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감독 김태윤 주연 강하늘, 정우, 김해숙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실화 영화의 일장일단
★★★
이미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접한 2000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영화화했다. 시나리오나 연출보다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지배하며 관객의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든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영화는 <재심>이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법정 영화의 이성적 측면은 배제한다. 대신 사건의 억울함을 강조하며 정의가 사라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데, 그 과정에서 상투성이 개입하며 때론 신파적 감정으로 치닫는다. 좀 더 건조했어도 좋았을 듯하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정우-강하늘 연기만큼은
★★★
공권력의 민낯을 드러낸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상업성과 사회성 사이, 상상과 실제 사이, 사건에 대한 윤리적 태도와 창작자로서의 욕망 사이에서 실화 소재 영화는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재심>의 선택에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시간을 리듬 있게 재배치하며 진실에 다가선 전략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 사건을 향한 감정적 뜨거움이 넘쳐버렸다. 이러한 아쉬움에 필터 작용을 하는 것은 정우와 강하늘의 호연이다. 영화가 단순 사회고발물이 아니라, 성장 드라마로 기능하는 것 역시 이들 배우의 힘이다.
 


트롤
감독 마이크 미첼, 월트 도른 목소리 출연 안나 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

송경원 <씨네21> 기자
알록달록한 밋밋함
★★☆
트롤 인형을 모티브로 한 드림웍스 최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총천연색 캐릭터들이 시선을 사로잡긴 하는데 딱 거기까지다. 기발한 건 캐릭터 디자인뿐 내러티브, 구성, 음악까지 전형적이다. 뮤지컬 장르를 많이 다뤄보지 못한 건 알겠는데 지나치게 안전제일주의 노선을 걷는 까닭에 심심하고 단선적인 이야기가 됐다. 눈과 귀가 확실히 즐겁지만 90분 간 흥겨움을 유지하기엔 여러모로 버거워 보인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감독 케네스 로너건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카스 헤지스, 미셸 윌리엄스

이화정 <씨네21> 기자
위로, 치유, 극복의 말을 앞서는, 온전한 몫의 상처
★★★★
위로도, 극복도, 치유도 들어설 틈이 없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리 챈들러의 마음. 그를 쥐고 놓아주지 않는 건 99.99%가 자책과 후회, 죄책감이다. 사건 이후, 모든 날들이 불행을 담보하고 있는 리의 시간 속, 영화는 사건을 자극적 소재로 전시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가는 시선을 취한다. 불쑥불쑥 비집고 나오는 기억을 소환하는 영화의 방식 자체가, 떠올리기 힘든 리의 기억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주는 장치다. 연출의 절제와 더불어, 풍성한 감정 표현을 통해 마치 그 세월의 한가운데에 놓인 것 같은 연기를 완수하는 배우들의 역량이 더없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삶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
겉으로 드러나야만 그 감정의 깊이가 가늠되는 건 아니다. 때론 침묵이나 표정 없음에서 더 큰 감정이 읽히기도 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케이시 애플렉)가 그렇다. 얼핏 무기력해 보이는 건조한 표정의 이 남자는, 폭탄을 품고 서있는 듯 아슬아슬하다. 위태롭다. 안쓰럽다. 골절 많은 사연을 절제된 화법으로 담아낸 영화는, ‘의 과거를 퍼즐조각처럼 맞춰나가며 관객을 빨아들인다. 상처받은 인물의 심리를 미세하게 그려낸 연기와 그러한 심리를 깊게 읽어낸 유려한 연출이 팽팽히 조율돼, 깊은 잔영을 남긴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상실의 흔적으로 채워진 정물화
★★★☆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남자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 앞으로 펼쳐질 상황보다 사소한 풍경까지 상처로 되살아나는 남자의 감정 상태에 주목한다. 이 영화의 플래시백은 의지와 관계없이 불쑥 치고 들어오는 기억을 닮았다. 같은 풍경, 같은 표정이라도 사정을 알기 전과 알고 난 뒤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영화. 쓸쓸하고 먹먹하고 섬세하다. 모든 풍경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버티는 모습에서 한줌 희망을 발견한다.


