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그려지는 인류의 미래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마치 선과 악처럼요. 결말의 빈도로 보자면 우세한 쪽은 디스토피아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일단 유토피아에는 할 얘기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얘기는 재미가 없거든요. 게다가 이건 실현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스토피아라면 다릅니다. 이미 우리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경험해봤고, 이것이 더 큰 재앙을 가져오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설국열차>는 가까운 미래, 지구 온난화를 치유할 목적으로 살포된 냉각물질 CW7이 인류에 재앙을 가져온다는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이 물질이 지구의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줄 것이라 믿었지만, 반대로 지구는 빙하기에 갇히게 됩니다.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는 곳은 단 한 곳.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열차뿐입니다.

엔진 칸에서 꼬리 칸으로 이어지는 이 열차는 불평등한 세상의 축소판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 엔진 칸 가까이 탄 사람들은 호화롭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지만, 꼬리 칸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반란이 없을 수가 없겠죠.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를 비롯한 꼬리 칸 사람들은 이 열차의 설계자 윌포드(애드 해리스 분)를 만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엔진 칸을 향하고 여기에 열차의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와 그의 딸 요나 (고아성 분)가 함께 합니다.

영화는 열차에 탄 사람들의 일상이 자신이 속한 열차 칸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공들여 묘사합니다. 먹고 입고 자는 것, 모두에서 차이가 나죠. 그 중에도 눈길을 끈 건 꼬리 칸 사람들이 먹는 단백질 블록이라는 물체였습니다. 미끈해 보이는 검은색 블록은 보기에도 썩 맛있어 보이진 않더군요. 그런데 블록의 재료가 공개되는 순간! . 눈을 딱 감고 말았답니다. 믿고 싶지 않은 재료였거든요. (이 정체불명의 음식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영화에서 확인하시길!)

설국열차에 등장하는 단백질 블록처럼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대안 식량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재료는 바로 ‘곤충’이죠. 웃고 넘길 일이 아닌 게,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을 유망한 미래 식량으로 꼽았습니다. 알려진 것만 80만 종 이상인 곤충은 세계 어디에나 있고 약 4억 년 전부터 우리보다 먼저 정착해 살며 다양한 환경에 적응했으니까요. 게다가 엄청난 번식력으로 지구 상의 개체 수는 1000경 마리 정도나 된다니 놀라운 일이죠.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에 사육하기도 쉽고 단백질을 포함한 다양한 영양분을 고루 갖추고 있으니 대안 식량으로는 합격점. 유일한 문제는 혐오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겠죠.

17년간 계속해서 달리고 있는 설국열차를 보고 있으면 지금도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열차를 세상에 대입해 보면 더 그렇습니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고 사회 곳곳에는 불평등과 부조리가 만연하며, 계층 간의 이동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으니까요. 이 엔진은 언제까지 가동될까요. 누군가 창밖의 변화를 눈치채고 엔진을 멈춰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미 창밖엔 얼음이 녹고 있으니까요.


영화 속 메뉴 따라하기

설국열차는 칸마다 먹는 음식에서도 차이를 드러냅니다. 윌포드는 양질의 단백질인 스테이크를 먹지만 꼬리 칸 사람들은 '단백질 블럭'이라고 불리는 몸에 필요한 최소한의 단백질만을 섭취합니다. 마치 팥양갱처럼 까맣고 말랑하게 생긴 이 음식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은 관객들은 눈을 질끈 감게 됩니다. 차마 영화와 똑같은 검은색의 양갱은 만들 수가 없어서 흰 앙금에 유자를 넣은 ‘유자양갱’을 만들어봤습니다.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단백질뿐 아니라 비타민까지 가득한 블록 디저트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유자양갱>

흰 앙금 500g 한천가루 8g 400g 설탕 120g 물엿 30g 유자청 2큰술

1. 냄비에 물과 한천가루를 넣고 15분가량 불린 뒤, 약한 불에서 끓인다.
2. 잘 저어가며 끓이다가 완전히 녹으면 설탕을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3. 여기에 흰 앙금을 넣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인다.
4. 거품이 나면 불을 약하게 한 뒤, 유자청을 넣고 밑이 눋지 않도록 저으며 한참 끓인다.
5. 수분이 줄어들면 물엿을 넣고 2-3분 끓인 뒤, 굳힐 그릇에 물 스프레이를 한 뒤, 끓인 양갱을 붓는다.
6. 서늘한 곳에서 완전히 굳으면 빼낸 뒤, 일정한 크기로 썰어낸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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