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은 DC코믹스의 간판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유명세 있는 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실사화도 여러 번 이루어졌으며 인지도에 힘입어 인기 역시 높은 캐릭터인데, 덕분에 새 영화가 공개되고 새로운 캐스팅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의 반응이 뜨거워진다.
배트맨 역할로 낙점돼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저스티스 리그>에 출연하고 기획을 맡는 등 야심찬 시작을 했던 배우 벤 애플렉. 하지만 결국 하차 수순을 밟게 되면서 차기 배트맨 자리가 공석으로 남자 새로운 배트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바 있다.
새로운 배트맨으로 낙점된 배우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과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하이틴 스타의 자리를 꿰어찬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었는데, 캐스팅이 공개되자마자 반발 여론이 매우 거셌다. 배우 본인은 "언더독의 장점은 기대치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어쩐지 기시감도 드는 게 사실이다.
다른 히어로 캐릭터도 마찬가지겠지만, 배트맨과 넓게 보면 조커까지 배트맨 관련 이야기가 실사화될 때마다 많은 배우들이 캐스팅 논란을 겪어 왔다.
1) 벌쳐 이전에 배트맨이었던 남자, 마이클 키튼
이전에도 배트맨 무비가 있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실사화는 1989년의 영화 <배트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 브루스 웨인 역할로 낙점되었을 때 캐스팅 논란이 거셌다.
근래의 관객들에게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벌쳐 역으로 더 익숙하겠지만, 마이클 키튼은 신인 시절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했고 <비틀쥬스>에 출연하며 유명해진 배우였다. 팀 버튼 감독이 메가폰을 쥐게 되면서 <비틀쥬스>에서 함께 작업한 마이클 키튼을 캐스팅하자 직전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인지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던 것.
하지만 팀 버튼과의 협업은 성공했고,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히는 배트맨 실사화 영화 중 하나로 남았다. 배우의 이미지가 작품 하나로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셈.
2) 잘생긴 배트맨은 바로 이런 것, 발 킬머
팀 버튼 감독은 1989년작 <배트맨>과 1992년작 <배트맨 리턴즈>를 끝으로 메가폰을 내려놓았고, 다음 작품은 1995년의 <배트맨 포에버>였다. 조엘 슈마허 감독이 새롭게 감독직을 맡으면서 제작진이 전부 교체되었고, 배트맨 역으로는 발 킬머가 캐스팅되었다.
조엘 슈마허의 원안은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배트맨이었다고 하지만… 워너브라더스에서는 가벼운 코믹 액션 무비를 원했고 때문에 영화의 색깔은 극명히 달라졌다. 발 킬머는 당시 꽃미남 할리우드 배우로 주가를 달리고 있었기에 캐스팅 논란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촬영 중 불성실한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 조엘 슈마허 감독이 발 킬머와는 다시는 작업하지 않겠다는 폭언을 남기기도(그 외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있었다).
배트맨 캐릭터로만 보면 연기도 나쁘지 않고, 외모도 잘 어울린다는 평이 높았지만 빌런 캐릭터들의 묘사나 스토리 등이 원작과는 따로 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 바로 발 킬머가 연기한 배트맨 영화 <배트맨 포에버>다.
3)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남자, 하지만… 조지 클루니
조지 클루니는 필모그래피 전체를 보더라도 이렇게 망작이라는 평을 받을 만한 배우가 아니지만, 그가 연기한 배트맨은 악평을 면치 못했다. 조지 클루니의 연기력이나 다른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영화의 완성도가 너무 낮았던 탓이었다.
감독인 조엘 슈마허도 이런 점을 십분 인정하는 바였는지 부가영상에서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질 않나, 조지 클루니는 2018년에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커리어에서 분기점이 된 작품이 바로 <배트맨과 로빈>이라는 씁쓸한 후일담을 아직까지도 전하고 있질 않나… 출연한 배우와 연출한 감독조차 망작임을 거리낌 없이 인정하고 있다.
만약 조엘 슈마허 감독의 ‘어두운 분위기의 배트맨 영화’ 기획이 받아들여져 그대로 제작이 가능했다면(이 의견을 워너브라더스가 묵살하지 않았다면) 조지 클루니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우마 서먼(포이즌 아이비 역!!)의 열연으로 멋진 영화가 탄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영화적 완성도 때문에 혹평을 면치 못하는 배트맨인 셈.
