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링고>

본격적으로 개봉작 가뭄 시기에 들어선 요즘, 한 편의 액션 코미디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다. 잃을 것이 없는 남자 해럴드(데이빗 오예로워)가 자신의 해고를 유예하기 위해 납치 자작극을 벌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링고>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조엘 에저튼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출연이 눈에 띄는 가운데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으니, 바로 샤를리즈 테론이다. 제약회사의 사장 일레인 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최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밤쉘>로 2020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매 영화마다 인상 깊은 캐릭터로 변신을 꾀하는 샤를리즈 테론의 대표 캐릭터 5를 선정해봤다.


<이탈리안 잡>

<이탈리안 잡>

<이탈리안 잡> 스텔라 브릿저

<댓 씽 유두>로 데뷔해 <베가 번스의 전설>,<더 야드>, <레인디어 게임> 등 작품 활동을 해오던 샤를리즈 테론. 로맨스와 스릴러 두 장르를 중심으로 출연했던 초기 필모그래피 중에서 <이탈리안 잡>은 샤를리즈 테론에게 대중적인 인지도와 함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 캐릭터로 이어지기까지 초석을 다져준 작품이라 할만하다. <이탈리안 잡>은 피터 콜린슨 감독이 연출한 1969년 동명 영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마크 월버그와 에드워드 노튼, 제이슨 스타뎀이 함께 출연한 케이퍼 무비다. 샤를리즈 테론은 극 중에서 금고 털이 전문범이었던 존 브릿저(도널드 서덜랜드)의 딸 스텔라를 연기했다. 스텔라는 아버지에게 전수받아 금고를 여는데 능숙하며, 스티브(에드워드 노튼)에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찰리(마크 월버그)의 계획에 합류한다. 샤를리즈 테론은 영화 속에서 상당히 거침없는 드라이브 실력을 보여주었는데, 그가 몰았던 빨간 미니 쿠퍼가 인기를 끌며 <이탈리안 잡> 하면 떠오르는 대표 자동차로 자리매김하였다.


<몬스터>

<몬스터>

<몬스터> 에일린 워노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도 좋지만, 샤를리즈 테론의 대표작은 명실공히 <몬스터>라 할 수 있겠다. '예쁘고 섹시한 배우'라는 한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연기파 배우로 거듭날 수 있게 해준 <몬스터>에서 샤를리즈 테론의 변신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니. 미국의 여성 연쇄살인마 에일린 워노스를 연기한 그는 실존 인물과 유사한 외양을 갖추기 위해 먼저 체중을 20kg나 증량했다. 거칠고 푸석한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하는 동안 로션 및 기초화장품을 바르지 않았으며, 눈썹을 밀고 얼굴형의 변화를 위해 구강보조기구를 끼웠다. 물론 분장만으로 에일린 워노스가 될 수는 없었다. 샤를리즈 테론은 에일린이 실제로 주고받았던 수백 통에 가까운 편지들을 읽으며 그의 내면과 현실을 이해하고자 했고, 이에 맞게 생활 패턴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이었을까. 불우했던 유년시절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에일린 워노스의 불안하고도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 2004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를 포함한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노스 컨츄리>

<노스 컨츄리>

<노스 컨츄리> 조시 에이미스

샤를리즈 테론은 할리우드 페미니스트 배우로 자명하다. 이는 과거 성장 배경에서 받은 영향이 큰데,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에게 오랜 시간 폭행과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 결국 샤를리즈 테론이 15살이던 해 극심한 폭행을 당하던 어머니가 남편을 향해 총을 쏴 살해했고,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풀려난 어머니와 단둘이 남아 지금까지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며 지내오고 있다. 아픈 경험을 딛고 여성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샤를리즈 테론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노스 컨츄리>다. 영화는 미국 최초로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해 단체 소송을 걸어 승소를 거머쥔 여성 광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샤를리즈는 생계를 위해 들어간 광산에서 남성들로 하여금 조롱과 성희롱, 멸시를 견디다 못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인물 조시를 연기했다. 동료 글로리를 연기한 프란시스 맥도넌드의 묵직한 연기 역시 큰 감동을 남기는 작품. 샤를리즈 테론은 <노스 컨츄리>로 <몬스터>에 이어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다시 한번 노미네이트되는 영예를 안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임페라토르 퓨리오사

빡빡 민 머리, 검게 칠한 두 눈, 한쪽 팔 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여전사.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하 <매드맥스>) 퓨리오사는 대중에게 가장 가까운 샤를리즈 테론의 대표 캐릭터 일 테다. 핵 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강렬한 캐릭터들과 미친 속도감을 자랑하는 <매드맥스>에서 퓨리오사는 톰 하디가 연기한 맥스와 더불어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 인물이다. 그 어떤 영화 속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여성 사령관의 모습은 맥스의 존재감을 압도하며 퓨리오사를 21세기 여성 캐릭터 역사에 길이 남게 해주었다. 한편, <매드맥스> 조지 밀러 감독은 시리즈와 캐릭터의 인기에 힘입어 퓨리오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 제작을 발표했으며, 샤를리즈 테론은 "퓨리오사가 돌아오길 바란다. 언제든 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으니 머지않아 그의 컴백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아토믹 블론드>

<아토믹 블론드>

<아토믹 블론드> 로레인 브로튼

<아토믹 블론드>는 강인하지만 고독한 인물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매드맥스>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존 윅>으로 감각적인 액션을 연출을 선보이며 데뷔한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샤를리즈 테론은 냉전시대 이중 스파이를 잡기 위해 파견된 MI6 최고 요원 로레인을 연기했다.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인 만큼 샤를리즈 테론은 역할을 위해 3개월 동안 매일 5시간씩 고강도 트레이닝을 받으며 여자 '존 윅'으로 거듭났다. 치아 두 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훈련을 한 결과, 종합격투기 기술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고.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10분가량의 롱테이크 액션신 및 다수의 맨손 육탄전 신은 영화팬들로부터 호평받으며 액션 스타로서 샤를리즈 테론의 입지를 견고히 하는데 기여했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