부터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등 <무사>를 찍기 전에 만들었던 영화들이 모두 도시 청춘들의 이야기였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내가 좋아했던 샘 페킨파의 서부극이나 서부극에도 영향을 줬던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들, 그리고 호금전보다 좀 더 내 마음을 움직였던 장철의 무협영화로 나아갔다”며 “구체적으로는 일본이 침략전쟁을 준비하는지 염탐하려고 조선에서 수차례 사신단을 보냈는데, 귀국하는 도중 사무라이들에게 쫓기다가 딱 한 명만 살아돌아온 사신단이 있었다. 그를 모티브로 대륙의 원명 교체기와 맞물리는 고려 말기를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써나갔다”고 했다.

 

〈무사〉 덕후 토크 현장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무사〉 덕후 토크 현장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무사>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정우성과 안성기 두 배우를 향한 상찬도 잊지 않았다. “당시 (정)우성 씨와 나는 <비트>와 <태양은 없다>로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일단 우성 씨가 말을 잘 타서 정말 놀랐다. 원래 그렇게 잘 탔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웃음) 액션에 관해서는 타고난 배우가 아닐까 싶다”고 말한 뒤, “그런데 그 말이 한 해 앞서 촬영한 <와호장룡>에서 주윤발이 탔던 ‘명마’였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그리고 안성기 배우에 대해서는 “다들 멋지게 달리면서 활 쏘는 안성기 형을 보고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올란도 블룸) 같다고 하는데, <무사>가 <반지의 제왕>보다 먼저 나온 영화다. 아니었으면 베꼈다는 얘기를 또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라고 항변하고는, “모래사막을 내려오며 활을 쏘는 멋진 장면은 그야말로 될 때까지 내가 계속 주문해서 나온 동작이다. 발이 푹푹 빠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안 될 것 같다고 하시더니, 될 때까지 밤새 연습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진짜 그 동작을 성공했을 때 제작진의 기립박수가 터졌다. 배우 입장에서는 감독의 칭찬을 기다렸을 법도 한데, 그때의 나는 마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야지, 크게 칭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로 다음 장면 찍자고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뒤에서 궁시렁거리셨던 기억도 나는데, (웃음)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싶다”며 뒤늦은 미안함을 전했다.

 

〈무사〉 촬영현장의 김성수 감독
〈무사〉 촬영현장의 김성수 감독
〈무사〉 촬영현장의 안성기 배우
〈무사〉 촬영현장의 안성기 배우

 

​그처럼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그는 ‘잊으려고 할수록 더욱 또렷하게 기억난다’는 말처럼,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관객과 함께 가슴 뭉클한 추억여행의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직접 가져온 <무사>의 한국판, 일본판, 중국판 각각의 DVD들과, 개봉 당시 보도자료집은 물론 현장용 미니 대본집까지 가져와 질문자에게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사인회도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 그리고 객석을 열광시킨 그의 마지막 얘기는 바로 “<무사>같은 영화를 더 늦기 전에 반드시 찍을 것”이라는 출사표였다.

电影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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