4) 전설이 된 다크 나이트, 크리스찬 베일
<배트맨과 로빈>의 대실패로 인해 워너는 한동안 배트맨 실사영화 시리즈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지금의 배트맨을 있게 한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가 시작되었다.
이전 배트맨이 코믹한 전 연령에 치중하다 헛발질을 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로운 배트맨은 좀 더 성인들을 위한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였다. 초반에는 기존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작품으로 구상되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채택해 성공한 셈이다.
전작의 대실패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역할이란 점은 여전히 매혹적인 것이었는지, 걸출한 배우들이 캐스팅 물망에 올랐고 그중 낙점된 것은 크리스찬 베일이었다. 캐스팅 비화에 의하면 “가면을 써도 이글이글한 눈빛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배트맨 특유의 복장 때문에 이런 점이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와 새로운 캐릭터성을 갖고 등장한 '배트맨'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해 낸 크리스찬 베일은, 이후 속편에서 조커 역을 맡아 역사의 한 획을 쓴 배우 히스 레저와의 궁합을 통해 전설적인 명작으로 남았다고 할 수 있다.
5) 아쉬움만 남기고 퇴장한 안타까운 배트맨, 벤 애플렉
워너 브러더스는 DCEU라는 확장 유니버스를 통해 작품을 총괄하는 세계관을 만들어 가고자, 기존 DC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총집시키는 ‘저스티스 리그’의 영화화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배우들 역시 새롭게 캐스팅되었는데, 이와 함께 배트맨 역할로 벤 애플렉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벤 애플렉 역시 영화에서 보여준 역량에 비해 평가가 좋지 않았던 케이스인데, 영화의 완성도 때문이었다. 배트맨으로서 등장한 작품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특별출연,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였지만 이 중 한 편도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벤 애플렉의 벌크업한 몸매는 역대 배트맨들 중 가장 단단한 외모를 선보여 원작의 배트맨 캐릭터와 흡사하다는 평을 받았고, 연기 역시 출중한 수준을 선보였지만 결국 하차 수순을 밟고 말았다.
6) 뱀파이어는 잊어 주세요, 새로운 배트맨 로버트 패틴슨
당초에는 벤 애플렉이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으며 제작에도 참여할 예정이었던 2021년 개봉 예정 영화 <더 배트맨(가제)>의 주연배우는 벤 애플렉의 하차에 버트 패틴슨으로 변경됐다.
로버트 패틴슨은 <해리포터와 불의 잔>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할리우드 하이틴 스타였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캐스팅 소식을 전했을 때에도 논란이 크게 일었던 배우다. 작중에서 묘사된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과 외모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게 주요한 이유였는데.
심지어는 개봉 이후에도 연기력 논란으로 인해 비난을 피해 가지 못했고, 이 이미지가 굳어지는 바람에 배트맨 캐스팅 논란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등학생 뱀파이어(나이는 물론 고등학생은 아니었지만)의 이미지로, 어둡고 차가운 고담을 지키는 우울한 히어로인 배트맨을 연기할 수 있겠냐는 반론이 거세다.
로버트 패틴슨은 배트맨 캐스팅과 관련하여 이 역할을 매우 오랫동안 원해 왔다고 밝힌 바 있으며 캐스팅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잘 알려진 배우이기는 하나 동시에 이 영화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실제로도 이후 필모그래피는 저예산 인디영화들이 다수이며 이 때문에 배우로서의 입지가 오히려 줄어드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력 면에서는 점차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영화 <굿 타임>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사실 쭉 배트맨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을 보면, 캐스팅 결과의 좋고 나쁨은 배우 자신의 이미지나 연기력 등 개인적인 요소보다는 영화 전체의 완성도나 구성으로 이루어지는 흥행 및 평가로 인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라면 평가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영화적 완성도 역시 처참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원작의 완성도 역시 미묘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지금까지 본인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그다지 없었다는 게 맞지 않을까.
최근 배트맨 역할로 낙점된 후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캐릭터에 어울리는 외모를 만들기 위해 벌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바, 강렬한 하관과 턱선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배우의 가능성을 더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희재 / PNN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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