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5: 무적의 잠수함>은 4월 9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쉿! 숨을 죽이고 있는 잠수함의 승조원들. 갑자기 켜진 턴테이블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잠수함은 적에게 발견되고 공격을 받는다. 쾅! 충격으로 흔들리는 잠수함. 철판의 작은 틈새로 솟구치는 물줄기. 급하게 수리를 하려는 승조원이 수압으로 인해 총알처럼 튀어나온 볼트에 부상을 입는다. 바닷물 유입을 막기 힘들어지자 해당 구역이 폐쇄된다. 한 승조원이 파이프에 낀 팔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U-235: 무적의 잠수함>(이하 <U-235>)의 전투 시퀀스를 간략하게 옮겨봤다. 잠수함 영화라면 이런 장면 요소는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영화를 찾기 어렵다. 즉, <U-235>는 전쟁영화의 하위 장르로서 잠수함 영화의 장르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다. 간혹 오해하는 관객들이 있다. 장르의 법칙을 잘 따르다는 건 관객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다만 한 가지. 장르의 법칙에서 살짝 벗어난 변주는 필요하다.

잠수함 장르의 법칙?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인 1941년을 배경으로 한 <U-235>는 멋진 장르의 변주를 보여준다. <U-235>에 탑승한 인물들은 사실 잠수함 승조원들이 아니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배우 코엔 드 보우가 연기한 스탠을 중심으로 한 이들은 숲속에서 활약한 저항군이다. 그런 까닭에 영화의 초반에는 잠수함을 볼 수 없다. 저항군의 지상에서의 활약을 보여준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과 비교될 만한 몇몇 장면들이 눈에 띈다. 스탠 일행은 숲속의 ‘거친 녀석들’이다. 거침 없고 화끈하면서 호쾌한 액션이 눈에 띈다.

중반부부터 이들은 잠수함 승조원이 된다. “물이랑 맞지 않는다, 수영 할 줄도 모른다”며 투덜대면서 잠수함에 오른다. 2014년 개봉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라는 영화가 살짝 떠오르기도 한다. 숲에서 온 저항군이라는 컨셉에 맞는 기가 막힌 장면도 등장한다. 수면 위에 떠 있는 잠수함의 해치를 열고 나온 저항군의 여성 멤버 나딘(엘라-준 헨라드)이 저격용 라이플로 수면 위를 비행하던 전투기를 격추시킨다. 기존의 잠수함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명장면이다.

적과 한 배를 타게 된 이유

<U-235>의 인물 구성도 재밌다. 신참내기 승조원을 이끄는 이가 다름 아닌 나치 포로다. 투레 리펜슈타인이 연기한 프란츠 예거라는 인물이 잠수함의 선장이다. 스탠 일행은 잠수함을 제대로 조종할 수 있는 적과 한 배를 탄 셈이다. 영화의 전반부에 나치에 의해 아내와 아들을 잃고 고통 받는 스탠의 회상 신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탠과 예거의 대립과 관계의 변화는 <U-235>의 재미를 증폭시키는 중요한 장치다.

저항군들이 탄 잠수함이 연합군의 것이 아니라는 점도 독창적이다. 저항군의 임무는 아프리카 콩고에서 채취한 원자폭탄의 원료인 우라늄(U-235)을 미국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 작전을 위해 독일 U-보트 잠수함을 타고 나치로 위장했다. 나치의 눈을 피하기 위한 이들의 전략은 영화 후반의 클라이맥스 전투 시퀀스 직전, 숨막히는 스릴과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게 만든다. 다른 U-보트 잠수함과 마주치기 때문이다. 예거가 “자신들은 독일 8함대 소속 잠수함이며, 스스로 수리할 수 있다”고 무전을 보냈지만 독일군 장교는 “도와주겠다”며 저항군의 잠수함에 승선한다.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의 고유한 특징을 생각해보자. 잠수함 영화는 보통의 전쟁영화와 달리 직접 적과 대면하지 않는다. 캄캄한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오로지 소리로 서로를 탐지하게 만든다. 잠수함이라는 고립되고 폐쇄된 환경은 인물들의 캐릭터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체로 선장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간의 대립이 잠수함 영화의 특징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크림슨 타이드> 같은 영화에서 특히 돋보였다. 또 글의 서두에서 <U-235>의 한 장면을 설명한 것처럼 바다, 심해라는 특수한 배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적 요소도 잠수함 영화의 대표적인 특이점이다.

꼭 봐야 할 잠수함 영화

<U-235>는 잠수함 영화의 장르 법칙을 충실히 따르면서 전쟁영화의 스펙터클을 확보한다. 동시에 색다른 접근법을 통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클리셰를 슬기롭게 피해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잠수함 영화는 그 수가 그렇지 많지 않다. <특전 유보트>(1982), <붉은 10월>(1990), <크림슨 타이드>(1995) 등 이제는 고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부터 <U-571>(2000), <K-19 위도우메이커>(2001)의 웰메이드 영화가 있었다.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잠수함 영화로는 <헌터 킬러>(2018), <쿠르스크>(2019), <울프 콜>(2019) 등이 있다. 이 영화 리스트에 벨기에산 잠수함 영화 <U-235>는 반드시 추가해야 할 작품이다. 잠수함 영화 마니아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