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드라마 <원경>이 기존 사극과의 차별화로 눈길을 끄는 가운데, 특별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배우가 있다. 극중 태조 이성계를 연기한 이성민이다. 후대 왕으로 거듭나는 이방원과 그의 부인 원경황후가 중점이 되는 드라마에서 이성민은 두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서 태조 이성계의 면면을 그려내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망조가 든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 왕조를 세운 건국자이자 동시에 훗날 왕자들과의 관계로 외로운 삶을 보낸 이성계는 사극드라마에서 자주 그려진 인물 중 한 명이다. <원경>의 이성민을 비롯해 근래 사극 작품에서 이성계를 맡았던 세 배우를 소개한다.
<원경> 이성민
명불허전 이성민답다. <원경>이 특히 원경황후(차주영)의 주체성을 강조한 드라마여서 고증 등 문제점이 논의되는 와중에도 이성민의 연기만큼은 호평 일색이다. 심지어 극중 태조 이성계가 이방원(이현욱)과의 관계 중심으로 그려져 캐릭터 해석이 편향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성민의 감정 연기가 <원경>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특별출연이었기에 방영 전까지도 이성민의 출연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이가 틀어진 이방원이 찾아오자 “너를 낳는 것이 아니었다”라며 비수를 꽂는 장면은 둘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될 것인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앞으로 방영될 내용에선 이성민의 이성계가 등장하지 않으니 두 주연 배우들의 활약이 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내심 궁금하다.
<나의 나라> <태종 이방원> 김영철
사극 드라마에서 같은 인물을 두 번 연기한 배우는 어느 정도 있지만, 이렇게 태조 이성계 같은 걸출한 인물을 두 번 맡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영철은 그걸 해냈다. 2019년 드라마 <나의 나라>와 2021년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김영철은 태조 이성계를 연이어 맡았다. (아쉽게도 중간에 <타임즈> 출연으로 2작품 연속은 아니다) 두 드라마 모두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이 중심이 된 1차 왕자의 난, 2차 왕자의 난을 다루고 있어 태조 이성계의 존재감이 중요했는데 김영철이란 걸출한 배우가 드라마를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같은 역할을 맡았지만 배우 스스로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다르고 대본에 충실한 배우 입장에서 (두 이성계는) 완전히 다르다‘고 천명한 것처럼 두 태조의 결은 다른 호흡으로 이어진다.
왕자의 난에 휘말린 세 남녀의 이야기에 보다 중점을 둔 <나의 나라> 이성계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냉철함으로 무장할 수 있는 왕의 면모가 부각됐고, 이방원의 연대기에 초점을 맞춘 <태종 이방원>의 이성계는 가족을 아끼지만 뜻이 달라 점차 거리가 멀어지는(그래서 일각에선 진짜 ‘꼰대’로 느껴졌다는) 아버지로서의 얼굴이 주로 그려졌다. 물론 두 인물 다 실제 사료를 바탕으로 ‘내 뜻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강경한 인물이었음은 동일하다. 아무래도 드라마 전체에서의 분량이 <태종 이방원>이 압도적이라 김영철표 태조 이성계는 여기서 좀 더 많이 볼 수 있다.
<육룡이 나르샤> 천호진
고려 말 조선 초, 이른바 '여말선초' 시대를 그린 드라마 속 이성계 중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시청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얼굴은 <육룡이 나르샤>의 천호진이 아닐까 싶다. 정통사극물이 아니라고 하지만, 당시 이성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처럼 맛깔나게 그리고 화제성까지 모은 드라마이기에 대중이 기억하는 이성계 중 천호진도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자 일어난 ‘육룡’ 중 첫 번째 용으로 지목되는 이성계는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정도전(김명민)으로부터 새나라의 그림을 듣게 된 후 점차 세상을 바꾸기 위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후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여타 작품과 달리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된 당위성을 주고자 좀 더 너그럽고 덕망이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런 점에서 천호진이 가진 아버지 이미지와 연기력은 <육룡이 나르샤> 이성계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사극 출연작이 많은 편이 아니었으나 특유의 운동실력으로 승마 장면을 모두 소화하고, 청중을 좌지우지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과시해 '덕장'다운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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