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렛고> 포스터

<돈렛고>는 11월 14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돈렛고>

가족의 죽음. 그것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한 남자에겐 그 기적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절망스럽게도 그 자신이 관여할 수 있는 건 오직 전화 통화뿐이죠. 이미 죽은 조카와의 전화 통화로 그는 정말 이 모든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요?

형사 잭 래드클리프(데이빗 오예로워)는 어느 날 조카 애슐리(스톰 레이드)의 전화를 받는다. 다급한 목소리에 잭은 형의 집에 방문하는데, 형의 가족들이 모두 살해된 걸 발견한다. 살해 현장인 형의 집에서 마약이 대량 발견되면서, 잭 또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다. 가족의 죽음과 내사과의 의심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죽은 애슐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돈렛고>


판타지 소재를 피부에 와닿게

전파를 통한 시간 초월, 아주 참신한 설정은 아닙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이런 류의 영화는 꽤 많죠. 국내에도 <시그널>이란 걸출한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고요. 그럼 <돈렛고>는 이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까요. 그건 이 두 사람이 통화하는 시간대를 그리 멀지 않게 설정한다는 겁니다. 잭은 애슐리와의 통화를 통해 형의 가족이 살해되는 걸 막으면서 동시에 지금 이 순간 애슐리가 전하는 정보를 좇아 범인의 흔적을 찾아내야 합니다. 여기엔 애슐리가 자신의 미래를 몰라야 한다는 조건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죠.

단지 그거면 될까요? 여기에 잭이 고려해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애슐리가 자신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애슐리가 존재하는 시간은 과거, 잭 자신도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애슐리가 자신의 시간대에서 잭을 만나면 어떤 식으로 사건이 꼬이게 될 수 짐작조차 할 수 없죠.

<돈렛고>

그러니까 <돈렛고>의 시간을 초월한 통화는 결코 만능이 아닙니다. 먼 미래가 아니니 잭 또한 사건의 진상은 알지 못하고, 두 사람이 가진 정보를 조합하는 방법밖에 없죠. 설령 잭이 모든 걸 안다고 해도 그가 직접 과거로 간 게 아니니 애슐리를 설득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죽은 가족과의 통화, 이런 기적 같은 기회에도 잭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질 수밖에요. 덕분에 사건 해결에 혈안이 된 잭은 현재에서 무리를 하게 되고, 애슐리는 그런 잭을 의아하게 여기며 점차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돈렛고>는 이처럼 ‘과거와의 교류’라는 무한해 보이는 설정에 ‘전화 통화’라는 명백한 한계선을 만듭니다. 수많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만, 결국엔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이 잔인한 기적을 활용해 인물들의 심리마저 마구 흔들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판타지적인 타임 리프지만 피부에 와닿는 스릴러를 완성시키죠.

<돈렛고>


완벽한 신구 조합의 출연진

데이빗 오예로워가 연기한 잭 래드클리프(앞줄 가운데)

모든 걸 알지만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잭과 자신이 살해당할 걸 모르는 애슐리. 이 두 사람이 <돈렛고>의 키를 쥐고 있습니다. 영화 전반을 끌고 가는 두 인물은 각각 데이빗 오예로워와 스톰 레이드가 맡았습니다. 데이빗 오예로워는 최근 가장 진중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우입니다. <셀마>에서 마틴 루터 킹을 연기해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보여줬고 <나이팅게일> <오직 사랑뿐> <체스의 여왕> 등으로 행보를 이어왔죠. 장르를 오가며 활약하는 데이빗 오예로워는 <돈렛고>에서도 사실상 원톱인 분량을 연기력으로 꽉꽉 채우는데 성공합니다.

스톰 레이드가 연기한 애슐리

스톰 레이드는 디즈니 블록버스터 <시간의 주름>의 주인공으로 세간의 시선을 모았지만, 그전에도 2016년 의외의 수작으로 평가받은 <슬레이트>로 주목받았습니다. 둘 다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스톰 레이드의 잠재력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죠. 덕분에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나 <유포리아> 같은 명품 드라마에서도 활약했죠. <돈렛고>에서도 목소리만으로 순간적인 감정을 담아내고, 급변하는 심리 상태를 표현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남깁니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영화가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더 훌륭해집니다. 카메라가 마침내 두 사람을 한 공간으로 끌어들일 때, 시간을 넘어선 기적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집니다. 상황과 인물의 심리를 정확히 이해한 배우들의 힘인 거죠. 특히 데이빗 오예로워는 <돈렛고>의 제작에도 이름을 올려 작품에 대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믿고 보는 그 이름, 블룸하우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CEO 제이슨 블룸

여기까지 내려왔는데도 <돈렛고>가 확 끌리지 않는다? 아마 확신을 주는 이름이 없어서일지도 모르죠. 제이콥 아론 이스터스 감독도 경력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고, 잭 역의 데이빗 오예로워도 화려한 연기 경력을 가졌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배우니까요. 그렇다면 이 이름은 어떨까요. 제이슨 블룸입니다. <돈렛고>는 제이슨 블룸의 영화사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제작한 영화입니다. 블룸하우스는 꾸준히 이름값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돈렛고>에서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합니다.

제이슨 블룸은 시나리오와 감독의 비전만을 조건으로 영화를 제작하며 저예산 영화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돈렛고>를 선택했고, 이에 화답하듯 화려하진 않지만 타임 리프 영화를 교묘하게 비틀고 선명한 메시지를 남기는 제이콥 아론 이스터스 감독. 감독과 제작자의 신뢰로 태어난 <돈렛고>는 그에 걸맞은 독특한 향기와 재미를 선사합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