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츠 에미히홀츠 감독

“영화란 기억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하나의 구조물을 머릿속에 짓는 과정이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의 주인공인 하인츠 에미히홀츠 감독에 의하면 영화와 건축은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올해의 전주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영화 두 편 역시 건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2017)는 건축과 풍경을 주제로 한 4부작 시리즈 ‘스트리트스케이프’의 마지막 작품이다. 트라우마 전문가인 외상 심리학자 조하르 루빈스타인과 나눈 대화가 영화의 재료가 됐다. <두 개의 대성당>(2018)은 신교 그룬트비그 교회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의 성당을 병치시키는 시도를 했다. 마스터클래스로 한국의 관객을 만나기 몇 시간 전,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의 ‘대화’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조하르 루빈스타인과 당신이 나눈 실제 대화이면서 건축과 영화 사이의 대화를 의미한다. 건축과 카메라워크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연결시키려고 했나.
카메라는 영화의 언어를 정의하는 역할을 하고, 촬영은 영화의 중심인물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대화 장면도 다양한 앵글로 여러 번 찍는 게 아니라, 항상 새로운 프레임으로 촬영했다. 카메라의 이동이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이야기가 예상되지 않고, 관객은 시각적으로 계속 집중할 수 있다.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에서 우루과이의 건축가 엘라디오 디에스테의 건축물이 등장하는 것처럼, 특정 건축가·특정 건축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찍었다. 어떤 기준에서 건축가와 건축물을 선택하나.
아주 유명한 건축가보다는 토목 공학이나 덜 알려진 쪽에 관심이 많다. 엘라디오 디에스테 역시 아주 알려진 건축가는 아니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사는 지인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두 개의 대성당>의 경우 덴마크의 건축학 교수인 지인이 신교 그룬트비그 교회 사진을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한정하기보다는 무언가를 병치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탈리아 오르비에토의 성당을 함께 촬영하는 것으로 그의 동의를 받았다.

<두 개의 대성당>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는 물론 <두 개의 대성당>에서도 일관되게 발견되는 감독의 관점이 있다. 고정된 이미지들의 결합이 머릿속에서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몽타주 미학이 연상되는데.
단일의 이미지를 결합한다는 점에서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지가 베르토프 감독, 사진작가 알렉산더 로드첸코, 그리고 보리스 카우프만 촬영 감독이다. 그들에게 두 개의 다른 것을 병렬적으로 구성한 다음 서로 이어나가며 의미를 만드는 미학을 배웠다. 가령 <두 개의 대성당>의 경우 신교와 가톨릭, 남부와 북부, 이탈리아와 덴마크, 그리고 생동감 있는 활동적인 공간과 조용한 공간을 병렬적으로 배치했다. 내가 에이젠슈타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좋아하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멕시코 만세!>(1979)라는 미완성의 작품인데, 정말 환상적인 카메라 워크를 보여준다.

‘사진과 초월’이라는 당신의 연작 시리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진처럼 정지된 이미지를 영화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나. 
언뜻 보면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공기는 물론 소리까지 계속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렇게 시간의 한 조각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언어다.

두 개의 대성당

감독 헤인즈 에미그홀즈

출연

개봉 2018 덴마크,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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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

감독 헤인즈 에미그홀즈

출연

개봉 2017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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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장병원 프로그래머·정리 임수연·사진 박종덕 객원기자
<씨네21>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