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씨플 재개봉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하면 당장 보러 갈 영화, 실제로 재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해왔다. 이번에 만나볼 영화는 38년 전, 1980년에 개봉한 <샤이닝>이다.

샤이닝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 셜리 듀발, 대니 로이드 개봉 1980년 상영시간 120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샤이닝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 셜리 듀발

개봉 1980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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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플레이어 원>
레디 플레이어 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올리비아 쿡, 벤 멘델슨, 타이 쉐리던, 사이먼 페그, 마크 라이런스, T.J. 밀러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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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볼 예정인가? 그렇다면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미리 보길 추천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과 케케묵은 옛날 영화 <샤이닝>이 무슨 상관이냐고? 상관이 있다. 가상세계 ‘오아시스’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찾는 내용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수많은 영화, 게임이 등장한다. 일일히 다 언급하기도 벅차다. <빽 투 더 퓨처>, <터미네이터 2>, <아이언 자이언트>, <아키라>, <스타워즈> 시리즈 등의 영화뿐만 아니라 <오버워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등의 당대와 1980년대 인기 게임의 캐릭터도 찾아볼 수 있다.

<샤이닝>도 그 가운데 하나다. 다만 비중이 좀 크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나무위키 항목에 “본 영화를 관람할 관객들은 <빽 투 더 퓨처> <아이언 자이언트> <샤이닝>을 꼭 보고 가길 바란다”고 나와 있다.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옆자리 관객이 빼곱 잡고 웃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 혼자 멀뚱멀뚱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샤이닝>을 보고 <레디 플레이어 원>을 관람하는 자에게 꿀잼이 있으리니.

<샤이닝>의 배경, 오버룩 호텔.

영화 좀 봤다는 사람들은 이미 <샤이닝>을 봤을 것이다. 그만큼 <샤이닝>은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다만 지금 <샤이닝>을 다시 보는 이유는 <레디 플레이어 원> 때문이니 널리 알려진 명장면 3개 정도만 언급하려 한다.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이 영화가 왜 걸작이 됐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프닝 시퀀스
<샤이닝>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압도적이다. 영화의 시작은 익스트림 롱숏이다. 항공촬영한 것으로 오프닝 시퀀스를 자세히 보면 헬리콥터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록키 산맥의 첩첩산중의 도로를 따라 한 대의 자동차가 움직인다. 카메라는 자동차를 쫓는다. 그렇게 주인공 잭 토랜스(잭 니콜슨)는 오버룩 호텔에 도착한다. <샤이닝>은 겨울 동안 문을 닫는 오버룩 호텔 관리 일을 맡은 토랜스와 가족들이 겪는 일을 담은 공포영화다. 오프닝 시퀀스는 오버룩 호텔이 얼마나 외부와 차단된 곳인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호텔에 갇혀 지내게 될 그들이 느끼게 될 어마어마한 고립감을 관객들에게도 심어준다. 음악 또한 중요한 요소다. 얼굴을 찡그리게 될 정도로 불길한 음악은 토랜스 가족의 미래가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또렷이 암시한다. 유튜브에서 밝은 느낌의 음악을 입힌 팬들이 만든 오프닝 시퀀스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단지 음악만 달라졌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음악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복도 시퀀스
<샤이닝>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딘가 익숙한 장면이 있다. 위 스틸 사진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자전거와 쌍둥이 자매. 텅빈 호텔에서 잭의 아들 대니(대니 로이드)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카메라는 대니의 자전거를 쫓는다. 카메라의 높이는 대니의 자전거에 맞춰져 있다. 이 시퀀스는 스테디캠 활용의 교과서라 불러야 마땅하다. 최초의 스테디캠 영화는 <록키>라고 알려져 있지만 <샤이닝>을 통해 그 진가가 드러났다. 다시 대니를 쫓는 복도 시퀀스로 돌아가자. 카메라의 높이뿐만 아니라 이동 속도 역시 대니의 자전거에 맞춰 움직인다. 대니는 그저 자전거를 타고 복도를 지나고 있을 뿐인데 관객들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대니를 쫓고 있다고 인지한다. 대니가 237호 앞에서 불김함을 느끼고 자전거를 멈출 때는 카메라의 속도가 느려진다. 멀리 떨어져서 대니를 지켜본다. 다시 등장하는 대니의 복도 시퀀스에서는 대니의 자전거보다 카메라가 좀더 높은 위치에서 이동한다. 위에서 대니를 내려다보는 각도다. 이제 관객들은 확신한다. 대니의 자전거를 쫓는 이 시선은 오버룩 호텔에 깃든 원혼이었다. 스테디캠을 이용한 시점숏은 <샤이닝>의 마지막 결말부 미로 시퀀스에서 다시 등장한다.

도끼 시퀀스
잭 니콜슨의 섬뜩한 표정을 담은 <샤이닝> 포스터. 이 포스터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가져온 것이다. 잭과 가족은 고립된 호텔에서 점점 미쳐간다. 호텔에 원혼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대니는 점점 변해가는 잭에게 묻는다. “엄마랑 나, 절대 안 해칠 거죠?” 잭은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결국 그는 도끼를 들고 가족을 위협한다. 잭의 공격을 눈치챈 대니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레드럼”(Redrum)이라는 단어를 자꾸 외기 시작한다. 그때 광기에 휩싸인 잭은 아내 웬디(셜리 듀발)와 아들이 있는 방문을 도끼로 내려 찍는다. 화장실로 피한 웬디와 대니를 쫓아온 잭은 화장실 문도 도끼로 내려친다. 반쯤 부서진 문틈으로 잭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장면이 포스터에 쓰였다. 그가 내뱉는 대사가 소름 끼친다. “자니(잭의 애칭)가 왔어요~!”(Here's Johnny!) 잭의 이 대사는 이후 등장한 공포영화에서 수차례 인용됐다. 살인마를 상징하는 대사가 된 것이다.

엘리베이터 시퀀스
호텔 엘리베이터 틈으로 시뻘건 피가 흘러넘친다. 이윽고 화면을 가득 채운 피. 기괴하고 불길하고 으스스한 느낌의 음악이 흐른다. 엘리베이터에서 피가 쏟아지는 장면은 <샤이닝>에서 몇 차례 반복된다. 슬로모션으로 처리된 이 장면은 <샤이닝>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섬뜩하면서도 동시에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시퀀스다.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영상 전시물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기괴함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 장면을 무려 9일 동안 촬영했다. 핏물을 흘려보내고 닦아내기의 반복. 지독한 완벽주의자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명장면이다.
 

<샤이닝>의 원작자 스티븐 킹은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영화를 싫어했다. 자신의 원작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에 소개한 명장면들은 원작에 없는, 스탠리 큐브릭이 창조해낸 것들이다. 원작자는 싫어했지만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작으로, 촬영의 교과서로,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공포영화로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샤이닝>의 명장면들을 차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가지 당부를 전한다. 혹 이 글을 읽고 <샤이닝>이 궁금해졌다면 부디 유튜브에서 <샤이닝> 명장면을 편집해놓은 영상 말고 영화 전편을 보길 바란다. 위에 소개하지 않은 다른 명장면이 가득하다. 영화에 좀더 집중하려면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고 보도록 하자. 거의 모든 공포영화가 그렇긴 하지만 <샤이닝>의 경우 음악과 음향에서 느껴지는 공포와 긴장감이 엄청나다. 에디터는 헤드폰을 끼고 <샤이닝>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가 오프닝 시퀀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기괴함에 잠깐 스톱 버튼을 누르고 심호흡을 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