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 감독.

잭 스나이더는 언제부터 ‘불신의 아이콘’이 됐을까. 한때 그는 <저스티스 리그> 감독직에서 내려오라는 청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 공개된 <저스티스 리그>는 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다. 누군가는 그 책임을 잭 스나이더에게 돌리고, 누군가는 후반에 합류한 조스 웨던을 의심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워너브러더스의 경영진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저스티스 리그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벤 애플렉, 갤 가돗, 제이슨 모모아, 레이 피셔, 에즈라 밀러, 헨리 카빌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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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든 잭 스나이더 감독은 과거의 명성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쩌면 잭 스나이더는 자신이 연출한 <맨 오브 스틸>에서 시작된 DC 확장 유니버스(이하 DCEU, DC Extended Universe)에서 발을 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라는 큰 부담감을 버리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면 전혀 다른 잭 스나이더의 영화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잭 스나이더의 재기를 응원하며 그의 화려했던 과거를 돌아보자.
 

<새벽의 저주>
<새벽의 저주> 촬영현장의 잭 스나이더.

데뷔작 <새벽의 저주>
잭 스나이더의 가장 화려한 시절은 어쩌면 데뷔작 <새벽의 저주> 때일지도 모른다. 로튼토마토 지수만 놓고 보면 <새벽의 저주>가 75%로 가장 높다. 이후 점점 하락세를 보이다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27%로 바닥을 쳤다.
 
<새벽의 저주>는 좀비영화의 아버지 같은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1978)의 리메이크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잭 스나이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감독으로 익숙한 제임스 건의 각본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21세기 좀비영화를 만들어냈다. 느릿느릿 걷던 좀비가 뛰어다니면서 만들어낸 액션과 호러가 일품이었다. <새벽의 저주>는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와 더불어 좀비영화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새벽의 저주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사라 폴리, 빙 라메스, 제이크 웨버, 타이 버렐, 메키 파이퍼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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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300> 촬영현장의 잭 스나이더(가운데) 감독.

출세작 <300>
<새벽의 저주>는 평단과 대중에게 모두 환영받았다. 잭 스나이더는 프랭크 밀러라는 대가의 그래픽노블 세계에 들어갈 자격이 충분했다. 많은 이들은 사실 잭 스나이더의 진짜 전성기를 <300>으로 기억할 것이다. “디스! 이즈! 스파르타!”라는 대사는 쉽게 잊기 어렵다. 미국 영화 매체 ‘콜라이더’ 역시 <300>을 잭 스나이더의 최고작으로 꼽았다. <300>에는 잭 스나이더의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유려한 액션, 다소 과도한 슬로모션, 엄청난 CG의 사용 등 잭 스나이더 스타일이 모두 망라돼 있다. <300>은 비평적으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300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제라드 버틀러, 레나 헤디

개봉 200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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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도전작 <왓치맨>
그래픽노블의 영화화를 성공시킨 잭 스나이더의 다음 도전은 또 다른 그래픽노블의 대가 앨런 무어의 <왓치맨>이었다. 테리 길리엄, 폴 그린그래스, 대런 아르노프스키 등이 감독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잭 스나이더가 감독 의자에 앉았다. 잭 스나이더는 “상업적 목적으로 쓰여진, 스튜디오가 건넨 각본이 원작과 너무 달라 원작을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어쩌면 원작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왓치맨>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았다. 아주 심플한 이야기인 <300>과 달리 무겁고 우울하고 심각한 이야기인 <왓치맨>은 흥행에서도 쓴맛을 봤다. 다만 <왓치맨>을 좋게 평가하는 이들도 꽤 있다. 잭 스나이더가 가장 잘하는 비주얼 면에선 비판할 게 없다. 칭찬할 것만 가득하다. 나중에 공개된 감독판, 최종판은 이들의 호평을 뒷받침해주기도 했다.

왓치맨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잭키 얼 헤일리, 제프리 딘 모건, 빌리 크루덥, 말린 애커맨, 칼라 구기노, 패트릭 윌슨, 매튜 구드

개봉 2009 미국, 영국,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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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망작 <써커 펀치>
<왓치맨>으로 주춤한 잭 스나이더는 애니메이션 <가디언의 전설>을 거쳐 <써커 펀치>로 재기를 노렸다. 진짜 절치부심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그가 직접 각본을 썼다는 점 때문이다. 그건 그의 가장 큰 실수가 됐다. <써커 펀치>는 잭 스나이더의 최악의 영화로 기억된다. 각 시퀀스는 뮤직비디오, 광고의 한 장면처럼 강렬하지만 문제는 전체 스토리텔링이 형편없었다는 거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별로였다. 예고편만 보면 엄청 기대하게 되지만, 정작 본편을 보면 실망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써커 펀치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에밀리 브라우닝, 애비 코니쉬, 지나 말론, 바네사 허진스, 제이미 정, 칼라 구기노, 마이클 애덤스웨이트

개봉 2011 미국,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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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이후 잭 스나이더의 영화들
<써커 펀치>로 크게 주저앉았던 잭 스나이더는 금세 다시 일어났다. 게다가 그가 내놓은 <맨 오브 스틸>은 DCEU의 첫 영화로 괜찮은 시작이었다.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기대의 기대의 기대를 모았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엄마 이름 때문인지 조롱거리 비슷하게 됐고, 설마 설마 설마 했던 <저스티스 리그>는 선방은 했지만 <원더 우먼>의 압도적 지지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 사실이다.

맨 오브 스틸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에이미 아담스, 러셀 크로우, 헨리 카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안 레인, 마이클 섀넌, 안체 트라우, 아예렛 주러

개봉 2013 미국,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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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촬영현장의 잭 스나이더(오른쪽).

<새벽의 저주>, <300>, <왓치맨>까지 비주얼리스트 잭 스나이더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써커 펀치>로 말아먹고 <맨 오브 스틸>로 명예를 회복했으나 DCEU의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두 편의 영화가 지지부진하다. 어쨌든 흥행했기 때문에 워너브러더스에서는 불만이 없을 수 있겠지만 팬들은 그렇지 않다.
 
그는 ‘성공한 덕후’라 불렸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개봉 당시 <씨네21>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원작 코믹스의 팬으로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건 꿈이 현실이 되는 경험이었다. 배트맨과 슈퍼맨, 나의 우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순간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대부분은 행복하게 작업했다.

성공한 덕후인 그가 또 다른 덕후를 만들어내는 데는 일단 실패한 것 같다. 일부에선 그가 개인적인 비극을 계기로 DCEU에서 슬슬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어쩌면 그 선택이 잭 스나이더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인지도 모르겠다. DC라는 큰 무게감을 버리고 재능 있는 각본가를 만난다면 잭 스나이더의 전성기가 다시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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