더 큐어
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 데인 드한, 미아 고스, 제이슨 아이삭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과대포장의 전형
★★★
이미지는 탁월하다. 그게 도리어 독이 된 인상이다. 호러, 스릴러, 판타지 여러 장르를 뒤섞는 건 구성도 서사도 아닌 오직 장면의 분위기다. 매 장면 긴장을 자아내는 집중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밖에 없다. 이야기는 매우 장황하고 조잡해 기대감을 잔뜩 자아낸 전반을 무시한 채 후반에 와르르 무너진다. 알맹이 없는 치장. 그런데 포장지가 너무 매혹적이라 자꾸 눈길이 간다.


제리 맥과이어
감독 카메론 크로우 출연 톰 크루즈, 르네 젤위거, 쿠바 구딩 주니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멘토 혹은 영화
★★★★☆
배우의 매력, 감동적인 스토리, 반짝이는 대사 그리고 인상적인 음악. 여기에 억지스럽지 않은, 인생에 대한 교훈을 담은 멘토 같은 영화. “쇼 미 더 머니!”를 비롯 수많은 명대사의 산실이기도 하다. 종종 뻔해 보이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순간과 깊은 울림의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 <제리 맥과이어>가 그런 영화다. 프랭크 카프라나 빌리 와일더 같은 미국영화의 고전 거장에 대한 오마주도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자아를 찾아가는 드라마의 바이블
★★★☆
잘나가던 스포츠 에이전시의 추락, 이후 재기의 과정. 플롯만 놓고 보자면, 퍽 단순해 보이는 설정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길을 잃은 제리가 사랑을 찾고, 각성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정교하게 그려진다. 자본이 지배하는 스포츠 쇼비니지스의 업계의 생태를 거치며 그가 찾은 것은 잃어버린 것의 만회가 아닌, 전혀 다른 인생의 가치관이다. 드라마틱한 전개, 잘 짜인 멜로, 코믹한 설정, 캐릭터 각각의 매력에 이르기까지,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할리우드 기획영화의 틀 안에서 담을 수 있는 매력지점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전개한다. 톰 크루즈의 설득력 있는 연기. 르네 젤위거, 쿠바 구딩 주니어 등 배우들의 연기도 생동감 있다. 같은 구조의 영화의 바이블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아주 긴 변명
감독 니시카와 미와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후카츠 에리, 쿠로키 하루

송경원 <씨네21> 기자
떠나보낸 것의 두께를 알고, 제대로 슬퍼하기
★★★★
자존심 바닥, 자의식 과잉의 남자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타인의 존재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는 이야기.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는지도 자각하지 못하던 남자는 아내를 잃은 후에야 상실의 두께를 확인한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타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되짚어가다 보면 가슴이 시큰거린다. 특히 아역들의 연기는 오래도록 눈에 밝힌다. 슬프고 고맙고 애틋하고 따뜻하다.


런던 타운
감독 데리 보트, 톰 버터필드 출연 조나단 리스 마이어, 나타샤 맥켈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싱 스트리트> 바로 전
★★☆
작년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싱 스트리트>의 중심이 1980년대 뉴 웨이브였다면, <런던 타운>1970년대 섹스 피스톨즈더 클래쉬를 중심으로 폭발한 펑크 록 신이 배경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자보다 좀 더 무겁고 현실 반영적이며, 이 영화가 제시하는 대처 수상 시대의 풍경은 현재 브렉시트 시대의 영국과 묘하게 조응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 클래쉬의 저항적 메시지가 오버랩된다. 간단히 줄이면, 클래식밖에 모르던 소년이 록으로 각성되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성장영화.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가 더 클래쉬의 리더인 조 스트러머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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