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국내포스터

패션잡지 ‘보그’와 ‘엘르’, ‘하퍼스 바자’ 미국판은 올해 2월 뉴욕 패션위크가 끝나자 일제히 올해의 트렌드를 ‘1980년대 복고’라고 전했다. 한국의 매체들 역시 1980년대 문화를 주목하며 이에 관한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갑작스럽지는 않다. 징후는 이미 여러 군데서 보였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에서 스타로드(크리스 프랫)가 갖고 다니는 워크맨이 그랬고, 또 그 워크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랬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리 페이스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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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배경 역시 1980년대다. 음악부터 각종 소재들까지 1980년대의 것이 가득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가운데 하나인 <1984년, 여름>(Summer Of ‘84)는 마치 <기묘한 이야기>의 극장판 같기도 하다. 1984년이라 명시된 배경 안에서 1980년대에 볼 수 있는 클래식 카, 무전기 등 추억 어린 소품이 등장하고, 음악은 그때의 신스팝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전자음으로 채워졌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1

출연 위노나 라이더, 데이빗 하버, 매튜 모딘, 핀 울프하드, 밀리 바비 브라운, 게이튼 마타라조, 케일럽 맥러플린, 노아 스납, 나탈리아 다이어, 찰리 히튼, 카라 부오노, 조 키어리, 섀넌 퍼서

방송 2016,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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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시 1980년대 유행했던 시티팝이 다시 소환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윤종신이나 유빈 같은 한국의 주류 음악가들도 자신들의 음악에 시티팝을 차용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역시 복고 열기의 하나였다. 다시 주목받고 있는 1980년대 문화 가운데 가장 직관적이고 가장 먼저 다가오는 건 음악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화려한 눈요깃거리 사이에서도 음악은 단박에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레디 플레이어 원>
<레디 플레이어 원> 사운드트랙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형적인 청소년 모험물로 <레디 플레이어 원>이란 제목 자체부터 2인용 게임에서 1P를 고르면 화면에 보이는 메시지에서 따왔다. 비디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가져온 1980년대의 코드를 대거 영화에 삽입했고, 노골적으로 이는 영화 내 중요한 퍼즐을 푸는 열쇠로 등장한다. 주인공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는 청재킷으로 ‘80년대 간지’를 뽐내고 등장 음악처럼 밴 헤일런의 명곡 ‘점프’(Jump)를 배경으로 나온다.

밴 헤일런

영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영화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사운드트랙은 호평받았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점프’의 키보드 인트로를 들으며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영화음악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가 의도한 그대로 영화음악 역시도 그 노선을 어김없이 따른다. ‘숨은 명곡’을 찾기보단 1980년대 미국인들이 열광했던 음악에 초점을 맞춘다.

프린스의 ‘아이 워너 비 유어 러버’(I Wanna Be Your Lover)를 시작으로 템테이션의 ‘저스트 마이 이매지네이션’(Just My Imagination (Running Away With Me)), 블론디의 ‘원 웨이 오어 어나더’(One Way Or Another), 뉴 오더의 ‘블루 먼데이’(Blue Monday), 비지스의 ‘스테잉 얼라이브’(Stayin’ Alive), 트위스티드 시스터의 ‘위아 낫 고나 테이크 잇’(We're Not Gonna Take It) 등 무엇 하나 빼기가 어려울 정도로 친숙한 노래들이 사운드트랙을 채우고 있다. 신스팝부터 헤비메탈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지만 그 노래들이 한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사실과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건 같다. 영화 안에서 너무나 반갑게 흘러나오는 밴 헤일런의 ‘점프’나 조지 마이클의 ‘페이스’(Faith),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예고편에서 등장했던 아하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가 사운드트랙에 들어가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다.

트위스티드 시스터

너무나 익숙한 노래들이지만 새삼 이 노래들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팝송인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최고의 호황기였던 1980년대, 최고의 인재들이 든든한 자본을 등에 업고 스튜디오에서 공들여 만들어낸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위력적이다. 지금의 복고 열기는 일시적일 수 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1990년대의 문화가 재조명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1980년대의 노래들이 가진 그 자체로서의 가치와 빛은 조금도 바래지 않을 것이다. 팝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가장 팝적이었던 시대였다. <레디 플레이어 원> 사운드트랙은 노골적이지만 그래서 더 본보기가 되는, 팝이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증거물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올리비아 쿡, 벤 멘델슨, 타이 쉐리던, 사이먼 페그, 마크 라이런스, T.J. 밀러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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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